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해수욕장, 음주 규제 활동으로 청소년 성범죄 줄어들었다
  • 장혁진 인턴기자 ()
  • 승인 2012.08.07 23: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여름철 경포대해수욕장은 부산 해운대, 충남 대천해수욕장과 함께 청소년 탈선 장소로 유명하다. 여름마다 경포대해수욕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성범죄로 경찰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요즘 경포대해수욕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매일 밤 경포대 해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음주 규제 활동 덕이다.

강릉시는 현재 경포대해수욕장을 ‘술 없는 청정 해변’으로 만들기 위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현행법상 해변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매일 밤 경찰이 적극적으로 순찰에 나서면서 경포대 백사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아예 휴가 행선지를 ‘경포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피서객들 사이에서 ‘경포대에서는 재미있게 놀기 힘들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경포대해수욕장을 찾는 가출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경포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 건전한 분위기로 바뀌다 보니 일탈을 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경포대해수욕장이 한산해지면서 청소년 성매매도 많이 줄어들었다.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춘천 길잡이의 집 라태랑 소장은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청소년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여름마다 청소년 성매매 예방 활동을 하기 위해 경포대를 찾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라소장은 “지난해만 해도 경포대 인근 모텔에서 성인과 혼숙하거나 해변에서 술을 마시는 가출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청소년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7월31일부터 3일간 경찰들과 함께 모텔과 술집들을 대상으로 순찰 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성매매 적발 건수가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매일 밤 반복되는 경찰의 음주 규제 활동에 대해 상인들은 불만이 많다. 박종식 경포번영회 사무처장은 올여름 들어 경포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관 20명 이상이 경광봉을 들고 해변을 돌아다닌다. 이런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피서객들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기겠느냐. 해변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이 받는 경제적인 타격도 크다. 박종식 처장은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1억원 가깝게 매출 손실을 본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밤마다 방이 텅텅 비고 횟집에는 손님들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음주 규제도 좋지만, 지역 상권이 입을 피해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상인들이 입는 피해는 경포대해수욕장이 개장한 이래로 가장 심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을왕리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청소년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청소년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경포대해수욕장과 같은 강력한 규제 조치가 있어야 청소년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보호단체인 사단법인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여름철이 지나면 청소년들의 임신 관련 상담이 늘어난다. 상담 내용 중에는 여름 휴가지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강력한 조치들이 필수적이다.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벌이고 있는 음주 규제 활동도 청소년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