‘시한폭탄’ 안은 롬니, 백악관 주인 되겠나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7.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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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말실수로 여러 차례 손해…조세 도피 의혹까지 불거져

지난 7월11일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텍사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의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AP 연합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백악관행 레이스에서 종착점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47% 동률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한 초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과연 백악관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그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좀처럼 바람을 일으키거나 기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을 안고 있어 과연 백악관 주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일어나고 있다.

11월6일 백악관 입성에 도전할 공화당 대통령 후보 타이틀을 따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보링(boring)하기 짝이 없는 ‘지루남’으로 통한다. 위트와 조크로 좌중을 사로잡는 정치인들이 흔한데 롬니 후보는 재미없기로 소문났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 이어 현재의 본선에서도 그의 지루한 연설이나 말솜씨는 좀처럼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웅변만 있고 결과는 없다는 호된 비판을 사는 바람에 롬니 후보의 언변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캠페인 과정을 보면 지루남 인상은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롬니 후보의 지루한 메시지가 오바마를 대체할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바람을 일으키는 데 중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관측마저 있다.

‘말 바꾸기’ 논란 빚으며 ‘플립 플로퍼’ 별칭도

미국 정치권에서 흔히 불리는 별칭이 있는데 바로 ‘플립 플로퍼(Flip-Flopper)’가 그것이다. 자주 말을 바꾸는 사람을 플립 플로퍼라고 부른다, 롬니 후보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별칭이 플립 플로퍼이다. 실제로 그는 ‘말 바꾸기’ 논란을 너무 자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오바마 케어’가 연방대법원으로부터 합헌 판결을 받았을 때 롬니 후보는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밝혔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케어의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 벌금 부과라고 주장해오다가 세금 부과라고 입장을 바꿨다. 롬니 후보는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케어에서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지 않는 미국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려는 조항에 대해 “세금이 아닌 벌금이기 때문에 미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위헌으로 보고 있다”라며 합헌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사흘 뒤 가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고의 법원인 연방대법원이 다수의 의견으로 세금이라고 결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세금이다”라고 자신의 말을 바꿨다.

롬니 후보가 자신의 취약점을 다시 드러내면서까지 말을 바꾼 것은 공화당의 다수인 보수파들과 공동 보조를 취하는 동시에 오바마 케어에 대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라는 공세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국민들에게 부과하겠다는 벌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정치적 공세를 펼쳐왔다. 심지어 롬니 후보는 한 연설에서 다섯 가지나 틀린 주장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면서 오바마를 공격했다가 언론들이 지적하면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꼬집었다.

롬니 후보는 잦은 말실수로 여러 차례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백만장자로서의 속마음이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바람에 서민들과는 동떨어진 후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아버지가 자동차회사 CEO와 주지사를 지낸 미시건에서조차 밀리자 만회하려 나섰다가 또 한 번 실언을 해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롬니 후보는 미시건 유세에서 “내 부인이 여러 대의 캐딜락을 가지고 있고 나는 포드 머스탱과 픽업 트럭을 소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롬니 후보는 자동차 제조업의 메카인 미시건에서 미국 자동차 마니아임을 내세워 표심 잡기를 시도한 것이다. 롬니 후보는 특히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8백50억 달러 구제금융에 반대한 이력 때문에 자신의 고향에서조차 외면당하자 ‘미국산 자동차 애호가 부부’임을 내세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롬니 후보의 또 다른 실언이자 자충수로 꼽혔다. 캐딜락 승용차는 한 대에 3만6천 달러에서 7만4천 달러를 호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만큼 부자 후보라는 것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더욱이 롬니 후보의 부인은 캐딜락 승용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와 캘리포니아에도 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뉴햄프셔에도 별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몬교도’ ‘부자 정치인’ 등 장벽 뛰어넘어야

롬니 후보는 이에 앞서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가진 토론 때부터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에게 “저서 내용이 맞는지, 틀렸는지 증명하는 데 1만 달러를 베팅하자”라고 제의했다가 곤욕을 치른바 있다. 롬니의 1만 달러 베팅 제의는 단순한 말실수에 그치지 않고 그가 서민들과는 완전 동떨어진 부자 정치인일 뿐임을 각인시켜주었다는 비판을 샀다. 1만 달러는 아이오와 주민 평균 연 소득의 5분의 1이나 되는 거액인데 이를 걸고 내기하자는 롬니 후보의 말은 서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롬니 후보는 독실한 몰몬교도이다. 대선 레이스 초반에는 몰몬교라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 대통령 후보 타이틀을 따낸 것으로 볼 때 일단 몰몬교 장벽을 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롬니 후보는 여전히 몰몬교도라는 취약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화당원의 44%가 보수적 복음주의 개신교도(Evangelical)들인데, 그중에서 42%는 몰몬교도를 여전히 이단시하며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고 CBS 뉴스는 전했다.

비록 공화당 경선에서 롬니 후보가 승리했으나 개신교도들의 상당수가 예선에서 롬니를 지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그리 적극적으로 롬니 당선에 앞장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롬니 후보는 엄청난 돈을 벌면서도 보통 사람들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을 뿐만 아니라 카리브해 연안 조세 피난처에 수백만 달러의 비밀 펀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15%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아 보통 사람들보다 절반에 그치는 낮은 세율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롬니의 재산에 대한 혹독한 파헤치기는 비밀 펀드를 이용한 조세 도피 의혹으로 번졌다. 롬니 후보가 미국 기업들의 조세 피난처로 악명 높은 카리브해 연안 지역에서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운용했었다는 보도가 터져나온 것이다. ABC 뉴스는 롬니 후보가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케이먼스 군도에 12개의 투자 펀드들을 갖고 있었으며 총액은 8백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롬니 후보는 이와 함께 시가가 5백만 달러에서 2천5백만 달러에 이르는 주식에도 투자해 놓고 있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롬니 후보가 설립해 운영했던 베인캐피탈 투자컨설팅회사는 케이먼스 군도에만 1백38개의 비밀 펀드들을 개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ABC 방송은 “2억5천만 달러의 재산을 모아 가장 부자인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인 롬니 후보가 억만장자가 되는 데 갖가지 세금 테크닉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롬니 후보측은 “롬니 후보나 베인캐피탈이 해외 펀드를 개설한 것은 다른 업체들이 통상적으로 해온 것과 같이 해외 투자금을 많이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롬니 후보측은 특히 “롬니 후보는 미국의 세법을 충실히 따랐으며 자금이 해외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내야 할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세금 전문가들은 “롬니 후보의 조세 피난처 이용은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받고 많은 해외 투자 이익을 올리는 등 갖가지 세금 혜택을 최대한 챙긴 것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특히 “롬니 후보와 같은 조세 피난처 이용 행위는 결국 미국 정부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되는 데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들의 조세 피난처 도피 행위 때문에 1년에 1천억 달러 규모의 세수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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