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미끼’ 욕먹는 휴대전화 보조금
  • 최연진│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2.08.1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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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 100만원까지 지급한다며 ‘공짜폰’ 광고 열 올려 이용자는 보조금만큼 혜택 줄거나 요금 더 물어 ‘유명무실’

지난 8월8일 LG전자가 VoLTE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왼쪽부터 ‘옵티머스 LTE II’, ‘커넥트4G’. ⓒ LG 제공
이동통신 가입자치고 휴대전화 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이동통신업체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보조금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란 것만 못한 법이다.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업체들의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이 6, 7월 두 달 사이 치열하게 불을 뿜었다. 이번에는 4세대 이동통신으로 꼽히는 롱텀에볼루션, 즉 LTE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LTE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휴대전화 1개당 1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동통신(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수시로 달라지는데, 가장 절정에 이르렀던 7월7일 이통 3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62만~84만원, 팬택 베가레이서2 87만~1백5만원, LG전자 옵티머스2 71만~75만원까지 치솟았다. 경우에 따라 보조금을 최대한 받으면 일부 스마트폰을 사실상 공짜로 가져갈 수도 있는 셈이다.

상한선은 27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통사들이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상한선 기준에 묶여 27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10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보조금과 대리점 판매 수수료 등 액수를 알 수 없는 명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휴대전화 제조사 장려금과 판매 수수료 등은 액수가 공개되지 않아 해당 명목으로 보조금을 더 주면 알 길이 없다. 보조금 상한선은 유명무실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통사들은 최근 ‘권매사’라는 희한한 명칭의 직종까지 만들어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권매사는, 이통사가 대신해서 월급을 주고 판매점에서 일하는 일종의 판촉 사원이다. 휴대전화 판매점은 이통사 대리점과 달리 이통 3사의 가입자를 모두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 명이라도 가입자를 늘리려는 이통사들이 대신 월급을 주면서 자사의 LTE 상품만 추천하는 영업 대행 사원을 쓰고 있는 것이다. 판매점 입장에서는 월급을 주지 않고 영업사원을 쓰는 셈이니 손해 볼 것이 없다.

이처럼 LTE 보조금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와야 하는 이동통신 시장의 숙명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번호 기준으로 5천2백만명이다. 1인당 2개의 번호를 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미 인구를 넘어섰다. 시장이 포화 상태이다 보니 가입자를 늘리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이를 타개하려면 결국 타사의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조금이 사용된다. 결국 휴대전화 보조금은 타사 가입자를 낚기 위한 미끼인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보조금이 소비자마다 다르게 지급되는 점이다. 대리점이나 판매점마다 지급 액수가 다르다. 특히 일부 판매점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조절해 수수료로 갖기도 한다. 그래서 판매 직원들 사이에 “고급 승용차 한 대 팔아서 버는 수수료보다 스마트폰 1대 파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까지 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소비자들이 받는 휴대전화 보조금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용자 차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감시 활동을 최대한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이통사들이 2분기에 뿌린 마케팅 비용은 1인당 7백만원이다. 이통 3사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총 2조3백56억원이며 이 기간에 새로 늘어난 가입자는 28만9천7백여 명이다. 이를 나눠보면 가입자 1명을 늘리기 위해 7백2만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곳은 SK텔레콤으로 9천6백억원을 썼으며 KT는 5천8백90억원, LG유플러스는 4천8백66억원을 썼다.

이같은 출혈 경쟁은 결국 이통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SK텔레콤은 2분기 영업이익이 3천8백2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3% 감소했다. KT도 같은 기간에 3천1백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4%가 줄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95%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LTE 경쟁은 마케팅 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연히 가입자가 늘어도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조금 지급 중단 선언한 이통사도 나와

지난 8월8일 SK텔레콤이 LTE 망을 이용한 차세대 고품질 음성통화인 ‘HD Voice’ 서비스를 시작했다. ⓒ SK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이통사들은 최근 LTE 휴대전화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SK텔레콤이 7월23일 휴대전화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LTE뿐만 아니라 2세대·3세대 휴대전화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이 날짜로 중단했다. KT도 8월 들어 LTE 휴대전화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기로 했다. KT는 3세대 휴대전화에 대한 보조금은 기존대로 유지한다.

휴대전화 보조금이 사라지면 오히려 소비자들만 손해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이통사들의 손익계산서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잡힌다. 결국 이 비용이란,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에서 나오는 돈이다. 이렇게 되면 보조금을 많이 지급할수록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거나 요금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요금이 될 수도 있고, 각종 서비스가 될 수도 있으며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 비용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당장 눈앞의 휴대전화 가격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단적인 예로 일부 이통사는 LTE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했고, 일부 이통사는 과거 멤버십에서 제공하던 다양한 혜택을 줄였다.

휴대전화 가격 자체도 보조금 때문에 부풀리게 된다. 아예 보조금 지급 가격을 감안해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역으로 시장에서 싸게 파는 식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휴대전화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으로 이용자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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