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과 아저씨의 위험한 거래…추태로 얼룩지는 ‘해변의 추억’
  • 엄민우 기자·장혁진 인턴기자 ()
  • 승인 2012.08.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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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해수욕장에서 벌어지는 즉석 만남 실태 현지 취재 / 청소년들의 성문란 행위 심각한 수준

ⓒ 시사저널 전영기

방송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김상원씨(가명·34)는 최근 대천해수욕장을 다녀왔다.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더듬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대천해수욕장은 변해도 너무 변해 있었다. 해수욕장의 밤거리는 마음에 드는 이성과 즉석 만남을 하기 위해 헤매는 무리들로 가득 찼다. 수영복만 입은 채 술을 먹고 위태롭게 널브러져 있는 여성도 눈에 들어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청소년들의 과감한 행동이었다. 김씨는 “한눈에도 여고생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옆에서 ‘아 오늘 공쳤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성인 남성들과의 즉석 만남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우리 주변을 맴돌며 눈길을 보내는 것이 불편해 그냥 숙소로 들어와 술을 마셨다”라고 전했다.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청소년들의 성문란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에는 ‘나쁜 어른’들이 순진한 여고생에게 접근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여고생들도 적극적으로 ‘오빠’들과의 즉석 만남을 시도한다. 특히 대천해수욕장은 그중에서도 즉석 만남이 가장 횡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청소년 성매매 예방 캠페인이 벌어지는 곳 중 하나이다. <시사저널> 취재진은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3일간 대천해수욕장에 머무르며 청소년과 성인 간 즉석 만남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만난 여고생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충남 대천해수욕장으로 피서온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늦은 밤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방학 맞아 해수욕장에서 먹고 자고…

7월31일 밤 10시. 대천해수욕장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해변가에 길게 늘어선 횟집들이 켜놓은 환한 조명과 네온사인이 해수욕장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5백m가량 이어지는 횟집 골목은 밤을 즐기러 나온 남녀들로 가득했다. 남자는 20~40대, 여자는 10~20대가 주를 이루었다. 보통 3~4명씩 짝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들도 흔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성 중에는 앳되어 보이는 무리도 많았다. 한눈에도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밖에 안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횟집 골목을 따라 죽 걷다 보니 광장이 나왔다. 광장 주변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번호를 교환하는 이른바 ‘헌팅’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벤치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화장을 고치고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리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다가 주변에 성인 남성들이 보이면 다가가 말을 걸곤 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 두 명이 고등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 네 명을 데리고 술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남성보다 여성의 표정이 더 밝아 보였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 취재진은 이곳을 배회하던 여고생 이혜진양(가명)과 그의 친구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혜진양은 한 여자상업고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재학생이었다. 1백50cm밖에 안 되는 키에 깡마른 체구의 그는 한눈에도 미성년자였다. 어색해보일 정도로 짙은 화장과 한 뼘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찔한 힐을 신고 있었다. 걷기가 불편한지 한 걸음 한 걸음 떼는 것 자체가 위태로워 보였다.

이혜진양은 방학을 맞이해 친구들과 놀러왔다고 했다.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묻자 ‘일주일째’라고 대답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어떻게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했을까. 이혜진양의 대답은 놀라웠다. 그는 “먹고 자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여기 놀러온 어른들이 다 해결해준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친구들 10명과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낮에는 같이 몰려 다니다가 밤이 되면 3~4명씩 흩어져 돌아다닌다. 너무 많이 몰려 있으면 성인 남성들을 유혹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돈 많아 보이는 남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이들은 수동적으로 남성을 기다리는 수준을 넘어 아예 본인들이 선택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는 “아예 남성들을 만나자마자 구체적으로 그날 어떤 술을 먹을지, 어떤 메뉴를 먹을지 정하는 아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혜진양에 따르면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들은 매일 밤 ‘재력’이 있어 보이는 남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명품 옷을 입고 있거나 외제차를 타고 있는 성인 남성들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이 사람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른바 ‘간’을 본다고 한다. 이혜진양의 무리 중에는 남성을 만나자마자 아예 양주를 사달라고 조르며 비싼 술집만 골라 가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상대 남성의 경제적인 수준을 판단해 성매매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혜진양은 “밤에는 흩어졌던 아이들이 아침이 오면 광장 주변에 다시 모인다. 그리고 밤사이 벌어졌던 일들을 친구들에게 늘어놓는다. 자신이 어떤 남성을 만났는지, 무엇을 얻어먹고 성관계를 대가로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를 자랑처럼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털어놓는 혜진양은 조금도 망설이거나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천해수욕장 맞은편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복순씨는 대천 해수욕장은 유난히 청소년들의 비행이 심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령·홍성·천안 등지의 고등학생들이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으로 몰려와 밤늦게까지 돌아다닌다. 어린 아이들이 나이 많은 어른들과 밤늦게까지 짝을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 뒤쪽 텐트촌에서는 청소년들이 남성들끼리 온 텐트에 무단으로 들어가 술을 사달라고 조른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조개구이를 먹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는 장 아무개씨는 “한눈에 보아도 어린 학생들이 짙게 화장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저런 모습들을 함께 보고 있자니 아주 민망하다. 성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청소년 성매매 사실 몰라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경찰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찰은 청소년 성매매가 대천해수욕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김용기 충남 보령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장은 “매일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해수욕장 인근을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판 업소들을 단속하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워낙 공간이 넓고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행위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광장 한쪽에서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청소년 성매매 예방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국 4개 해수욕장(경포대, 대천, 을왕리, 해운대)에서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청소년 성매매 예방 활동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천막과 테이블을 설치해 상담 부스를 마련해놓고 청소년들의 서명을 받고 무료로 성폭력 상담을 진행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상담을 마친 청소년들에게 아예 피임 기구를 나누어주었다. 취재진이 자원봉사자와 인터뷰하고 있던 도중 술에 취한 한 여성이 상담 부스로 다가왔다. 고등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이었다. 나이를 묻자 스무 살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피임 기구를 줄 것을 요구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서명을 요구하고 상담을 시도했지만 그는 거부하며 피임 기구만 달라고 했다. 결국 피임 기구를 받을 수 없게 되자 그는 짜증을 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 시사저널 전영기
여성가족부는 오는 8월9일까지 전국 4개 해수욕장(경포대, 대천, 을왕리, 해운대)에서 해변을 찾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성매매 예방 홍보캠페인을 실시한다. 캠페인은 각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종합센터·청소년상담지원센터 등 유관 기관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대천해수욕장에서는 대전광역시이동일시청소년 쉼터의 자원활동가들이 지난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정옥 대전광역시이동일시청소년쉼터 소장을 만나 해수욕장 청소년 성매매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요즘 대천해수욕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밤 9시부터 11시까지 대천해수욕장 신광장 주변에서는 해수욕장에 놀러온 남녀 간에 즉석 만남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문제는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일탈 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성인 남성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고, 밤늦게까지 같이 있게 되면 원치 않게 성관계를 맺게 되거나 자연스럽게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캠페인은 효과가 있나?

지난 3일 동안 청소년 7백여 명이 상담 부스에 방문했다. 대개 처음에는 몸에 헤나(문신의 일종)를 새겨넣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어서 이곳에 온다. 헤나를 새겨주면서 상담가들이 청소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왜곡된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떤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었는가?

청소년인 것이 분명한데도 나이를 물어보면 스무 살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많다. 홍성이나 천안 등 가까운 지역에서 놀러 온 여고생이 대부분이다.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장이나 옷차림을 화려하게 한 것도 공통점이다. 이런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성에 대해 아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아이들이다.

관광 산업 위축 등에 대한 우려로 주변 술집들이 모르는 척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그렇다. 대천해수욕장 주변의 편의점과 술집들을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에게 담배나 술을 팔고 있는지 점검해보았다. 청소년들이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고 담배와 술을 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어른스럽게 차려입은 청소년들의 옷차림 때문에 상인들 입장에서는 단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한 상인들의 행태는 분명 잘못되었다. 강력한 규제 활동이 필요하다.

왜 하필 대천해수욕장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학교라는 꽉 막힌 공간에 있던 청소년들이 방학을 맞아 휴가지에 오게 되면 마음을 풀어놓게 된다.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술도 마실 수 있고 청소년들이 밤늦게까지 어른처럼 행동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일탈 행위를 해도 누군가에게 제지를 받지 않는다고 여긴다. 거기에다가 어린 여학생과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를 근절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해수욕장 주변 유흥업소나 숙박업소 등 청소년들이 탈선을 저지르기 쉬운 사각지대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원천적으로 술을 팔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작은 빈틈이 청소년 성범죄를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기관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내실 있는 성교육을 진행할 책임이 있다. 왜곡된 성 관념을 가진 청소년들일수록 성범죄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여름철 경포대해수욕장은 부산 해운대, 충남 대천해수욕장과 함께 청소년 탈선 장소로 유명하다. 여름마다 경포대해수욕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성범죄로 경찰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요즘 경포대해수욕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매일 밤 경포대 해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음주 규제 활동 덕이다.

강릉시는 현재 경포대해수욕장을 ‘술 없는 청정 해변’으로 만들기 위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현행법상 해변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매일 밤 경찰이 적극적으로 순찰에 나서면서 경포대 백사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아예 휴가 행선지를 ‘경포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피서객들 사이에서 ‘경포대에서는 재미있게 놀기 힘들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경포대해수욕장을 찾는 가출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경포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 건전한 분위기로 바뀌다 보니 일탈을 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경포대해수욕장이 한산해지면서 청소년 성매매도 많이 줄어들었다.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춘천 길잡이의 집 라태랑 소장은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청소년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여름마다 청소년 성매매 예방 활동을 하기 위해 경포대를 찾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라소장은 “지난해만 해도 경포대 인근 모텔에서 성인과 혼숙하거나 해변에서 술을 마시는 가출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청소년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7월31일부터 3일간 경찰들과 함께 모텔과 술집들을 대상으로 순찰 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성매매 적발 건수가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매일 밤 반복되는 경찰의 음주 규제 활동에 대해 상인들은 불만이 많다. 박종식 경포번영회 사무처장은 올여름 들어 경포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관 20명 이상이 경광봉을 들고 해변을 돌아다닌다. 이런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피서객들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기겠느냐. 해변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이 받는 경제적인 타격도 크다. 박종식 처장은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1억원 가깝게 매출 손실을 본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밤마다 방이 텅텅 비고 횟집에는 손님들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음주 규제도 좋지만, 지역 상권이 입을 피해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상인들이 입는 피해는 경포대해수욕장이 개장한 이래로 가장 심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을왕리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청소년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청소년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경포대해수욕장과 같은 강력한 규제 조치가 있어야 청소년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보호단체인 사단법인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여름철이 지나면 청소년들의 임신 관련 상담이 늘어난다. 상담 내용 중에는 여름 휴가지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강력한 조치들이 필수적이다.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벌이고 있는 음주 규제 활동도 청소년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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