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없는 ‘연대’에는 찬성 못한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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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인터뷰 / “지지율 높은 사람 끌어내리기 식은 곤란”

ⓒ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7월31일 민주당 대선 후보 컷오프 경선 결과, 가장 주목받은 주자는 박준영 전남도지사였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 등 이른바 ‘빅4’가 첫 관문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가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박지사는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전남 출신의 유일한 대선 주자이다. 당내 대선 후보 경쟁이 비호남 구도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구(舊)민주당’ 인사인 그의 존재감은 도드라져 보인다. “결국은 호남 민심이 누구를 선택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그렇다 보니 박지사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갖가지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사는 “연대는 원칙을 갖고 해야지 지역적인 근거가 중요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호남 표심’을 염두에 둔 연대 제안에는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는 지난 8월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전남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경선을 치르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는 다른 선택을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진정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사퇴를 하고 대선 운동을 하면 7개월간 전남도에는 도지사가 없게 된다. 그동안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 많은데 (결정을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결국 도민들의 손해이다. 그런 측면에서 도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도민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단점이 있지만,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야권 내에서는 영남 출신 후보가 ‘필승 카드’라고 말한다. 호남 출신 대선 주자에게는 불리한 주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인구 수로 봐서 그쪽(영남)이 인구가 많으니까 영남 주자가 나가자는 것인데, 결국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지역 구도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강원도·제주도 출신은 영원히 지도자의 길에 나설 수 없는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논리에 맞지 않다. 정치공학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데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데 대단히 큰 한계를 보여주는 논리이다.

한편으로 당내에서는 ‘호남 홀대론’도 제기되고 있다.

“호남을 배제해야 한다” “호남이 양보하라” “호남은 안 된다”, 그런 이야기들은 1971년 대선 때 만들어놓은 지역감정에 기대서 나오는 것들이다. 앞으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정치 문화가 선진화될 수 있다. 지역의 배경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것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말만 그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의식 수준이 그만큼 높아져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지역 문제는 우선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중앙 정치 경험이 적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되는데.

지방 행정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지방 행정 경험은 대단히 중요하다. 피상적으로 지역의 민원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 어떤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중앙 정치만 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중앙 정치를 하지 않으면 여의도 정치와는 멀어지겠지만 이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국정에 접목하면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당내 주류로 올라선 ‘친노’ 중심의 당 운영과 경선 진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우려가 대단히 많아서 걱정을 하고 있다. (친노가) 지도부에서도 전면에 나서고 있고 후보들도 전면에 나서니까 민주당의 지지도가 낮아진다. 솔직히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경선 과정에서 털어버리고 가야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아쉽다.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친노 프레임으로 보이게 되면 결국 참여정부가 5년 전에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고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 본선에서도 어렵게 된다. 과감하게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자성하면서 출발하면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으로 본다.

야권에서 또 한 명의 유력 후보인 안철수 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안원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분이 말씀하고 주장하신 내용이 무엇인지…. 하지만 ‘안철수 현상’이라고 하는 것에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정치권 전체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고, 믿음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그분이 야권의 대선 후보로서 단일화 대상이라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만큼 부족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친노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전체 정치권의 책임이자 또 민주당의 책임이다. 국민이 왜 기존 정치권과 민주당에 믿음을 안 주고 있는가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출발해야 한다.

향후 민주당과 안원장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당당하게 내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을 가져야 옳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약하니까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은 표를 얼마 더 모을 수 있을까만 계산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어떻게 되고 민주당의 경선 후보는 어떻게 되겠나. 스스로 비하하는 것이다. 만약 단일화 과정에서 안원장으로 단일화가 되면 민주당은 어떻게 되겠느냐는 고민 없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공동정부론’까지 나올 정도로 안원장에 대한 구애 분위기가 강하지 않은가?

민주당이 그렇게 가는 것이 좋다는 국민적인 요구가 있으면 모르지만 우리가 앞장서서 그렇게 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안원장도 나와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다는 데는 뭔가 요인이 있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이 다 알고 지지를 하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앞서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비하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인(人)으로서 또 당의 후보로 나가려는 입장에서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선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호남 주자인 박지사에게 단일화 제안이 많은데, 어떤 입장인가?

제일 약한 후보라고 생각하고 또 호남 후보 필패론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호남 후보가 양보하라는 것이다. (단일화 제안을 한) 정세균 후보는 존경하는 분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가진 분이다.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역시 연대의 핵심은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과 비전이 중요하다. 지역적인 근거가 중요시되어서는 안 된다.

향후 단일화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두고 봐야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현재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지율에서 앞서는 상황이다. 그래서 다른 주자들, 이른바 ‘비문(非文)’ 주자들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것이 바로 정치공학적인 것이다. 만약 문고문이 지지율이 높다면 그분에게 무엇인가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인정을 해야 한다. 지지율이 높은 사람을 끌어내리자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 연대를 할 수도 있지만 앞서가는 사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정치공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참여정부 인사들이 반성하고 자성해야 한다.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는 본선에 나가기 전에 털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멍에를 안고 가면 안 된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가면 안 된다. 여론조사를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분을 끌어내리자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어떤 점을 털고 가자는 것인가?

(지난 대선에서) 5백30만표 차이로 졌을 때는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다. 피곤해했다. 심판을 한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경선 과정에서 다 털어버려야 한다. 누구도 그런 멍에를 안고 가면 나중에 본선 경쟁력이 없다. 본선에서 상대방이 그런 것을 가지고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하겠나. 절차상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제 통합이 되었다. 누가 나가도 이기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는 것이 좋다. 문재인 후보도 그렇고, 김두관 후보도 그렇고, 정리를 하라는 차원이다. 솔직히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지 얼버무려서는 국민들의 평가를 못 받는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지난 총선 때 ‘원칙 있는 연대를 해야지 이렇게 하다가는 국민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후유증을 지금 민주당이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민주당이 공유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연대를 하더라도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원칙 없이 연대를 하다 보니 국민이 오해를 하는 것이다.

‘훈훈한 공동체’ 강조하는 박준영의 공약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자본주의의 병폐인 탐욕이 지나치게 넘치고 한쪽에서는 기회를 갖지 못한 분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국가가 굉장히 불안한 상태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탐욕과 분노가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평화롭지 못하다. 그래서 따뜻한 공동체, 희망을 갖는 공동체, 행복을 느끼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사의 대선 공약은 ‘탐욕과 분노를 넘어 훈훈한 공동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통합보다 싸움만 하고 화해·협력보다 서로 갈등만 하는데, 이를 조정하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분열보다는 통합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8대 공약

· 민족 문제의 평화적 해결 
· 농업에서의 새로운 가치와 성장 기회 확보
· 복지 차원의 일자리 확보 
· 분권을 통한 균형 발전
·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 보편적 복지
· 친환경 생태주의적 정부 운영과 국토 개발 
· 경제 부문의 공공성 강화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정치권 인맥은 호남 출신 의원들과 구민주계 인사들이 주를 이룬다. 언론인 출신인 박지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을 역임한 후 전남도지사만 내리 3선을 했다. 광주·전남 지역 광역단체장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인해 민주당이 분당하는 과정에서 그는 집권 여당을 따라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다는 점에서 DJ 정신을 계승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만큼 박지사의 지인들 중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활동한 인사가 많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이 박지사 큰형의 친구라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고 한다. 농업 분야 전문가인 김 전 장관은 지금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을 비판한 대표적인 인사이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전·현직 국회의원 중에서는 김종배 전 의원과 박혜자 의원이 박지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15대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김 전 의원은 박지사의 선거 캠프를 이끌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광주 서구 갑에 출마해 국회에 처음 입성한 박의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남도 복지여성국장을 지내 박지사와 인연이 깊다. 지난 7월15일 박지사의 대선 출마 출정식 때 사회를 보기도 했다. 목포 출신으로 고건 전 총리 공보특보를 지낸 민영삼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캠프 대변인으로 거명되고 있다.

정치권 바깥에서는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전남 진도 출신인 허 전 감독은 지난 2005년 전남도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데 이어 2010년 2월에는 ‘자랑스러운 전남인상’을 수상했다. 예술계에서는 하철경 한국예총 회장과 가수 윤형주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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