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국경 ‘제대로 뚫은’ 싸이 스타일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2.08.12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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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 세계적 인기몰이…특히 뮤직비디오에 미국인들의 반응 뜨거워

ⓒ YG Entertainment 제공
올림픽 시즌이지만 온통 싸이 얘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가수 싸이가 이번에 발표한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와 뮤직비디오 얘기이다. 이 곡은 현재 국내외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온차트와 빌보드 K-Pop Hot 100에서 모두 2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이고 발표된 지 4주차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차트 정상에 있다. 최근 빨라진 신곡 소비의 패턴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게다가 대중음악의 본좌 미국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미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이 곡은 ‘TOP SONGS’ 부문 1백30위권, ‘TOP DANCE SONGS’ 부문 6위권, 또 ‘TOP DANCE ALBUMS’ 부문 4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우리말 가사에 미국을 겨냥한 그 어떠한 홍보조차 하지 않은 곡이 자체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금 미국의 쇼핑몰에 가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B급 정서에 기초한 싸이만의 코믹함과 즐거움에 ‘들썩’

특히 뮤직비디오에 대한 화제는 미국까지 강타한 싸이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코믹한 싸이의 말춤이 화제인 <강남스타일>은 각종 패러디 영상으로 게재되면서 미국 언론의 뜨거운 반응까지 이어졌다. CNN·LA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허핑턴포스트 등과 같은 미국 주요 언론 매체가 이 뮤직비디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아침 방송 <Eye Opener TV>에서는 진행자와 패널이 함께 방송 도중에

<강남스타일>의 안무인 말춤을 따라 하기도 했다. 해외의 유명 스타들도 SNS와 블로그에 잇따라 <강남스타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비 윌리엄스, 조쉬 그로반, 티페인이 그들이다. 특히 힙합 뮤지션 티페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MV이다”라고 표현했다.

도대체 이 폭발적인 반응의 이유는 무엇일까. 가수 싸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게다가 이번 6집 앨범은 싸이 스스로 얘기했던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간 ‘양(아치)스러운’ 감성을 보여주는 노래’이다. 실제로 이 곡은 2001년 1월 그의 첫 번째 데뷔곡인 <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로서는 가수라고 보기 어려운 비주얼(물론 그런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에 그 언밸런스한 비주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의 독특한 안무, 게다가 엽기적인 가사까지 어우러져 싸이는 당시 유행했던 엽기 코드와 함께 엽기 가수로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이 시기부터 싸이의 음악적 역량은 이미 폭발했던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시대가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지금 같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버린 SNS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만큼 다양성의 문화에 대한 대중의 열린 마음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K팝에 대해 지금과 같은 인식도 없었을 때이다. 그런 시기에 그는 외계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운하게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기 시작할 즈음 마약 사건이 터졌고 곧이어 군 복무 문제도 터지면서 상당 기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착실하게 군 복무를 마치고 나온 싸이는 김장훈과 공연을 함께하면서 그의 숨길 수 없는 끼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K팝은 전 세계가 인지할 정도로 팝의 한 부문을 차지하는 위상을 갖게 되었다. 이즈음 국내의 음원 시장이 기존 가수들의 공식적인 음악들에서 점차 벗어나 ‘개가수(개그맨+가수)’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음악에 반응하게 된 것도 <강남스타일>이라는 곡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 된다. 이렇게 되자 싸이는 이제 제대로 된 자신의 시대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강남스타일> 안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미국인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싸이만의 스타일이 있다. 그것은 B급 정서에 기초한 그만의 코믹함과 즐거움이다. 사실 이 키치적인 B급 정서는 싸이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지만, 최근 들어 국내 음원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른바 개가수의 등장이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에 유재석과 노홍철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사실상 개가수를 촉발시킨 <무한도전>에서 파생된 일련의 가요제에 대한 헌사인 셈이다. 싸이 역시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참여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 후 ‘유브이’ ‘형돈이와 대준이’ ‘용감한 녀석들’ 같은 개가수의 등장은 대중으로 하여금 코믹함과 풍자가 뒤섞인 키치적인 B급 정서를 지닌 이들 음악에 빠져들게 했다. 어찌 보면 본래부터 싸이만의 스타일이었던 B급 정서를 담은 <강남스타일>은 이들의 본좌 격인 셈이다. 스스로를 기꺼이 희화화해서 풍자의 대상으로 올려놓는 이 방식은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는 엽기 코드가 주는 특이한 것에 대한 웃음을 선사하고 어른에게는 현실 풍자가 갖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이 우리네 가사로만 된 <강남스타일>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는 음악이다.

<강남스타일>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곡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왔다. 누구나 쉽게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곡이다. 그 위에 K팝의 특징으로도 볼 수 있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오빤 강남스타일’이 반복된다. 물론 이 말은 외국인에게는 다른 말로 들리기도 한다고 한다. 한 외국인은 “‘오빤 강남스타일’이 ‘오픈 콘돔 스타일(Open Condom Style)’로 들렸다”라고 한다. 이 얘기는 이제 음악에서 언어는 장벽이 아니라 하나의 다양성의 시선을 넘어 모르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익숙한 댄스 사운드에 중독성 강한 춤…‘미국적 팝 스타일’이라 할 만

싸이 MV ⓒ YG Entertainment 제공
두 번째는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제공하고 있는, 누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는 유머 코드이다. 진지한 얼굴로 놀이터에서 썬탠을 즐기고 목욕탕에서 수영을 하며 도심에서 말춤을 추는 모습은 압도적인 비주얼의 싸이와 어울리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가 추는 특유의 말춤은 단순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우며 어찌 보면 스타일이 나기도 한다. 보편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사운드에 말춤 같은 중독성 강한 춤 동작이 얹어지니 누구나 한 번쯤 흉내 내고픈 욕구가 생긴다. 항간에 이 곡이 제2의 마카레나 열풍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음악 다음으로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 세 번째 요인은 K팝의 저변과 그 속에서 새로운 K팝으로서 싸이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이 갖는 K팝에 대한 인식은 마니아적일 수밖에 없다. 자국의 팝을 즐기는 이들이 가끔 새로운 음악을 찾다가 즐기게 되는 것이 K팝이기 때문에 몇몇 열혈 팬과 일반 대중 사이의 거리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즉, 그들에게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자신들이 보아왔던 팝과는 다른 어떤 것이다. 기획사에 소속되어 오래도록 연습을 거치고 그래서 딱딱 맞아 돌아가는 군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싸이의 음악은 뭔가 다르면서도 그들과 같은 요소를 갖고 있다. 거기에는 미국식 B급 유머를 떠올리게 하는 키치적인 코믹함이 있고, 익숙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있다. 게다가 미국적인 팝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창의적인 요소들과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싸이가 여타의 아이돌 그룹과 달리 ‘만들어진’ 느낌과는 정반대로 자유분방한 느낌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인상이 강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싸이가 주목된 데는 그동안 K팝이 깔아놓은 인식의 저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위에서 싸이는 제대로 놀았을 뿐이다. <강남스타일>의 가사처럼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이 된 싸이는 확실히 ‘뭘 좀 아는 놈’인 것이 분명하다. 이미 ‘진정 즐길 줄 아는’ 이가 ‘진정한 챔피언’이라 말했던 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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