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 겸비한 인맥의 ‘별 천지’
  • 이춘삼│편집위원 ()
  • 승인 2012.08.0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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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ROTC 출신들

ROTC 중앙회 건물. ⓒ 시사저널 최준필
17만8천명 회원 전체의 최저 학력이 대졸, 가장 낮은 (군대) 계급이 중·소위이다. ROTC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61년 태어난 ROTC가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ROTC는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장교의 산실’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는 ‘대한민국 ROTC중앙회’ 회관이 우뚝 서 있다. 창설 50주년인 지난해 3개월간 모금 활동을 벌여 마련한 100억원의 기금으로 건물을 구입해 그해 6월1일 개관식을 가졌다. ROTC인(‘ROTCian’이라고 부른다)들은 자신들이 고대교우회,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보다 더 결속력이 강하다고 자평한다.

ROTC 출신들의 조직은 씨줄 날줄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다. 기수별, 학교별, 병과별, 지역별, 직역별 등등. 이런 요소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면 엄청난 경우의 수가 나온다.

중앙회를 정점으로 ‘○기 총동기회, ○○대 총동기회, ○기 ○○대 동기회, ○기 ○○병과회 등이 있다. 여기에 ○기 예비역 기독장교연합회와 같은 종교인 모임, ROTC 경남교원동문회’식으로 지역·직역별 모임도 있다. ROTC ○○지구 총동문회와 북미주 총연합회 등 해외 지부가 지역별로 설치되어 있다. 골프·등산 같은 동호인회를 만들어 친목을 다지는가 하면, 별을 단 사람들의 모임인 ROTC성우회도 있다.

별중의 별 4성 장군도 다수 배출

현재 학군단(학생군사교육단)이 설치된 대학은 육군 1백10개 대학, 해군 4개 대학(한국해양대 등), 공군 2개 대학(항공대 등)이고 제주대 학군단은 해군·해병 장교를 양성한다. 2010년부터 숙명여대 등 여자 대학에도 ROTC가 도입되었다.

신입사원 공채 시험에서는 ROTC 장교 출신들이 환영을 받는다. 복무 기간 동안 배양된 책임감과 통솔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경우를 보면, 여러 교우 모임 중에서 ROTC교우회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1963년 2월 고려대 102학군단이 제1기 2백38명의 소위를 임관시킨 이래 2009년 47기까지 7천명에 가까운 장교를 배출했는데 그중 장군 진급자가 7명에 이른다. 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1기·정외과 59학번·전 2군사령관)은 ROTC 출신으로서 최초 장군 진급이라는 기록에 이어 별 네 개를 달았으며, 2기의 김진호 대장(사학과 60학번)은 국군의 최고위직인 합참의장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이 두 사람 외에 ROTC 역사상 4성 장군에 오른 장교로는 홍순호 전 2군사령관(4기·서울대), 조재토 전 2군사령관(9기·전북대), 이철휘 전 2작전사령관(13기·명지대)이 있다.

서경석 주동티모르 대사(3기·사학 61학번·전 6군단장·중장), 김영철 전 국군정보사령관(4기·소장), 장배현 전 육군항공사령관(5기·소장)이 고려대 ROTC의 역사를 빛냈다.

고려대 ROTC가 강했던 배경에는 고 김유복 초대 단장(당시 대령)의 노력이 있었다. 육사 7기생인 김단장은 고려대 학훈단장으로 부임한 후 처음 발을 내디딘 ROTC의 기틀을 닦느라 애쓰는 한편, 고려대 ROTC생들을 강한 장교로 길러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30사단장을 마지막으로 준장으로 예편한 후 국회의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ROTC 1기생들은 생소한 ROTC 제도를 개척해 창설 50주년을 맞은 오늘날의 초석을 닦았다. 배병휴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도 그중 한 명이다. 1기 동기생 중에서는 박세환 대장, 김봉찬 소장 등 장성 9명이 배출되었으며 전역 후 각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 많다.

언론계에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박병윤 전 한국일보 부회장, 이동화 전 서울신문 사장이 있고, 관계에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세옥 전 대통령 경호실장, 김유후 전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 박재윤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있다.

1기 출신 가운데 경제계에서 전문경영인이나 창업 기업인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CEO가 많다. ROTC중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규직 경기대 이사장(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 역임),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전경련 회장을 지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이충구 유닉스전자 대표이사 회장,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그들이다.

시스템 창호 전문 기업인 이건산업의 박영주 회장은 재계에서 매너 좋기로 알아주는 멋쟁이 신사이다. 게다가 음악·미술·무용·문학·사진·와인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가 수준의 식견과 관심을 갖고 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사주인 최태원 회장을 가르치고 도우며 SK그룹을 이끌었던 CEO였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후 선경직물에 입사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 SK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군대 시절에도 경리장교를 했으니 대학과 군대 생활 내내 경영 수업을 받은 셈이다. 

이지송 사장은 현재 한국 건설업계 최고경영자 중 가장 어른이다. 1962년 건설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데 이어 반세기 동안 건설 외길을 걸었다. 1976년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긴 뒤 2003년부터 3년간 사장으로 일했다. 현대건설 사장 퇴임 후에는 경복대 총장으로 학계에도 몸담았다. 현직 국내 건설업 CEO 중에서 산(産)·학(學)·관(官)을 모두 경험해본 유일한 인물이다.

정계·재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

이들과 동기인 이충구 유닉스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도 ROTC 중앙회 회장을 지내며 ROTC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했다.

2기에서는 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김진호 전 합참의장(대장 예편), 손병두 KBS 이사장, 서정갑 육해공군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 이경재 전 국회의원, 하순봉 경남일보 회장(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동기들이다.

3기에는 김태환 의원(새누리당·구미 을), 민계식 현대중공업 상담역, 서경석 주동티모르 대사(전 6군단장·중장 예편), 송광호 의원(새누리당·제천 단양), 임재문 전 기무사령관(중장 예편)이 있다.

현대중공업을 10여 년간 이끌어온 3기 출신의 민계식 회장은 지난해 말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민상담역은 2001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부회장, 회장을 거치며 현대중공업의 사업 다각화와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세계 1등 한국 조선업의 산증인이다. 그가 출원한 국내·국제 특허가 3백건이 넘어 ‘발명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송광호 의원은 중령으로 예편한 후 개인 사업을 하다가 14대 국회에 처음 들어갔고 16, 18대를 거쳐 19대 의원으로 4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출신 4성 장군으로 홍순호 전 2군사령관이 있다. 1966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4기로 임관했다. 1993년 10월 서울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단장에 보임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1996년 국방정보본부 북한정보부장으로 대북 군사 정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준장과 소장 진급에서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탔던 그는 군단장을 거쳐 대장 계급장을 다는 영예를 안았다. 그와 같은 4기 동기 중에는 이방주 JR자산관리㈜ 회장, 임창열 경기일보 회장,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장관이 있다.

그 아래 기수 중에서 국회에 입성한 인물로 이윤성 18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6기), 이계진 전 국회의원(8기), 김홍업 전 국회의원(10기), 문국현 전 국회의원(10기), 신경민 의원(13기·민주통합당·서울 영등포 을), 정몽준 의원(13기·새누리당·서울 동작 을), 최욱철 전 국회의원(14기), 안효대 의원(16기·새누리당·울산 동구)이 있다.

김하중 전 통일부장관(7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8기), 류우익 통일부장관(9기),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장관(10기),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14기)이 국무위원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유명 기업인으로는 김정웅 한진중공업 부회장(5기), 김창근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10기)을 꼽을 수 있다.

14기 기업인 중에는 구자명 LS Nikko동제련 대표이사 회장,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장세주 동국제강 대표이사 회장이 있다. 구자용 E1 대표이사 회장(15기)과 우석형 신도리코 대표이사 회장(16기), 김영진 한독약품 대표이사 회장(17기)도 유명 기업인이다.

금융계에는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6기)와 서진원 신한은행장(12기)이 있다.

학계에는 김유항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4기), 이장무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이사장(5기·전 서울대 총장), 강철규 우석대 총장(6기),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6기),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6기), 유병진 명지대 총장(12기),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17기)이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 중에서 소설가인 김홍신 건국대 석좌교수가 9기이고, 명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렸던 차인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석좌교수(5기)가 ROTC중앙회 회장을 지냈다. 뽀빠이 이상용씨는 5기 기갑장교 출신이며, 이상벽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은 7기, 국민 배우 안성기씨는 12기이다.


1기

이름 출신교 직책
김대중 서울대 조선일보 고문
김백준 고려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봉찬 연세대 전 학생중앙군사학교 교장(소장 예편)
김세옥 조선대 전 대통령 경호실장
김유후 서울대 전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
박규직 고려대 ROTC중앙회 초대 회장
박병윤 서울대 전 한국일보 부회장
박세환 고려대 재향군인회 회장(전 2군사령관·대장 예편)
박영주 서울대 이건산업 회장
박재윤 서울대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배병휴 고려대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
손길승 서울대 SK텔레콤 명예회장
이동화 서울대 전 서울신문 사장
이병옥 충남대 전 육군 화학감(준장 예편)
이지송 한양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이충구 성균관대 유닉스전자 대표이사 회장
허진규 서울대 일진그룹 회장


2기

이름 출신교 직책
김정배 고려대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김진호 고려대 전 합참의장(대장 예편)
손병두 서울대 KBS 이사장
서정갑 연세대 육해공군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
양승권 경희대 전 52사단장(소장 예편)
이경재 서울대 전 국회의원
이민홍 동국대 5군지사 사령관(소장 예편)
이용경 서울대 전 국회의원(창조한국당)
하순봉 서울대 경남일보 회장


3기

이름 출신교 직책
김세출 경희대 전 66사단장(준장 예편)
김태환 연세대 국회의원(새누리당·구미 을)
김행남 동국대 전 1군수지원사령관(소장 예편)
민계식 서울대 현대중공업 상담역
배영복 성균관대 전 육군 정훈감(준장 예편)
서경석 고려대 주동티모르 대사(전 6군단장·중장 예편) 
송광호 성균관대 국회의원(새누리당·제천 단양)
임재문 건국대 전 기무사령관(중장 예편) 
천신일 고려대 세중나모 대표이사 회장


4기

이름 출신교 직책
구승평 부산대 LG전자 상임기술고문
김영덕 경북대 전 육군 헌병감(소장 예편)
김영철 고려대 전 국군정보사령관(소장 예편)
김유항 서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박성익 성균관대 전 53사단장(소장 예편)
이방주 고려대 JR자산관리㈜ 회장
임창열 서울대 경기일보 회장
허신행 서울대 전 농림수산부장관
홍순호 서울대 전 2군사령관(대장 예편)
홍웅표 한양대 전 수송사령관(준장 예편)


5기

이름 출신교 직책
김정웅 인하대 한진중공업 부회장
김종식 한양대 전 72사단장(준장 예편)
노연웅 건국대 전 11군단장(중장 예편) 
박기준 경북대 전 28사단장(소장 예편)
박상호 동국대 전 62사단장(준장 예편)
손욱 서울대 한국형리더십개발원 이사장
이상용 고려대 방송인
이장무 서울대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장배현 고려대 전 육군항공사령관(소장 예편)
정동수 한양대 서희건설 사장
차인태 연세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석좌교수


6기

이름 출신교 직책
강철규 서울대 우석대 총장
김영래 연세대 동덕여대 총장
박성현 서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이름 출신교 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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