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은 왜 자꾸 고관들 끌어들이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8.0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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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나 공기업 퇴직 인사 잇달아 영입…부영주택 이중근 회장 포함 대표이사만 6명에 달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영그룹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정부 부처나 공기업에서 퇴직한 인사들을 잇달아 계열사 대표로 영입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정부 인사만 10여 명에 달한다. 사내이사나 감사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지주회사인 ㈜부영은 올해 3월까지 네 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이중근 회장을 제외한 세 명이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다. 지난 4월 건교부 차관 출신인 김의기 대표와 서울고등법원 판사였던 정동윤 감사가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상황이 더하다. 부영주택은 지난해부터 이삼주 전 토지공사 본부장과 김재명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등을 잇달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후 6월까지 여섯 명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이 중 세 명이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다. 이일난 대표나 이삼주 대표, 최병찬 대표 등은 ㈜부영이나 부영환경산업의 경영까지 겸하고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직자 출신을 대거 대표로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일부는 공직 퇴임 전에 부영 계열사 대표 취임

일부 인사는 대표이사 취임 직후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김재명 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는 지난 4월30일 부영주택 대표이사에 선임되었다. 김 전 대표는 토지공사 출신인 이삼주 대표와 함께 경영 지원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취임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정규섭 창원시 전 회원구청장도 지난 2011년 9월 부영주택에 취임했다가 6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정부 인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아니겠는가. 최근 1년 사이에 대표이사나 감사가 갑자기 바뀐 사례만 여러 건이다”라고 말했다. 

부영그룹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의 일까지 일일이 알 수는 없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를 채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잇단 고위 인사 영입은 정부의 로비 창구나 방패막이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부영주택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전국의 임대아파트를 분양 전환하면서 현금 보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쌓은 현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나섰다. 지난해 무주리조트와 제주 앵커호텔을 잇달아 인수했다. 쌍용건설, 한국토지신탁 등의 인수전에도 꾸준하게 명함을 내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생존을 걱정하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반대되는 행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임대주택 사업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때 4조원을 웃돌던 임대주택 채권은 지난해 2조원대까지 추락했다. 새로운 효자 사업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래 먹을거리 발굴 차원에서 고위 공직자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고위 공무원 출신인 이보규 21세기사회발전연구소장은 “기업들이 방패막이 차원에서 퇴직 공무원들을 영입하는 경우가 최근 크게 늘어났다. 부영의 사례 역시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용락 전 대한주택공사 부사장 겸 기획경영본부장은 지난 2010년 1월 ㈜부영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주택공사에서 퇴임한 지 3개월여 만이었다. 강교식 충북개발공사 사장은 퇴직하기도 전에 ㈜부영의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행정안전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9년 2월5일에 ㈜부영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그는 국토부 산하 해외건설협회 부회장으로 있었다. 명광복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부영은 토목공사나 주택, 해외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다. 주택 공사나 해외건설협회는 부영과 사업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용지 분양 과정에서 특혜 논란 일어 주목

충북개발공사는 최근 오창제2산업단지 내의 공동주택 용지를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일부 분양 용지의 용도를 변경했다. 부영주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 부지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부영은 수백억 원 상당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분양 용지는 평당 2백만원이고, 임대 용지는 평당 100만원대이다. 임대 용지로 변경된 부지를 부영주택이 매입하면서 공사는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충북개발공사는 현재 부영 출신인 강교식 사장이 이끌고 있어 특혜 분양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강사장은 지난 2010년 7월 충북개발공사 사장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부영 대표이사를 지냈다. 때문에 공사와 부영주택측이 부지 매각을 앞두고 사전 조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충북개발공사측은 “(강사장이) 부영측과 물밑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개 입찰 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주요 건설업체를 찾아 부지 매각을 타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강사장이 부영측과 접촉해 부지 매각을 매듭지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것까지 특혜라고 하면 우리는 땅을 팔지 말라는 것이냐”라면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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