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 삼아 책을 애인 삼아 ‘힐링’하세요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1: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점과 도서관이 추천하는 여름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들 / 자기계발서 대신 마음 치유 돕는 에세이 ‘강추’


ⓒ 시사저널 이종현

한여름 시골의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이보다 더 오래 남는 추억이 없다는 것을.

물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선이다. 일주일의 휴가를 받았다면 단 하루라도 자기만의 감성 치유 시간을 갖는다든가, 온 가족이 독서 대회라도 하듯 둘러앉아 진지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책 가져가기를 귀찮게 여기는 사람이면 딱 좋은 독서 기회가 있다. 전자책 도서정가제가 곧 시행될 예정이라 각 전자책 스토어에서 마지막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니, 잘 살펴보면 무료 전자책까지 덤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그러면 휴가를 떠날 때 어떤 책을 챙겨 가면 좋을까. 최근 베스트셀러 현황을 비롯해 인터넷 서점 예스24·알라딘·인터파크와 교보문고·서울문고의 북매니저가 추천하는 도서들, 그리고 최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발표한 휴가철 추천서 등을 참고하여 정리해 소개한다.

잠시 멈추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해부터 심리 치유, 마음 치유 등을 주제로 펴낸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전에 그런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겠다고 작정한 책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이 ‘힐링’을 제목으로 내세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치유를 뜻하는 이 말을 책 부제나 제목으로 쓰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천서 목록에서 자기계발서가 대세를 이루었는데, 그 자리를 ‘힐링’ 관련서가 채우고 있다. 각 서점들도 따로 ‘힐링’ 관련 서적 코너를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영혼의 멘토, 청춘의 도반’으로 일컬어지는 혜민 스님의 위로와 성찰이 담긴 인생 잠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서점가에서 10주 이상 1위를 지키고 있다. 하버드 대학 재학 중 출가해, 한국인 승려 최초로 미국의 대학 교수가 된 혜민 스님은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놀라운 속도로 리트윗되어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책은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마음과 인생에 대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잘 안 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마음 매뉴얼’이다. 혜민 스님은 “뭐든 세상 탓만 할 일이 아닙니다. 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좋고 싫고 힘들고 괴로운 감정들의 원인은 내 안에 내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것일 수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세요. 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쉬고,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합니다”라고 속삭인다.

이 책 외에도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치유에 관한 책이 다수 있다. 혜민 스님이 추천한 책 중에 <받아들임: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은 치유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서점들의 추천을 많이 받고 있다. 이 책은 절망하고 방황할 때 누구나 한 번쯤 내뱉었을 질문으로 치유를 시작한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을까?” 미국에서 임상심리학 박사이며 저명한 불교 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타라 브랙은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경쟁에 내몰려 지쳐 있는 현대인의 삶을 진단하고, ‘근본적 수용’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증명해 보인다. 근본적 수용이란 마음 챙김 명상으로 자신의 경험을 명확히 보고, 본 것을 자비로 감싸 안는 것을 일컫는다. 근본적 수용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거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

힐링 열풍은 여행업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여행업체들이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을 내놓은 것도 서점가와 다르지 않았다. 여행 관련 서적 또한 ‘힐링’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고 있다. 최근 나온 것으로 <영혼의 휴식을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미라 레스터 지음 / 북스코프 펴냄), <제주 오름 걷기 여행 - 힐링 여행으로의 초대>(문신기·문신희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펴냄) 등이 눈길을 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공포·추리 문학으로의 초대

영국이 낳은, 20세기에 가장 뛰어난 추리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저자가 1백50년 추리 소설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펴내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블러디 머더>(줄리언 시먼스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는 포와 도일, 크리스티와 반 다인, 해밋과 챈들러, 하이스미스와 심농 등 추리소설 작가뿐 아니라 주목받았던 역대 추리·범죄 소설을 분석했다.

여름이 깊어가는 날 무더위를 쫓을 요량으로 펼쳐드는 것이 장르 소설인가. 올해도 여름 서점가에서 이 책들은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7월28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 올림픽의 29개 종목 중 비인기 종목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이기고, 점수는 어떻게 나며, 경기는 얼마 동안 하는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모르면 재미와 감동이 덜할 수밖에 없다. 이에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가이드북이나 스포츠 관련 해설서 등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인류는 4년에 한 번 스포츠에 미쳐버린다”라고 말하는 저자가 펴낸 <올 어바웃 올림픽>은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알 필요가 있는 가장 긴요한 정보를 담아 올림픽 각 종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각 종목의 역사부터 기록과 규칙 그리고 스캔들과 영웅들의 이야기까지 방대한 정보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올림픽에 대한 여러 정보와 스포츠 지식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과학과 접목시킨 올림픽 관련서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퍼펙션 포인트>는 100m 달리기에서 시작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세운 기록은 9.69초. 그가 런던올림픽에서 이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 이 책의 목표는 인간 능력의 궁극적인 한계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책은 벤치프레스로 얼마나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수 있는지, 마라톤에서는 얼마나 시간 단축이 가능할지 등 종목별 ‘인간의 한계’를 분석했다.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가 펴낸 <불멸>은 국내외 스포츠 스타의 성공 신화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는 국내외 스포츠의 현장에서 수립된 수많은 승부의 명장면 중에서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54개의 장면을 담았다. 저자는 각 스포츠 분야에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경기에서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습관을 들여 불멸의 기록을 세운 선수들을 가려냈다. ‘축구 황제’ 펠레, ‘자동차 경주왕’ 마이클 슈마허, ‘무결점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 단일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종목을 모두 석권한 에릭 헤이든 그리고 월드컵 5회 우승의 위업을 이룬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선수들…. 저자는 이들을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적당한 긴장으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제압했던 도인들’이라고 평가했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 아이젠하워와 루스벨트, 그리고 안철수의 길

▶ 북한의 ‘젊은 김일성’, 새로운 길 찾나

▶ “북한 사람들, 미국 침공 걱정 안 해”

▶ ‘스타리그’, 마지막 불꽃 태우다

▶ 외교·경제 갈등 범람하는 메콩 강

▶ ‘안철수 현상’의 진실을 아직 모르는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