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대선 야전 사령부 ‘쩐의 전쟁’
  • 안성모 · 이규대 기자 · 김지은 인턴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7.30 00: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권 주자들, 여의도 중심으로 저마다 메인 캠프 꾸려…월세·관리비만 수백~수천만 원

(왼쪽부터) 김문수 지사 대선 캠프, 김태호 의원 대선 캠프 건물, 문재인 상임고문 대선 캠프, 박근혜 전 위원장 대선 캠프, 손학규 전 대표 대선 캠프, 김두관 전 지사 대선 캠프. ⓒ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대선 자금’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모두 구속 수감되었는데, 이 돈이 대선 자금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최 전 위원장은 최근 법정에서 “6억원을 대선 경선 자금으로 사용했다”라고 진술했다. 물론 선거를 치르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캠프 조직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무실도 꾸리고 인력도 운용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드는 비용이 법정 한도 내에서만 쓰이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불법 대선 자금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대선 캠프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지금 서울 여의도에는 전운이 감돈다. 대권 주자들의 메인 캠프(선거대책본부)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면서 격전을 예감케 하는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은 이미 대선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선거에서는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그런 만큼 대선 캠프의 규모는 단순한 ‘세 과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초 기지이자 야전 사령탑인 캠프가 어떤 모습을 갖추느냐에 따라 향후 대권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에 상응한 돈이 들어간다. <시사저널>은 여야 대권 주자들의 대선 캠프를 취재해 현재 대략 어느 정도의 돈이 사무실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지 살펴보았다. 물론 아직은 경선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캠프의 규모는 작다. 당의 후보로 선출되고 본격적으로 대선 판이 벌어지면 캠프 규모는 지금보다 몇 배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새누리당 대권 주자들의 캠프는 대부분 여의도 당사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캠프는 당사 맞은편인 대하빌딩에 있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명당’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대하빌딩에서 대각선 맞은편인 남중빌딩 4층에 자리를 잡았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아예 당사가 있는 한양빌딩 9층에, 김태호 의원은 당사 옆 성우빌딩 10층에 각각 캠프를 마련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만 여의도를 벗어나 마포 현대빌딩 1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박근혜 캠프, 여야 통틀어 최대 규모

박근혜 전 위원장 캠프는 여야를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크다. 한 건물의 3개층을 사용한다. 총 4개 사무실의 실평수는 약 3백평이다. 임대 시세가 평당 4만5천원 수준(분양 면적 기준)임을 감안하면, 분양 면적 5백평 수준의 사무실 월세로 매달 2천2백50만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리비도 따로 지급해야 한다. 평당 2만4천원씩 총 1천2백만원 수준이다. 결국 사무실 사용료만 월 3천3백50여 만원 이상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보증금은 따로 지급해야 한다. 대하빌딩은 평당 45만원 수준으로, 여의도의 다른 건물에 비해 비싼 편이다. 3개층을 모두 합하면 2억원 정도이다.

현재 박 전 위원장 캠프는 7층과 8층을 각각 직능본부, 조직본부로 사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박 전 위원장측의 외곽 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이 7층에 4개의 방을 별도로 차지하고 있다. 캠프의 심장부는 2층에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방이 이곳에 있다. 전략 수립, 정책 마련, 후보 일정 관리, 대외 홍보 등 대부분의 핵심 업무도 2층 사무실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다. 유리문으로 막혀, 캠프측의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측은 캠프 인력을 최소화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유력 대권 주자이다 보니, 너무나 많은 시민이 캠프를 찾아온다. 캠프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비박(非朴)’ 주자로 분류되는 다른 후보들의 사무실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박 전 위원장 캠프가 가능한 한 조용히 경선을 치르려고 하는 데 비해, 다른 후보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는 모습이다. 김문수 지사는 캠프 복도를 홍보물로 빼곡히 장식했다. 임태희 전 실장이나 김태호 의원 등의 캠프 건물 벽면에는 커다란 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들 캠프는 출입 및 왕래에도 전혀 제한이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선거사무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문수 지사의 캠프는 실평수 72평 규모이다. 임대 보증금은 4천8백만원이다. 월세 5백20만원, 관리비 3백50만원 등 한 달에 총 8백70만원씩을 지출하고 있다. 실평수 30평 안팎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후보 캠프들은 1천만~2천만원의 임대 보증금을 내고 있고, 월세 및 관리비로 월 4백만~5백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 캠프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지출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각 선거 캠프의 인력은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까. 현재 박근혜 전 위원장 캠프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31명이 속해 있으며, 그보다 적은 숫자의 인력이 실무단을 꾸리고 있다. 모두 합해 50~60명 안팎이다. 이는 사무실 실평수가 박 전 위원장 캠프의 4분의 1에 불과한 김지사 캠프의 인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태희 전 실장 캠프가 20~25명, 김태호 의원 캠프가 30명가량인 것과 비교해도 그다지 많은 수가 아니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이번 경선은 박 전 위원장이 다른 후보에 비해 (지지율 면에서) 차별화가 된다. 그런 와중에 경선 때부터 캠프를 크게 꾸리면 새누리당 내에서 경선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그래서 가능한 한 조용히, 적은 인력으로 경선을 치르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대권 주자들 역시 대부분 여의도에 캠프를 마련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일찌감치 국회 앞에 위치한 신동해빌딩 11층에 캠프를 차렸다.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이 건물에 경기도 서울사무소를 연 것이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민주당 ‘빅3’,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규모

공교롭게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이 건물 3층에 캠프를 꾸렸다. 그동안 서울에 올라오면 주로 지지자 모임 사무실을 활용해왔는데,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정세균 전 대표는 금영빌딩 7층에 위치한 ‘국민시대’ 사무실을 사용해오다 기계회관 6층에 사무실을 얻어 캠프를 마련했다. 그 밖에도 조경태 의원은 진미파라곤빌딩, 김영환 의원은 LG에클라트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만 마포구 창전동에 캠프를 꾸렸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국회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진 동여의도에 자리를 잡았다. 증권거래소 건너편인 동화빌딩 5층이다. ‘대선 캠프촌’이라 할 수 있는 서여의도가 아니다. 문고문측은 “지난 4·11 총선에서 선보인 바 있는 ‘열린 캠프’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서여의도에서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규모는 실평수로 2백10평 정도이다. 사무실 월세는 1천2백만원 정도이다. 물론 관리비는 별도이다. 인근 건물의 경우를 통해 유추했을 때 약 1천만원으로 추산된다. 임대 보증금과 중개 수수료에 1억8천8백만원, 사무소 인테리어 비용에 3천여 만원을 쓰기도 했다.

사무실 오른쪽은 실무진들이 일하는 곳이다. 왼쪽은 카페처럼 구성되어 있다. 긴 탁자와 의자가 놓인 열린 공간이다. 지난 총선 때 운영했던 사무실과 비슷하다. 다만 내부 색상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당시에는 공간 전체가 ‘친노’를 상징하는 노란색이었다. 이번에는 담쟁이색인 올리브 그린으로 꾸며진다. 친노 중심 체제에서 탈피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재 캠프 내에는 15~20개 팀이 꾸려져 있다. 선거사무원으로 고용된 직원 이외에 1백20명가량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실무진들도 대부분 자원봉사자라는 것이다. 외곽 조직으로는 ‘담쟁이 포럼’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1차 발기인이 3백30여 명으로, 문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캠프는 실평수가 2백평 정도이다. 여기에서 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문고문 캠프와 마찬가지로 기획·공보·조직 업무 등 모든 부서가 한곳에 모여 있다. 대선 경선을 두 번째 치르는 만큼 캠프 내 실무진들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어왔다. 그런 만큼 캠프 내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의사 결정도 빠르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무실 가운데를 비워 두었는데 부서가 늘어나면서 공간이 좁아졌다. 회의실이 세 곳 있는데 이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인근 카페에서 회의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사무실 임대료가 운영 비용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두관 전 지사의 캠프도 손 전 대표 캠프와 같은 건물에 있다. 층수만 다를 뿐 규모는 비슷하다. 실무진을 중심으로 한 상근 인원도 40명 정도이다. 김 전 지사의 외곽 지원 조직인 ‘생활정치포럼’은 박근혜 전 위원장 캠프가 위치한 대하빌딩 8층에 있다. 당직자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자체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손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사무실 규모는 문고문의 그것과 비교해도 비슷한 크기이다. 인근 부동산업자의 말에 따르면 임대료 및 관리비 등의 월세 비용도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정세균 전 대표 캠프는 실평수가 60평 정도이다. 상근 인력은 20여 명이다. 의원실에서 파견된 보좌진이 7명 정도 있다. 그 외에는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라고 한다. 사무실 임대료 등이 월 6백만원, 관리비가 3백만원 정도이다. 아직까지 인건비는 별도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인원은 적은 편이지만 충성도나 열정에서는 다른 캠프에 뒤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는 모두 메인 캠프에 한한 조사 결과이다. 대권 주자들의 사무실은 메인 캠프만이 다가 아니다. 한 후보의 경우 여의도에만 크고 작은 비공식 사무실이 10개를 훨씬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단순한 팬클럽에서부터 각 지역 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거점과 정책 자문 그룹 사무실 등 성격이 다양하다. 각 후보의 캠프 관계자들은 “캠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룬다.

임대료 외 경선 기탁금·홍보비 등도 지출

건물 임대료 이외에도 다양한 부분에 돈이 들어간다. 우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한 ‘입장료’가 있다. 각 정당에 내야 할 기탁금이다. 새누리당은 2억5천만원이다. 민주당은 1억원이며, 컷오프를 통과한 다섯 명의 후보는 3억원을 더 내야 한다. 상당한 비용이다. 당내 경선에 사용되는 돈이기 때문에 선거법에 의거해 돌려받을 수도 없다.

책상·의자·컴퓨터 등 사무실 집기를 대여하는 비용도 있다. 건물 관리비에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전문 임대업체로부터 빌리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그 비용으로 월 5백만~1천만원이 들어간다. 그 밖에도 소모품 구입, 음료 및 간식 구입, 주유·주차비 등 각종 잡비 명목으로 월 100~2백만원이 들어간다. 자원봉사자가 아닌 선거운동원을 고용했을 경우 인건비도 추가된다. 1인당 월 2백만원을 조금 넘는 액수로, 현행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상한선인 10명을 고용하면 인건비로 매달 2천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물론 이는 공식적인 경우이다. 정치권에서는 비공식적인 가용 인원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인건비는 별도로 지급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홍보비도 대선 캠프의 주요 지출 항목이다. 특히 본선에서는 각 당의 명운을 걸고 홍보 전쟁이 벌어지는 만큼, 막대한 돈이 홍보 쪽에 쏠린다. 경선 국면에서도 수십만 명의 선거인단 등에 배포하는 유인물, 문자메시지 발송, 자체 여론조사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가 들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각 캠프측의 공통된 전언이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경선 주자들까지도 홍보 동영상을 거의 의무적으로 제작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에 따라 경선 국면에서의 홍보비 지출은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동영상 제작에 공을 들인다면 많게는 억대의 돈이 추가로 들어갈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각 캠프들은 경선 과정에서 적게는 5억원, 많게는 15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비용일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여야 대권 주자들의 캠프에서는 비용 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밝히기를 꺼리는 분위기이다. 한 대선 캠프의 핵심 인사는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것이 돈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또 각 캠프측에서는 후보자의 사비, 정치 후원금, 출판기념회 수익금 등을 통해 캠프를 꾸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처럼 합법적인 경로로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묻지 마 식 후원을 받는 등 무리하게 자금을 거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에 따라 펀드로 선거 자금을 마련하는 등 비용 조달 방식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시사저널 인기기사]

▶ 논란 휩싸인 ‘5억짜리 김연아 동상’

▶ ‘모피아’ 몰아붙이는 금감원의 ‘젊은 반란’

▶ ‘맞팔’ 좀 했다고 검찰 조사 받는 세상

▶ ‘지상에서 부활’ 꿈꾸는 중국 기독교

▶ ‘부실 투자’에 뚫린 향군 빚만 5천억원+α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