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요구 더 커진 ‘미디어 신권력’
  • 김창룡│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2.08.1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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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설익은 보도조차 중요 기사와 동등하게 취급”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실 주최로 지난 8월2일 국회에서 열린 ‘포털의 뉴스 편집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뉴스 편집과 보도의 공정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인터넷 세상이 보편화하면서 검색 기능을 장착한 포털 사이트(이하 포털)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강화되었다. 국내 3대 주요 포털 이용자들의 하루 방문 횟수는 3천3백만건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네티즌이 포털이라는 뉴스 플랫폼을 통해 뉴스와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시사저널>의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어 기존의 신문과 방송 등 뉴스 매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광고 시장에 대한 쏠림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2년 다음의 광고비를 제외하고는 소폭 하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포털에 집행된 광고비가 80%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넷 광고 미디어렙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광고비 3천3백77억원 중에서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조인스MSN 등 포털의 광고비 비중은 83.2%(2천8백1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포털의 광고 비중은 약 84% 수준이어서, 2년 이상 쏠림 현상이 지속되었다.

광고 의존도 높아졌지만 공정성은 담보 못해

문제는 이처럼 포털의 영향력과 함께 포털에 대한 광고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고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해 이용자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포털 시장의 약 80%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어 근본적인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은 운영의 정직성과 투명성 차원에서 거듭 문제를 노출시켜왔다.

네이버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 포털 사이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월평균 순방문자가 3천1백22만명.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가 3천7백18만명이니까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를 들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네이버 첫 화면의 순방문자는 하루 1천5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성상납 의혹 관련 검색어가 네이버에서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정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인터넷 게시물을 문제 삼아 몇몇 네티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잠잠했던 이 사건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다시 의혹을 제기하면서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네이버에서 ‘정우택’을 검색할 때 따라 나오는 ‘성상납’이나 ‘성추문’ 등의 연관 검색어가 사라진 것이다.

다음이나 네이트 등 다른 포털에서는 잘 뜨는 연관 검색어가 네이버에서만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원 쪽에서도 NHN에 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NHN은 뒤늦게 정의원 쪽의 요청을 받아 삭제한 사실을 시인했다. 말을 바꾸게 되면 거짓이 되고, 이는 고스란히 네이버의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영향력 커진 만큼 외부 개입 변수도 많아져

과거에도 네이버는 ‘신정아·진성호’ 사건 당시 검색어가 사라진 경위에 대한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직원이 실수로 지웠다”라고 궁색한 해명을 한 전력이 있다. 영향력에 비해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답변과 대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검색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면서 검색 조작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과 제휴하고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9백개가 넘는다. 포털이 어떤 기사를 메인에 올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기사 검색 수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검색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검색창에서 검색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기존의 언론사들조차 이제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포털이 필요하다면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 정보 흐름의 왜곡과 축소, 차단 혹은 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직성과 투명성은 포털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다.

한때 정치권에서 “네이버는 평정되었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라는 말이 떠돌았던 것은 포털의 영향력이 확대된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는 외부 개입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권력의 검색어 관련 외압 혹은 협조 요청은 포털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개연성이 크다. 포털 나름으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검색 관련 정보의 완전 공개는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다만 포털의 문제와 함께 여기에 제휴하며 뉴스와 정보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문제도 아울러 지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HN 등 포털을 이용해 ‘낚시용 기사’ ‘선정적 보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오보’ 등을 제공하는 언론사의 상술은 이 사회에 ‘사이비 언론 논란’으로 의제를 확대시켰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부당한 오보 때문에 정당한 검색어 삭제 요청이 외면받아서도 곤란하다. 포털이 이를 숨기거나 거짓 해명을 하는 행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털과 제휴한 이름 없는 매체의 설익은 보도조차 권위 있는 언론사의 기사와 동등하게 취급받는 점을 악용하는 것은 결국 포털이 아닌 제휴 언론사들이다. 포털을 둘러싼 제휴 언론사들과 이를 소비하는 네티즌 등 이용자들 사이에 ‘정직과 투명’으로 무장된 신사 협정이 맺어져야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될 것이며, 그 중심에 포털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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