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발달 따라 ‘탈옥’도 진화한다
  • 윤명진 인턴기자 ()
  • 승인 2012.07.2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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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 운영체제 iOS6 베타버전 공개 후 이틀 만에 실현

이번 가을에 출시될 아이폰5의 운영체제 iOS6의 베타버전(소프트웨어 출시 전 점검을 위해 무료로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탈옥’이 이루어졌다. iOS6는 아이폰5를 비롯해 애플이 출시한 모든 모바일 기기에 탑재할 최신 운영체제(OS)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상당수는 iOS6 정식 버전이 나온다면 더 빠르게 탈옥 프로그램들이 배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을 살 때마다 탈옥해온 대학교 3학년생 최 아무개씨(23)도 iOS6 정식 버전의 탈옥을 고대하고 있다. ‘탈옥’이란, 폐쇄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개발한 운영체제 환경에서 벗어나 사용자 임의대로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바꾸는 행위이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가 iOS에서 벗어나 글꼴이나 어플리케이션 배열을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애플이 만들어놓은 앱스토어에서만 어플리케이션을 거래하고 내려받도록 했다. 아이폰 사용자는 탈옥하면 그동안 접근하지 못한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폰 화면 디자인을 임의로 바꾸거나 어플리케이션 활용 폭을 늘릴 수 있다. 최씨는 “이제는 아이폰을 탈옥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이폰 탈옥은 흔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나만의 아이폰’을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이폰 탈옥 프로그램은 iOS 버전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그에 맞는 새 버전이 나온다. 데브팀(Dev-Team)과 같이 아이폰 탈옥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와 해커들은 iOS가 공개되자마자 탈옥 프로그램을 인터넷상에 유포한다. 탈옥하는 과정은 기기가 망가지기도 하고 보안에도 취약하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보안업체 시만텍코리아의 윤광택씨는 “탈옥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애플에서 설계해놓은 보안 구조를 해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탈옥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탈옥폰’ 사용자 최씨는 “탈옥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따로 저장하기 때문에 탈옥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상관없다. 탈옥한 후에도 다시 처음 샀을 때의 상태로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도서관 저작권청은 아이폰 탈옥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돈을 주고 하드웨어를 샀다면 그 후에 기기를 어떻게 변경하는지는 사용자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탈옥 자체를 애플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옥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폰을 변경하는 것으로 개인의 폰을 직접 확인해보지 않는 한 실질적 규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애플은 탈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탈옥은 애플의 약관을 위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탈옥폰’은 회사가 제공하는 보증과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탈옥을 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면 궁극적으로 아이폰에 대한 제품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애플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서 애플측은 “지속적으로 iOS의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업데이트될 때마다 탈옥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탈옥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탈옥을 통해 변경한 아이폰 배경 화면들.

유료 어플리케이션의 무료 사용이 주목적

아이폰 탈옥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크랙 어플리케이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랙 어플리케이션’은 해커들이 유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만든 것이다. 유료 어플리케이션들의 설치 파일을 무료로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고도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러한 크랙 어플리케이션은 저작권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아이폰을 탈옥하면 불법 앱스토어(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 공간)가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에 생긴다. 이것이 시디아(cydia) 어플리케이션이다. 시디아에 접속해, 탈옥 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그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려받는 어플리케이션인 인스톨러스(installous)가 있다. 인스톨러스는 해킹한 크랙 어플리케이션들이 올라오는 블랫마켓의 개념이다. 즉, 불법 앱스토어(시디아) 안에 새로운 앱스토어(인스톨러스)가 생기는 셈이다.  

활동하는 해커들이 주로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글 어플리케이션이 인스톨러스에 올라오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글로벌 출시를 해 미국 앱스토어에 올라가면 해킹의 대상이 된다. 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요즘에는 한국 기업들도 미국 앱스토어에 많이 출시하기 때문에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앱스토어 유료 어플리케이션 순위에 있는 어플리케이션 대부분이 인스톨러스에 있다”라고 말했다.

유명 게임 어플리케이션 제작업체인 컴투스 관계자는 “현재 몇 명이 크랙 어플리케이션으로 올라온 게임을 내려받는지, 그 피해액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게임을 실행시키는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접근하는 ‘탈옥폰’을 감지하고 차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불법인 크랙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한 후에는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기본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등록할 때 애플에서 안내하는 보안 규정들을 적용해 아이폰 앱스토어에 어플리케이션을 올린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 크랙 어플리케이션들을 올린 게시글을 발견하면 포털에 내려달라고 요청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게시물을) 지워줄 것을 요구한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인터넷에서는 불법 해킹 프로그램이나 그 방법을 설명한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프로그램을 다운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링크 걸어놓고 이미지와 동영상을 첨부해 설치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이폰 해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크랙 어플리케이션 관련 자료들을 찾을 수 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는 “(탈옥) 프로그램을 직접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링크를 걸어놓는 것은 따로 별책 조항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조항 중에 ‘2차적 저작물 작성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처벌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링크를 거는 것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권 해석이나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루팅’으로 조작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아이폰 탈옥과 유사한 개념인 ‘루팅(Rooting)’이 가능하다. ‘루팅’이란 안드로이드 폰의 운영체제를 해킹해 관리자의 권한을 얻는 것이다. 즉, ‘루팅’으로 사용자 권한을 최고 관리자로 바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지원하는 기능을 삭제할 수 있다. 휴대전화 글꼴 변경, 속도 개선 등을 위해 시스템 관리 권한을 조작하는 것이다.

아이폰 탈옥과 안드로이드 폰의 루팅은 기본적으로 자기 편의에 맞게 휴대전화의 운영체제를 바꾼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아이폰을 탈옥하는 것과 안드로이드 폰을 루팅하는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아이폰 탈옥의 목적은 크랙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유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쓰고 싶다는 것이다. 반면, 루팅은 관리자의 권한으로 자신의 폰에 필요 없는 서버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된다. 루팅을 하면 휴대전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그로 인해 스마트폰의 사양이 높아지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루팅을 하지 않아도 유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 원래의 상태 그대로에서도 특정 설치 프로그램을 내려받기만 하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애플 기기와는 다르게 아이폰4s와 아이패드2에는 A5칩이 탑재되어 있다. A5칩은 이전의 A4칩보다 탈옥이 쉽지 않다. 애플측은 “점점 더 탈옥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탈옥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일주일 이내에 프로그램이 올라오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다. 아이폰 탈옥 프로그램이 올라온 지 3일 만에 100만명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사례도 있다. iOS6의 운영체제에 맞추어 다양한 기기에 적용되는 ‘맞춤형’ 탈옥 프로그램 역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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