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없는 대통령의 한계
  • 성병욱 | 언론인 ()
  • 승인 2012.08.0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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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약집 비슷한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방송 출연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선 분위기이다. 박근혜라는 유력 대선 후보가 있는 새누리당에서는 ‘의식적인 무시’에서 벗어나 안원장에 대한 검증과 비판이 시작되고 있다. 안원장을 연대·단일화 대상으로 보는 민주당은 비평을 유보하고 있지만 대권 후보들은 은연중에 견제 심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일반의 반응도 호오(好惡)가 확연하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과 소외층에 대한 배려와 함께 복지에 따른 세 부담 증가, 안보관도 균형 있게 담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청·장년층에서 폭넓게 들을 수 있다. 깊이 없이 진보·좌파들의 의견과 일반 대중에 인기 있을 주장을 나열했을 뿐 상호 모순되는 명제가 적지 않고 북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드러나 있다는 혹평도 따른다.

안원장의 대선 출마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현실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정치 세력이 없는 유력 후보라는 새로운 현상이 여러 의문과 문제를 제기한다. 기성 정치와 정치인이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은 강점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쪽의 생각인 듯하다.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당선이 그런 생각을 굳혔을 수 있다. 정치의 중심이라는 면에서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차원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의회 정치·정당 정치 체제에서 정당의 뒷받침이 없이는 대통령이 되기도 어렵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의 여론조사 판세로는 여야 당 후보와 안원장의 3파전으로는 새누리당 후보를 꺾기 어려워 보인다. 대선에서 안원장에게 승산이 있으려면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을 거쳐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안원장 같은 사람은 기성 정당 후보보다 박시장처럼 범야권 후보를 선호할지 모른다. 그러나 설혹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국회 내 지지 세력 없이는 국정을 수행하기 힘들다. 스스로 공산당을 제외한 범국민적 지도자라고 자부해 여당의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국회 내 비판 세력이 커지자 결국 자유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차기 대통령은 임기 3년 이상을 19대 국회와 함께해야 할 운명이다. 적어도 선거를 함께한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지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국회 소수 세력이다. 그나마 세력이 분산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새 정부 둘레에 묶어두려면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에 입당하든지 민주당을 포괄하는 새 여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민주당에 뿌리가 없는 대통령에게 의원들이 잘 따를지는 의문이다. 새천년민주당의 주류가 아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도 당 주류와의 불화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까지 가지 않았던가. 그래도 노대통령은 임기 1년여 만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탄핵 파동의 덕을 봐 그 후 2년 남짓은 대국회 관계가 순탄했다. 그러나 다음 총선이면 임기 3년이 넘을 새 대통령은 공천과 선거에 힘을 쓰기 어렵다. 차기 공천과 선거에 별 영향력도 기대할 수 없고, 당에 뿌리도 세력도 없는 대통령이 과연 소수 여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국회의 벽을 헤쳐나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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