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대박’ 노리는 비상장 주식 부호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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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정몽구 등 수천억 원대 보유…재벌 3세들도 많아

지난 7월22일 런던으로 출국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왼쪽), 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오른쪽). ⓒ뉴시스
상장 주식뿐 아니라 비상장 주식의 보유 가치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 부유층을 중심으로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상장했을 때의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강수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재테크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성향 또한 바뀌고 있다. 채권이나 부동산 대신 기대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비상장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벌가에서도 최근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하면서 거액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단 한 번의 상장으로 수조 원대의 차익을 내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대표적인 비상장 부호로 통한다. 삼성생명이 2010년 5월10일 상장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상장 법인 주식 가치는 4조원 이상 불어났다. 이건희 회장보다는 적지만 정회장 역시 현대글로비스를 상장시키면서 100배 이상 평가 이익을 냈다.

재계에서는 제2의 삼성생명이나 현대글로비스가 어떤 곳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현재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종합화학 등 알짜배기 비상장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에버랜드는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지난해 말 KCC가 삼성카드로부터 매입한 주식 가격은 주당 1백82만원에 달한다. 한국장학재단도 최근 보유 중인 에버랜드 주식을 공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 가격은 2백만원까지 상승했다. 이들 기업이 모두 상장하면 이회장은 2천억 원대를 추가로 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회장 역시 알짜 비상장 기업들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은 최근 계열사의 집중 지원을 받으면서 자본금 대비 순자산 가치가 2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2천8백79억원으로 업계 1위인 제일기획(6천1백46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순이익률은 23.3%로 제일기획(11%)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때문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노션의 상장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일기획의 시가총액이 2조1천억원대이다. 이노션의 시가총액이 그 50% 수준인 1조원대에만 머물러도 정회장은 수십억 원을 투자해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게 된다”라고 귀띔했다.

3세들의 상황은 더했다. 이회장이나 정회장은 주로 상장 계열사 위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세들은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보유율이 높은 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현재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삼성석유화학 등 알짜 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상장하게 되면 세 사람은 적지 않은 시세 차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을 감안할 때 비상장 주식의 평가액이 2조원을 넘어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상장 계열사의 지분보다 비상장 회사의 지분율이 높아 주목되고 있다. 한때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부회장의 지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기아차를 제외하면 상장 기업의 지분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된 상장 주식 부호 순위에서도 정부회장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비상장 기업의 상장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정부회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를 상장시키면서 주식 평가액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노션과 현대위스코, 현대엠코, 현대오토에버 등의 지분도 대거 보유하고 있어 평가액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조 원 차익 기대…신흥 재벌 오너들도 약진

물론 뒷말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계열사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정몽구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상장사보다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비상장사의 이익률이 훨씬 높게 나오고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소액주주의 이익을 빼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매년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이 평가액이 많게는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재벌 외에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정주 NCX(옛 넥슨홀딩스) 대표 등이 대표적인 비상장 거부로 꼽힌다. 박회장은 최근 펀드 수익률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박회장의 배만 불리고 있다’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이다. 그럼에도 박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의 경우 40여 개의 계열사(해외 법인 포함) 중에서 상장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와이디온라인 두 곳뿐이다.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컨설팅과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은 모두 비상장사이다. 이 계열사의 지분 평가액이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주 NCX 대표는 기존 재벌의 아성을 넘어서고 있다. NCX는 온라인 게임회사인 넥슨을 비롯해 넥슨모바일·네오플 등을 거느린 비상장 지주회사이다. 김회장은 부인인 유정현씨와 함께 NCX의 지분 7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넥슨재팬을 일본에 상장하면서 2조원대의 부호가 되었다. 김회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2011년 세계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건희·정몽구 회장, 이재용 사장 등 일부 재계 인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였다.

그 밖에도 신창재 교보생명그룹 회장과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등이 비상장 거부로 꼽히고 있다. 신회장은 현재 교보생명 주식 33.78%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치가 현재 2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주당 24만5천원. 이 금액을 감안할 때 신회장의 비상장 주식 평가액은 최소 1조6천8백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역시 자타가 인정하는 비상장 주식 부호이다. 교원그룹은 최근 매출 1조원대를 돌파했다. 장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교원과 공문교육연구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평가액은 최소 1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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