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답습하고 있는 한국의 검시 제도는 사후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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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법의학자 문국진 교수

ⓒ 글로세움 제공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 영화 <두 개의 문>이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확대 개봉까지 하고 있다. 말 그대로 화제작이다. 영화는 죽은 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항변하고 있다. 참사로 희생된 시신을 유족의 동의를 거치지도 않고 부검을 실시해 시신을 마구잡이로 훼손한 것이다. 신원을 확인하고 사인을 밝히는 일을 그렇게 몰래 실시했어야 했을까. ‘경찰의 폭력에 의한 사망’ 같은 사인을 없애려 한 것이라고 의심받을 만도 하다.

최근 <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글로세움 펴냄)를 펴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고칠 곳 많은 검시 제도에 메스를 댔다. 문교수는 “최근에는 복지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를 살아 있는 동안의 복지뿐만이 아니라 국민이 사망할 경우 그 사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을 필수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는 사망자 개인 및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모든 권리의 적정한 정리 그리고 사법 작용으로의 사회 질서 유지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법의학 불모지’인 한국에서 평생을 법의학자로 살아오면서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한 문교수는 “우리나라의 검시 제도가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허술한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사후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검시 제도의 개선은 제도적인 개선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법의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시 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전문 법의학자를 양성하는 일련의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이런 변화를 강조하는 문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국민의 죽음을 전담해 돌보는 직종이 없다. 검사가 검시의 주체이고, 대부분의 검시는 검사를 대신해 경찰관이 집행한다. 또, 검시에 검사, 경찰관, 의사, 판사의 네 직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본연의 직무가 있고 검시는 부수적인 셈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검시의 맹점은 국민의 죽음만을 전담해서 보살피는 외국의 검시관 같은 직종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문교수는 “이러한 상태로는 억울한 죽음이 은폐될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우리나라 검시 제도가 안고 있는 큰 문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가 유족 동의나 절차 없이 자기들이 알아서 부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대목과 거칠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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