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앞둔 이등병의 총기 사망 미스터리
  • 정락인 기자·윤명진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7.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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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 대기 초소에서 ‘자살 추정’ 사고…유족은 진상 규명 요구

지난 5월23일 전방 철책 대기 초소에서 숨진 오동길 이병의 생전 모습. ⓒ 고 오동길 이병 유족 제공
경기도 파주에 있는 육군 1사단은 서부 전선 최전방에 있다. 육군에서 창설된 최초의 사단이며, 영화로 유명한 JSA(공동경비구역) 경비도 맡고 있다. 지난 5월23일 오후 6시10분쯤 15연대 철책 대기 초소에서 총기 사고가 났다. 그곳에는 병사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이름은 오동길(21), 계급은 이병이다.

당시 오이병은 동반 근무자인 이 아무개 상병(22)과 철책 근무에 나가면서 대기 초소에서 잠시 쉬고 있던 중이었다. 옆에 있던 동반 근무자가 총소리를 듣고 오이병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이 멎은 후였다. 군 수사 당국은 7월24일 오이병이 사망한 지 약 두 달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자살’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유족들은 오이병의 자살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군 당국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조작설’을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오이병은 왜 죽은 것일까.

오동길 이병은 전북대 생물환경화학과 1학년을 마치고, 올해 1월17일에 입대했다. 경기도 의정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고, 3월9일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자대에 간 지 두 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것이다. 더군다나 오이병은 6월22일에 있을 100일 휴가를 앞두고 있었다. 오이병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대대장 표창까지 받을 정도로 군 생활은 성실하게 했다. 이런 사실은 군도 인정했다.

군 수사기관은 오이병의 자살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다만, 소심한 성격으로 군 생활에 대한 ‘압박’을 받았고,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오이병의 소지품 등에서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자는 오이병의 어머니 송 아무개씨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았고, 7월24일에는 1군단 헌병대에 가서 장시간 동안 설명도 들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다. 그래서 오이병의 사망 전에 이상 징후는 없었는지 다방면에 걸쳐 접촉했다. 그러던 중에 오이병과 가장 절친한 친구인 송 아무개씨와 연결되었다. 그도 오이병의 자살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송씨는 “동길이가 내성적이기는 했으나 자살할 애는 절대 아니다. 곧 휴가를 나올 예정이었는데 왜 자살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송씨는 또 “5월5일 동길이가 페이스북에 ‘어린이날인데도 쉬지 못한다’라는 등의 글을 남겼는데 그냥 평범했다”라고 전했다.

객관적인 정황으로 보면 오이병이 자살할 큰 이유는 찾기 어려웠다. 군 수사기관에서는 오이병의 디지털 군인수첩 등을 내세우며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자살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사망하기 전날인 5월22일자에는 ‘나는 좀 아닌 것 같다. 거의 병적으로 소심한 사람도 문제 없이 군대에 온다’라는 등의 대목이 있다. 하지만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이병의 어머니 송씨가 소초원들을 접촉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의문의 열쇠는 사건 현장과 오이병의 몸에 있는 상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오이병이 최초 발견되었을 때의 상처는 이러했다. 턱 밑과 코 옆 부분 두 곳에서 그을린 총상이 발견되었다. 두 개의 총 구멍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컸다. 코 옆쪽에도 총 구멍이 있었다.

군 수사 당국 “과학적 검증 통해 ‘자살’ 결론”

왼쪽 머리 뒷부분에는 뇌의 반 정도가 밖으로 밀려나왔다. 또 오른쪽 위의 치아들이 강한 충격에 의해 입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상태였다. 혀는 약간 밖으로 나와 있었고, 혀 안쪽과 바깥쪽에 걸쳐 2개의 구멍이 약 5cm 간격을 두고 선명하게 나타났다. 입안에서는 원래의 모양에서 변형된 총알 한 발도 발견되었다.

오이병을 부검한 부검의와 군 수사 당국은 턱 밑에서 연발로 세 발의 총탄이 발사되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육군 광역수사대 감식팀장은 “턱 밑 오른쪽에서 세 발의 총알이 연발로 발사되었는데, 두 발은 후두부(머리의 뒷부분)로 빠져나갔고, 나머지 한 발은 코 오른쪽으로 빠져나갔다. 코 쪽의 총상은 사입구가 아니라 사출구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턱 밑의 총상은 사입구로 보기에는 너무 컸다. 보통 사입구는 총알 구멍이 안 보일 정도로 작다. 그런데 오이병의 턱 밑 총상은 어른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컸다. 부검 과정에서 부검의가 턱 밑에서 코 옆쪽 구멍으로 부검대를 넣어보았으나 사입구와 사출구가 연결되지 않는 점도 이상하다. 사입구와 사출구가 분명하다면 부검대를 꽂았을 때 연결되어야만 한다. 유족들에 따르면 “부검의가 30분 정도 구멍의 연결 여부 확인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라고 말한다. 즉, 총알이 발사된 지점과 나온 지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이병의 어머니 송 아무개씨는 “부검의는 코 오른쪽 구멍에서 턱 밑으로, 즉 총기 발사 반대 방향으로 억지로 구멍을 뚫다 시피해서 철 꼬챙이를 끼워넣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코 옆에 난 구멍을 ‘사출구’가 아니라 ‘사입구’라고 보고 있다. 

기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랬더니 군사망사고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가족협회의 오창래 조사위원도 같은 주장을 했다. 오위원은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쳤으며 10여 년간 군 사망 사고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오이병의 부검 때에도 유족측의 요청에 의해 참여했었다. 오조사위원은 “내가 보기에 (코 옆에 난 구멍은) 사출구가 아니라 사입구이다. 전문가들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부검의가 억지로 부검대를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안 되었다. 구멍의 크기 등으로 볼 때 코 옆은 1차 사입구이고 목 밑은 2차 사입구로 보인다. 또 혀에 두 발의 총알이 통과했는데, 그것은 혀가 늘어져 있었음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즉, 턱 밑 총상은 오이병이 이미 숨진 상태에서 생긴 총상이라는 주장이다.

오이병의 코 오른쪽에 난 총상 역시 가로 3.5cm, 세로 7cm,로 찢겨진 상처였다. 피와 매연이 응고되어 총상 주위는 시커멓게 변한 상태였다. 유족들은 누군가 상처를 훼손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오이병은 타살되었을까. 이에 대해 오창래 조사위원은 ‘타살 의혹’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여러 정황상 ‘안전 사고’가 일어났을 확률이 높다. 여러 상황이 연출되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군 수사기관은 자살 이외의 상황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육군 광역수사대 감식팀장은 “감식을 해보니 과학적 검증뿐만 아니라 혈흔의 형태 등을 종합해볼 때 남이 쐈다고는 볼 수 없다. 오발도 아니다. (사입구의 상처가 큰 것은) 총알이 발사되면서 총이 움직여서 찢겨진 상처가 생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이병이 사망했을 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군 수사기관은 ‘서 있는 자세’에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했다. 총 길이 등을 감안하면 소파에 앉아서 총을 발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의 총기 자살 사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당시 오동길 이병과 동반 근무자는 대기 초소의 소파에 앉아 선잠을 잤다. 선임인 동반 근무자와 오이병의 간격은 약 50cm 정도 떨어진 거리이다. 동반 근무자인 이 상병은 “갑작스런 총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오이병이 옆에 사망해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오이병의 어머니는 반대 주장을 한다. 그는 “동길이가 잠을 자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앞을 바라보면서 서 있든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총을 발사했다면 동반 근무자가 앉아 있는 쪽 뒤편의 천장에서 다량의 혈흔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쪽의 천장에서 뭉텅이 혈흔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동길이가 소파 앞쪽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동반 근무자가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총에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유족은 오이병의 사망과 동반 근무자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창래 군사망사고진상위 조사위원은 “오동길 이병의 죽음은 분명히 자살이 아니다. 군 당국이 떳떳하다면 유족들의 뜻에 따라 공개 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군 수사 당국은 “오이병의 자살이 확실하기 때문에 더는 조사할 것이 없다. 다만 자살 원인을 찾기 위해 ‘심리 부검’ 등을 진행할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현재 오이병의 시신은 고양 국군병원 냉동고에 안치되어 있다. 군은 유족과 시신 처리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이에 반해 유족측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오이병의 사망은 또 다른 ‘군 의문사’로 남겨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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