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올림픽 뒤풀이 ‘금메달+α’
  • 기영노│스포츠평론가 ()
  • 승인 2012.08.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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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는 메달의 영광만 남는 것이 아니다. 각종 포상금과 후원금 등이 뒤따른다. 런던올림픽 이후 국내외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지난 8월3일 런던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는 남자 양궁 개인전이 토너먼트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이웅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의 한 남자 선수가 모자 앞의 상표를 청테이프로 가린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엠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매복 마케팅), 즉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 올림픽 이미지에 편승한 마케팅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세 개의 전쟁이 벌어진다.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의 메달 전쟁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이 불꽃을 튀긴다. 또한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가 열릴 때마다 올림픽 브랜드에 무임승차하려는 엠부시 마케팅과 전면전을 펼친다. 조직위원회로서는 대회의 돈줄이 공식 후원사들이고, 이들에 대한 독점권 보장이 계약 조건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말레이시아 포상금 최다

런던올림픽의 경우 삼성, 코카콜라, 파나소닉 등 11개 세계적 기업이 각각 1억 달러 안팎의 돈을 내고 올림픽 상표 사용권을 얻었다. IOC는 이들 11개 기업을 11개 TOP(The Olympic Partners)이라고 해서 특별히 관리한다.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IOC는 자체 생산하는 물품 하나 없이 후원사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과 함께 방송국과 통신사들로부터 런던올림픽 중계권료로 수천억 원을 받았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중계권을 묶어서 판매해 약 4억 달러의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에서는 IOC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진다. 마이클 펠프스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8관왕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는데, 당시 수영복업체 스피도로부터 100만 달러(약 11억4천7백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같은 팀의 라이언 록티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보너스를 포함해 최대 2백만 달러(약 22억9천4백만원)를 기업들로부터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영웅 리총웨이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각 기업으로부터 해마다 5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약속받아놓고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런던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를 잇따라 제패한 여자 육상 100m 허들의 셀리 피어슨도 호주의 대기업으로부터 훈련비 조로 해마다 수십만 달러를 후원받고 있다. 김연아 선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한 개로 해마다 100억원 가까운 CF 수입을 올리고 있다. 만약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각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들에게는 금메달이 주어진다. 런던올림픽에서 1위 선수에게 주어지는 금메달의 제조 원가는 약 80만원이다. 금메달은 지름 85mm, 두께 7mm 크기에 중량은 4백10g으로 역대 하계올림픽 금메달 가운데 가장 크고 무겁다. 런던올림픽 금메달은 4백g 중량에서 금이 단 6.3g(1.3%)만 도금 형태로 포함되었고, 나머지 92.5%는 은으로 제작된다. 남은 6.2%가량은 구리 성분이다.

그런데 원가 80만원 정도의 금메달이 어느 나라 선수에게로 가느냐에 따라 그 값어치는 천차만별이다. 우선 개최국 영국에서는 금메달 수상자에게 한 푼도 주지 않는다. 반면 러시아는 가장 많은 1억5천만원을준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는 포상금 외에 민간인이 내놓은 것까지 포함하면 아르메니아와 말레이시아가 가장 많다. 아르메니아는 금메달 포상금으로 약 8억원을 내걸었다.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일원인 사업가 가직 짜루키얀이 씨가 사재를 털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5천5백만원밖에 내놓지 않는다. 아르메니아는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 아르멘 나자리안이 금메달을 따냈었지만 당시에는 금메달 포상금이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광산 재벌인 앤드류 캄이 배드민턴 대표팀에게 약 6억8천7백만원짜리 ‘골드바’를 주기로 약속했었다. 말레이시아는 배드민턴 강국이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은 한 개도 없다. 런던올림픽 전까지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에 그쳤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서도 배드민턴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말레이시아의 리총웨이가 중국의 린단에게 1 대 2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러 ‘금괴’를 받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병역 면제도 큰 보너스

런던올림픽에서 시상된 금메달(가운데)과 은메달(왼쪽), 동메달(오른쪽). ⓒ 신화통신
하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포상금과 혜택은 한국이 가장 많다.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52년 만에 체조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의 경우를 보자. 양학선 선수는 공식적으로 대한체육회로부터 6천만원을 받았고, 다음 달부터 평생 동안 매월 100만원씩의 연금을 받는다. 그리고 대한체조협회장이 1억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고,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양선수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우리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며, 부모님에 대한 효심 또한 지극한 모습에 감동을 받아 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양선수가 비닐하우스에서 산다는 보도를 접하고, SM그룹에서는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SM그룹은 양선수에게 아파트를 제공하면서, 회사 PR, 이미지 개선 등으로 수백억 원의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선수의 경제적인 수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후원 업체들로부터 더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되고 CF 촬영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 20세인 양학선 선수에게 가장 큰 선물은 ‘병역 면제’라는 혜택일 것 같다. 한국은 올림픽 금·은·동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병역 면제 혜택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수억 원 정도의 효과밖에 주지 못한다. 하지만 박지성·이대호·박주영·류현진 같은 특급 프로 선수들의 경우는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선수가 2년 동안 군대 생활을 하지 않고 프로 선수 생활을 해서 얻는 경제적인 수익과 그 기간 동안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양학선 선수는 별 다른 이상이 없는 한 나이로 볼 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물론, 2020년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서 20대 초반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는데, 이제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워졌으니 선수 생활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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