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괴력 내는 에너지 드링크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7.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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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백% 이상 성장하며 편의점에서도 박카스·커피 앞질러…국내 업체들도 경쟁에 가세

ⓒ 시사저널 최준필

‘에너지 드링크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에도 관련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만 3백% 이상 시장이 커졌다. 특히 대학가 주변의 편의점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가 되면 에너지 드링크의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고 한다.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가격 부담 때문에 국산 제품을 선호한다. 시험 때가 되면 박스 단위로 사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라고 귀띔했다.

편의점 베스트셀링 상품이었던 커피의 아성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국민 음료’로 불리는 박카스의 매출마저 넘어섰다. 씨유(옛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그동안 박카스류와 커피의 매출 비중이 음료 부문에서 가장 높았다. 관련 제품의 매출이 항상 톱10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최근 핫식스와 레드불이 나란히 1위와 7위에 올랐다. 특히 핫식스는 최근 1년여 만에 매출이 4백% 이상 증가했다.

핫식스·레드불·번인텐스가 시장 삼등분

레드불이 처음 출시된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에너지 드링크와 박카스류의 매출 구성비는 각각 24%와 76%의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레드불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지각 변동이 시작되었다. 두 제품의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더니, 지난 5월에는 매출이 역전되었다. 씨유측은 “현재도 두 음료수의 매출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에너지 드링크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편의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세븐일레븐이나 GS25에서도 에너지 드링크의 성장세는 50~60%대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박카스류의 매출 성장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드링크는 그동안 박카스류나 커피의 기세에 눌려 왔다. 토종 에너지 음료가 적지 않게 출시되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현재 핫식스(롯데칠성)와 레드불(동서식품), 번인텐스(코카콜라)가 삼등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 드링크가 출시되었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중소 업체나 제약업체 일색이었다. 지난 2010년 대기업인 롯데칠성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에네르기(해태음료), X 코카스(동아오츠카), 파워텐(명문제약), 야(삼성제약), 레드불(동서식품), 번인텐스(코카콜라) 등이 잇달아 경쟁에 합류했다. 지난 4년여 동안 20종에 가까운 제품들이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는 토종 제품인 핫식스와 외산 제품인 레드불 및 번인텐스 정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나머지 회사 제품은 단종되었거나,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최근 에너지 드링크가 커피에 이어 박카스류까지 누르면서 시장이 적지 않게 요동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위인 ‘몬스터에너지’도 출시 준비

이미 시장에서는 세계 2위 에너지 드링크인 ‘몬스터에너지’가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몬스터에너지는 ‘에너지 음료의 코카콜라’라고 불리는 레드불에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조만간 몬스터에너지를 수입해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주요 편의점과 가격 조율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이 몬스터에너지 출시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 전시회에서는 시제품까지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몬스터에너지의 경우 이미 음성적인 루트를 통해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는 불법적으로 유입된 음료를 5천~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때문에 공식 루트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면 반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여기에 국내외 제약사나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경쟁에 합류했다. 파리바게트는 최근 에너지 드링크인 ‘파우’를 선보였다. 파우는 이례적으로 미국 마블코믹스와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스파이더맨·아이언맨·헐크 등 인기 히어로를 제품에 그려넣었다. 원료 역시 호주에서 인증한 친환경 유기농 제품만을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일양약품 역시 최근 과라나 추출물을 함유한 ‘쏠 플러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야’를 출시한 삼성제약은 최근 미니스톱에 제품을 입점하는 등 유통망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제품과 외산 제품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업계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검증된 외산 음료와 시장 확대를 노리는 토종 음료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에너지 드링크가 최근 음료 시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비자 밀착형 이벤트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국내 음료업체나 제약회사는 그동안 에너지 드링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레드불이 국내에 상륙할 때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레드불은 현재 F1 레이싱팀을 운영 중이다. 성적도 좋다. 대회 때마다 우승을 놓치지 않고 있다. 레드불은 이런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F1 대회 입장권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등 진출 초기부터 활발한 이벤트를 벌였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쓰리스타일 DJ 콘테스트’도 국내에서 개최했다. 이같은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소비자들 속에 스며든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 신화의 일등 공신은 청소년이었다. ‘에너지 드링크가 잠을 깨는 데 효과가 있다’라는 소문이 나면서 청소년들이 열광했다. 수험생들이 다니는 도서관에서는 에너지 드링크가 필수 품목이 되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제품이 떨어져 물건을 팔지 못할 정도였다. 일부는 에너지 드링크와 이온 음료를 섞은 ‘붕붕 드링크’를 제조해 먹기도 한다. 현재 인터넷에는 ‘붕붕 드링크’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 수없이 나돌고 있다.

때문에 식약청은 최근 카페인의 위험성을 알리는 브로셔를 제작해 전국 학교에 배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카페인을 적당하게 섭취하면 졸음을 가시게 하거나 피로를 덜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이 섭취하면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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