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포르노’ 절반 이상이 국내 청소년 제작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1: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란물 제작 및 유통 경로 추적 결과 드러나 얼굴 등 개인 신상 적나라하게 공개돼 2차 피해도


아동 성범죄자의 옆에는 ‘아동 포르노’가 있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한 아무개양(10)이 등굣길에 납치되어 살해되었다. 범인 김점덕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죽였다”라고 진술했다. 김씨의 집 PC에서는 아동 포르노 수십 편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동 성범죄 사건을 보면 범인들 상당수는 아동 포르노에 심취해 있었다. 청소년 중에는 아동 음란물을 보고 모방 범죄에 나선 경우도 있다. 실제 음란물을 본 청소년 중 5%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에서도 아동 포르노의 제작과 유통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처벌도 한층 강화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아동 음란물을 제작·유포할 경우 일반 음란물보다 가중 처벌된다. 단순히 갖고만 있어도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 음란물의 ‘음성적인 제작과 유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은밀한 유통 경로를 통해 극성을 부린다. 도대체 아동 포르노는 누가 제작하고, 어떻게 유통되는 것일까.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아동 포르노’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미국, 러시아, 일본, 동남아 등에서 몰래 들여온 것이다. 해당 국가의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후 국내 P2P(파일 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재유포하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촬영·유포한 사례 압도적

지난 8월7일 인천지방경찰청은 음란물 헤비업로더 조직을 적발한 후 사건 브리핑을 했다. ⓒ 연합뉴스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것이다. 2010년 경찰청은 아동 포르노를 단속한 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랬더니 시중에 유통 중인 아동 포르노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 제작된 것 10개 중 4개는 청소년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국내와 외국의 아동 포르노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일단 국내 것은 외국 아동 포르노와는 제작 방식 등이 달랐다. 외국의 것은 의도성을 띠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기 위해 상황을 연출한 후 촬영한다. 호텔, 가정집, 야외 등의 장소를 설정해놓고는 전문 촬영 장비를 갖추고 있다.

촬영 장소의 주변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동영상의 화질도 좋다. 이때 동영상은 제3자에 의해 촬영된다. 실제 국내에 유통 중인 외국 아동 포르노의 약 95%는 제3자가 촬영한 것이다. 셀프 카메라는 4% 정도, 몰래카메라(몰카)는 1%가 채 안 된다.

반면 국내 것은 다르다. 자체 제작(자작)·셀프 카메라를 통한 촬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3자가 촬영한 것과 몰카는 그 숫자가 현저히 적다. 화질도 상당히 떨어진다. 대신 주변 상황이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되고, 자연스럽고 적나라하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거나 음성을 변조하지 않아 제2, 제3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촬영 장소 주변에 있는 교복과 이름표, 또 전화번호 등을 통해서도 신상이 노출된다. 유포자가 청소년의 신상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아동 포르노 유포의 진원지인 웹하드나 P2P사이트에서는 ‘○○중학교 ○학년 ○○○’이라는 식으로 동영상 속 주인공의 개인 신상이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지난 1997년에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빨간 마후라’를 연상하면 된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최 아무개양 등 남녀 중·고생들은 포르노를 본 후 자신들이 직접 출연해 집단 성행위를 했다. 이것을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한 후 다시 편집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유포시켰다. 이후 빨간 마후라는 국내 ‘아동 포르노’의 원조가 되었다. 당시 여주인공이었던 최 아무개양은 3년 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무허가 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며 윤락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빨간 마후라가 등장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동 포르노’의 제작 방식에서 크게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제작·유통 여건은 훨씬 좋아졌고,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유통 경로도 넓어졌다. 그리고 제2, 제3의 빨간 마후라 주인공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아동 포르노는 누가 왜 촬영할까. 국내 아동 포르노에 자작이나 셀프 카메라가 많다는 것은 제3자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찍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금까지 경찰에 적발된 아동 포르노를 분석해보아도 그렇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같은 동급생으로 보이는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하거나, 자신의 방으로 보이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얼굴 부위를 가린 채 스스로 성행위를 하는 모습 등이 있다. 이처럼 자작이나 셀프 카메라는 호기심이나 판매용으로 유포하기 위해 촬영한다. 청소년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음란물을 제작·유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제3자에 의해 촬영된 아동 포르노의 주인공은 가출 청소년일 확률이 높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인터넷에 의류 피팅 모델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가출 청소년들에게 음란물 촬영을 강요한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가출 청소년 네 명에게 속옷 광고를 촬영하는 것처럼 하면서 이와 무관한 성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영상물로 제작했다. 그리고는 일부를 인터넷에 유포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일당 3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외부와 단절된 독방에 청소년들을 유인해 모델 촬영을 핑계로 자신의 변태적 성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또, 성행위 과정을 촬영한 후 자신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상대 청소년은 얼굴 전면을 드러내 판매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킨다”라고 말했다.

아동 포르노의 유통 경로는 워낙 다양하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듯’ 한계가 있다. 그만큼 음란물 단속이 어렵다는 뜻이다.

유통 본거지는 웹하드나 P2P 사이트

청소년들이 자체 제작하거나 제3자가 촬영한 음란물은 학교 안팎에서 유포되며 헤비업로더 등의 손으로 들어간다. 이때 거래되는 금액은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 사이이다. 매겨지는 금액은 동영상의 내용과 화질 등에 따라 다르다.

지금까지 아동 음란물 유통의 본거지는 ‘웹하드’나 ‘P2P 사이트’였다. 웹하드는 공유 사이트의 서버에 한 개의 파일을 올려놓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P2P는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한다. 웹하드나 P2P는 보통 회원제로 운영된다. 운영자는 업로더들이 올린 파일을 상대방이 다운로드할 때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다. 업로더들은 자신이 올린 파일의 다운로드 횟수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챙긴다. 그렇다 보니 ‘김본좌’ 같은 직업적인 ‘헤비업로더’들이 탄생했다.

헤비업로더들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용한다. 한 달에 1만 기가바이트 정도의 파일을 올린다. 여기에는 컴퓨터 3~4대가 동원된다. 대학생 때 ‘음란물 업로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 아무개씨(남·26)는 “헤비업로더 중 일부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활용하고 있다. 나도 3학년 때 7일 정도를 일했다. 작업은 주로 밤 11시 이후부터 아침 8시까지 PC방에서 이루어진다. 나 같은 경우 하루에 수당으로 10만원 정도를 받은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천만 원 수익 올리는 헤비업로더도 있어

VIP 헤비업로더는 한 달 수익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헤비업로더의 성패는 ‘희귀 음란물’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게시하느냐에 달렸다. 그렇다 보니 외국의 음란물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구입하거나, 돈을 주고 ‘음란물 셀카 촬영’을 의뢰하기도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간 시간대에 음란물을 올리고, 주간에는 내리는 게릴라식 활동을 한다.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사용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 놀라운 것은 아동 음란물 업로더 중에 청소년이 많다는 사실이다.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구하기가 쉽다는 장점 때문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최근 ‘헤비업로더’ 조직을 적발했는데, 여기에는 70대 노인에서부터 대학 교수, 직능단체 임원 출신 등도 끼어 있었다. 한 국가고시 준비생은 취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헤비업로더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아동 음란물 유통이 활개를 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어플)이 개발·운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찰관계자는 “채팅 어플을 다운받아 ‘jjj즐기자’라는 이름으로 대화방을 개설하고 여자 아동이 출연하는 아동 음란물 등을 유통시키기도 했다. 어플에서 제공되는 비밀 댓글을 통해 ‘자위 영상 10분 5천원’ ‘사진 40장 5천원’이라는 모임방을 연 사례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외국 성인 사이트 등을 링크해서 ‘음란물’을 공유하는 일 또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P2P 사이트에 들어가 아동 음란물을 검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파일 공유가 가능한 P2P 사이트에서 ‘아동 포르노’가 얼마나 유통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P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1만원짜리 충전을 했더니 11%가 할인되어 실제로는 8천9백원이 들어갔다. 9천9백원을 내면 한 달 동안 무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한 곳도 있었다. ‘성인방’에 들어가서 아동 음란물을 상징하는 ‘롤리타’를 검색했더니 11개의 관련 파일과 제목이 올라왔다. 이 중 ‘가출한 롤리타…’를 클릭했더니 해당 동영상의 캡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아동 포르노였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과 성인이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초특급 롤리타 스쿨걸…’에 들어갔더니 교복을 입은 일본 청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요청하신 롤리타…’를 클릭했다. 이번 동영상도 일본 것으로 보였는데, 동영상 속 주인공은 한눈에 보아도 나이 어린 중학생이었다. ‘롤리타’라는 제목으로는 국내 아동 포르노는 찾을 수 없었다.

검색어를 달리해서 ‘교복’으로 입력했더니 세 개의 파일이 검색되었다. 두 개는 각각 서양과 일본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한국 청소년의 음란물이었다. 제목이 ‘채팅으로 교福벗고…’였는데, 동영상 캡처 사진을 보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주인공이 자신의 방에서 화상 채팅을 하며 교복을 벗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었다.

성인과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의미하는 ‘원조 교제’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그랬더니 약 21개의 파일이 검색되었다. 이 중에서 ‘국내작, 조건 만남 원조 교제 2:1’을 클릭했다. 그랬더니 동영상 캡처 사진 16장이 모자이크식으로 펼쳐졌다. 그 내용으로 보면 30대로 보이는 성인 남성과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청소년 두 명이 모텔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성관계를 갖는 모습이다. 이때 남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가리고 있지만, 두 명의 청소년은 전신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동영상 속의 주인공들도 가출 청소년일 확률이 높다.

이런 것을 보면 P2P 사이트가 여전히 단속의 사각지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아동 포르노’를 얼마든지 접할 수가 있다. 청소년은 부모 명의를 도용해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 인기 기사]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20년 만에 일어난 대이변 ‘미래 권력’이 ‘현재 권력’ 눌렀다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박근혜, 당선 가능성 50%대 선두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손석희 교수, “정권과 미디어는 늘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다”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이외수 작가, “대선 전 결정적 한 방 날릴 준비 하고 있다”

‘아동 포르노’ 절반 이상이 국내 청소년 ‘작품’

이명박 정부 5년간 서민 삶은 ‘팍팍’해져도 슈퍼리치는 배불렸다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마지막 인터뷰'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