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갈등 범람하는 메콩 강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
  • 승인 2012.07.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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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주축으로 댐 건설 등 대대적 개발 중…환경 파괴 문제 불거지고 수자원 분쟁까지 터져

# 1. 지난 7월11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했다. 1955년 존 포스터 덜레스 장관의 방문 이래 무려 57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무장관이 라오스를 찾은 것이었다. 클린턴은 불과 4시간여 체류했지만, 라오스 지도자들과 만나 미군 유해 송환, 라오스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여러 현안을 협의했다. 또 다른 주요 의제는 라오스가 메콩 강에 짓고 있는 댐 건설 문제였다.

# 2. 다음 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공동성명 없이 폐막했다. 1967년에 출범한 이래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10개 회원국 간의 갈등과 견해 차이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행보였다. 캄보디아는 시종일관 중국의 입장을 두둔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캄보디아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원조를 쏟아왔다.

메콩 강의 상류인 란창 강에 건설된 샤오완 댐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댐이다. ⓒ 모종혁 제공

최근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대대적인 외교·경제전이 벌어지고 있다. 메콩 강 유역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뒤잇는 거대 경제권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경쟁에 우리나라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지난 7월14일 외교통상부는 메콩 강 유역 5개국과 중장기 협력 사업을 위한 양자 무상 원조 외에 별도 기금을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서 포괄적 협력 방안을 담은 ‘한강 선언’을 채택한 이래 나온 첫 가시적 성과였다. 무슨 이유로 세계 각국은 메콩 강 유역에 눈독을 들이는 것일까.

유역국 중 하나인 중국의 상류 개발이 화근

메콩 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다. 총 연장은 약 4천1백80㎞로 세계 12위이다. 하지만 평균 방류량이 1만8백㎥/sec로, 양쯔 강(長江)과 갠지스 강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유역 면적은 약 79만5천㎢에 달해 중국과 라오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섯 나라를 관통해 흐른다. 강 주변에 사는 유역 인구만 6천5백만명에 달한다. 중국 서남부를 포함해 인도차이나 반도 주민들의 젖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메콩 강을 개발하기 위한 역사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 극동경제위원회가 주도해 메콩 강 지류에 여러 개의 댐을 건설했다. 하지만 유역 국가 간의 이해 충돌과 견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무엇보다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면서 유엔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숨어 있던 개발 계획은 1992년 메콩 지역 사업(Greater Mekong Subregion)으로 다시 활성화되었다.

GMS 사업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 아래 유역 국가 간의 경제 개발 및 인프라 건설과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 개발 프로그램이다. 초기에는 교통 인프라 건설에 주력해 10개의 주요 인프라 사업에 2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2002년 11월에는 메콩 강 유역 6개국이 향후 10년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메콩 강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개발 범위가 점차 통신·환경·무역·투자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되었다. 지난해 말까지 ADB가 단독 투자한 액수만 약 5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10여 년간 메콩 강 유역 개발의 양 축은 일본과 중국이 담당했다. 일본은 동서 축으로, 중국은 남북 축으로 집중 투자했다. 처음 개발은 일본이 주도했다. ADB의 대주주가 일본이고, 역대 총재도 일본인이 주로 맡았다. 지난 4월 일본·메콩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2015년까지 메콩 강 유역 5개국의 인프라 개발을 위해 모두 6천억 엔을 공적 개발 원조(ODA) 방식으로 지원키로 발표했다. 여기에는 도로·항만·발전소 등 57개 사업에 대한 차관과 무상 자금 공여, 기술 협력 등도 포함되었다.

유역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다. 메콩 강을 에너지의 보고로 손꼽으며 수자원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했다. 중국에서 메콩 강 상류는 란창(瀾滄) 강이라고 불린다. 란창강은 간류 길이만 2천㎞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벌이는 메콩 강 개발의 핵심은 ‘란창 강 수력 개발 프로젝트’이다. 중앙 정부와 티베트·칭하이(靑海)·윈난(雲南) 등 3개 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펼치는 사업이다. 2020년까지 8개의 계단식 댐과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벌써 4개의 댐이 완공되었는데, 2010년 8월에 완공된 샤오완(小灣) 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샤오완 댐의 높이는 2백92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4백20만㎾에 달하는 발전 용량은 중국 최대 댐인 싼샤(三峽) 댐(1천8백20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무엇보다 저수 용량이 1백49억㎥에 달해 동남아의 모든 저수 시설 용적량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이로 인해 댐 건설 전부터 여타 유역국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유엔환경계획(UNEP)조차 “중국의 댐 건설로 메콩 강의 유량과 흐름이 변화하고 수질 악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중국 선원 살인 사건 터지자 무장 병력 파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중국 원난 성 시솽반나의 메콩 강 강변. ⓒ 모종혁 제공
이런 유역국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은 대대적인 원조와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특히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 집중하는데 나라마다 각기 다른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노린 자원 획득형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라오스에는 댐과 수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북으로 무려 1천5백㎞에 달하는 메콩 강 중·하류의 수자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에는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실리적 투자가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에다 뒤늦게 뛰어든 한국까지 메콩 강 유역의 개발 이익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무분별한 개발과 댐 건설로 인해 메콩 강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2010년 3~4월에 일어난 메콩 강의 수량 감소가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중국 서남부를 강타한 가뭄으로 메콩 강은 반세기 이래 강물 수위가 가장 낮았었다. 일부 구간은 수위가 불과 50㎝에 불과했다. 어업과 수로 교통은 큰 타격을 받았고, 농사를 위한 관개 시설까지 위협받았다.

수자원 분쟁은 이전부터 줄곧 예견되었었다. 지난 3월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인텔리전스 커뮤니티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 등으로 10년 뒤 심각한 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메콩 강을 주요 대상지 중 하나로 꼽았다. 메콩 강 유역 국가들도 1995년에 메콩강위원회를 결성해 합리적 개발과 평화로운 공유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상류의 수자원을 독점한 중국이 댐과 수력발전소를 잇달아 건설하면서 평화는 깨져버렸다.

지난해 10월 태국 북부 메콩 강에서 발생한 중국 선원 살인 사건 이후 나타난 중국의 패권주의도 지역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당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마약왕 나오칸은 태국 군인 아홉 명과 결탁해 중국 화물선 2척을 공격해 선원 13명을 전원 살해했다. 이에 격분한 중국은 라오스와 합동 작전을 벌여 지난 4월 나오칸 조직을 잡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메콩 강 중류 지역에 인민해방군과 무장 경찰 등에서 선발된 무장 병력 2백여 명과 순찰선 5척을 파견해 상주시켰다.

중국이 유엔의 위임 없이 국외에 무장 병력을 상시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3개국과의 공동 순찰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 당장 메콩 강 유역국들이 경제적 이득을 버리고 상호 적대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뒤늦게 진출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급변하는 현지의 정세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개발의 주도권을 쥔 일본과 중국, 여기에 수시로 견제구를 날리는 미국. 이래저래 후발 주자인 한국의 메콩 강 진출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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