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이젠 ‘사십견’이라 부를까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7.23 21: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퇴행성 어깨 통증으로 치료받는 환자 연령대 낮아져…여성의 발병률 높아, 직장 여성은 특히 주의

서울 공덕동 견우한의원에서 이효근 한의사가 오십견 진료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농구 마니아인 직장인 홍영철씨(44·가명)는 평소 저녁에 초등학생 아들과 농구를 즐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어깨가 결리고 욱씬거리는 증상이 계속되었다. 파스도 붙이고 찜질도 하면서 얼마 후면 낫겠거니 했지만, 좀처럼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고통이 너무 심해 그저 팔을 드는 것조차 어렵고, 밤에 잠을 청하기도 힘들었다.

병원을 찾은 홍씨는 당황스럽게도 ‘오십견’ 진단을 받았다. 웬만한 30대와 견줘도 괜찮은 체력이라 생각했지만 벌써 오십견이 왔다는 말에 홍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최근에는 홍씨처럼 오십견을 호소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오십견의 정식 명칭은 ‘유착성 어깨관절낭염’으로 관절막에 염증과 유착이 생겨 궁극적으로 관절 운동 범위에 제한이 생기는 증상이다. 통증이 심하고 일상생활에서 쉬운 동작도 하기 어려워지며, 통증이 심하면 밤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관절에 퇴행이 오면서 무릎에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어깨관절 주위의 조직도 노화로 인해 퇴화되고 어깨 관절막이 굳어지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동안 오십견은 사실 십중팔구 ‘노화’에 따른 문제로 인해 50대 이상 중년층에서 빈번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으로 어깨관절에 무리가 가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하루 종일 끼고 사는 데다 운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발병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6년 1백37만명에서 2011년 2백10만명으로 최근 6년 동안 연평균 8.9%가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상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보면 ‘오십견 등 어깨 통증(M75)’으로 치료받은 환자 중 40대 이상이 전체 어깨 통증 진료 환자의 90.2%를 차지했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동작이 단순 반복되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 여성의 경우, 어깨의 퇴행성 증상이 남성보다 빨리 오기 쉽다. 또, 직장 여성의 경우 회사에서는 장시간 컴퓨터로 일하고 집에서는 설거지나 손빨래, 걸레질 등 반복되는 일을 계속하면 관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평소와 달리 어깨 주변이 지속적으로 계속 아프면 어깨 통증이나 근육통, 어깨 결림 등의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뉴고려병원 관절센터 김윤식 병원장은 “노화로 인해 어깨관절 주위의 조직이 퇴화하면서 발생해 오십견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과격한 운동에 따른 어깨관절 부상 등으로 장기간 어깨관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발병 연령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방치하면 완치 힘들어…초기 치료 중요

오십견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찾아오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병을 키우기 쉽다. 실제로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오십견을 노환의 일종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발견에 따른 적극적 치료를 강조한다.

실제로 어깨 통증이 느껴지면 대다수 환자는 파스를 붙이거나 마사지를 받거나 한방의 부항이나 뜸을 뜨는 등 자가 치료로 버티다 시간이 흘러 통증이 심해진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아픈 기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어깨관절이 많이 굳어져 완치가 더 힘들다는 점이다.

중년층은 어깨에 통증이 오고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나이를 먹으니 당연한 증상이라 여기기 쉽고, 젊은 층은 젊은 층대로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오십견 여부를 확실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 공명 영상(MRI)과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 초기에 발견해 소염제 복용과 찜질, 전기치료와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을 병행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약물 치료는 급성기 통증과 근경련이 심할 때,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제제, 근이완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리치료는 수동적인 관절의 스트레칭 운동 때 초음파 치료와 같은 심부 열치료를 시행한 후 관절 운동을 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관절낭 유착이 심할 때에는 초음파 투시 아래 어깨관절낭으로 생리식염수와 진통·소염제를 혼합해 주입해 관절낭을 팽창시키는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병을 오랫동안 삭히고 있었다면 물리치료와 운동 치료 외에도 수술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오십견의 치료가 일반적인 수술법인데, 어깨 통증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관절 내시경을 삽입해 굳어진 관절막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수술 시간도 짧고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다.

수술 후에는 운동 치료도 중요하다. 오십견 수술 후 견관절 전동 운동기 등을 활용해 다양한 각도의 어깨 운동을 하면 효과적인 재활 치료가 되어 회복도 빠르게 나타나고 입원 기간을 줄여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추 운동, 막대를 이용한 운동 등 수동적 관절 운동을 하면서 운동 전에 따뜻한 물찜질을 해주면 좋다.

김용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유착성 어깨관절낭염을 치료하지 않고 계속 놔두면 관절이 굳어버린다. 드물게 저절로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지만 재발이 쉽고 심한 경우는 잠잘 때도 어깨 통증이 심해 수면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도 혹시 오십견? 

단순한 어깨 통증으로 생각하다 병을 키우는 미련한 오십견 환자가 많다. 다음은 일찌감치 오십견을 알아챌 수 있는 체크 리스트로, 항목 중 3개 이상이 해당되면 오십견을 의심해볼 수 있다.

1) 통증이 관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국소 통증이라면 어깨 힘줄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2)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팔을 위로 뻗기가 힘들다.
3) 특정 방향이 아닌 모든 방향에서 어깨 운동이 제한된다.
4)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졌다가 심해지는 현상이 수개월에 걸쳐 반복된다.
5) 어깨가 굳어 있다는 느낌과 함께 반찬을 집거나 세수를 하는 등의 가벼운 동작도 하기 힘들어진다.
6) 밤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낀다.
7) 통증이 소실되어도 여전히 어깨 운동에 제한을 느낀다.

오십견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깨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은 한 손으로 다른 쪽 팔꿈치를 잡고 몸 쪽으로 당겨주거나, 등 뒤에서 양손으로 수건을 잡고 상하로 움직여주는 것 등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깍지 낀 양손을 등 뒤로 해서 등 위쪽으로 들어올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매우 좋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 아이젠하워와 루스벨트, 그리고 안철수의 길

▶ 북한의 ‘젊은 김일성’, 새로운 길 찾나

▶ “북한 사람들, 미국 침공 걱정 안 해”

▶ ‘스타리그’, 마지막 불꽃 태우다

▶ 외교·경제 갈등 범람하는 메콩 강

▶ ‘안철수 현상’의 진실을 아직 모르는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