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이외수 작가,“대선 전 결정적 한 방 날릴 준비 하고 있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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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영향력 1위 이외수 작가 인터뷰

ⓒ 일러스트 찬희
소설가 이외수는 강원도 화천에 산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100만명,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가 올리는 하루 6~7번의 메시지를 10대부터 중년까지 열광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최근에 그의 메시지는 ‘존버 정신’이다. 외국인 이름같이 들리는 ‘존버’는 사실 우리말이다. 지난해 12월 나온 그의 책 <절대강자>에 등장한다. 지난 5월에는 한 프로축구단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존버 정신’을 강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존버’는 ‘존xx 버티자’는 말의 줄임말이다.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이겨내라’는 젊은 세대를 향한 이외수 작가의 응원 구호이다.

“불안한 20대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존버 정신’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시사저널>이 선정한 ‘2012년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로 뽑힐 만큼 영향력도 크다. 그야말로 ‘존버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인 셈이다.    

최근 그는 경사가 겹쳤다. 지난 2005년 화천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 감성마을 프로젝트의 핵심인 이외수문학관이 8월12일 공식 개관식을 가졌다. 개관식과 연계해 이외수문학관에서는 ‘감성 오일장(章)’이라는 문학 축제도 열었다. 이제 ‘작가 이외수’는 수달, 산천어와 더불어 화천의 3대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세상과 호흡하는 방법은 트위터이다. 그는 트위터가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에 <문학사상>에 (원고지) 100장짜리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일주일 만에 완결 지은 작품인데 과거에 비해 쓰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는 것. “트위터에 글을 쓰면서 압축해서 쓰는 버릇을 들였더니 필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6~7건 정도의 트윗을 올리고 있다. 그에게 트윗을 통해서 말을 거는 사람은 다양하다.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 농수산물을 팔아달라는 지자체의 요청, 불의를 고발하는 사람 등. 그는 “이렇게 말 거는 분을 등한시할 수 없다. 나름대로 판단해서, 어떤 것은 격려하고 동참을 호소한다. 이게 어려운 일이다. 허위 정보도 있고. 트윗은 쓰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인간 유형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못된 사람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 중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것도 있다. 그는 “정치인도 트위터를 하니까 정치적 발효도나 정치적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림픽 기간인데 선수들 격려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위로해주면 될 텐데 정치인들은 여전히 표 이야기만 한다. 국민 관심사와 동떨어져 있고, 서운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화천 지역구에 한나라당 소속의 한기호 의원을 추천해 찬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열심히 하는 분이 좋은 일을 할 때는 함께 동참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기호 의원의 경우 정당 차원이나 역사 문제에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화천이라는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급한 상황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그가 가장 적합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돈은 4대강에 다 쏟아져 들어가고 상류는 말라버렸다. 강원도는 전 지역이 군사 지역이다. 군인 외출·외박만 금지해도 경제가 오그라붙는다. 신종 플루 때 오그라들었고, 천안함, 연평도, 구제역까지 연달아…, 강원도는 거의 거덜이 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군의 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군의 정서를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추천한 것을 두고 정치적인 오판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강원도의 위급한 사정을 다른 지역 사람은 모른다.”

그는 덧붙여 “대한민국의 모든 위기는 국민이 극복했지, 정치가 극복한 적이 없다. 여전히 국민은 그 정신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다. 정치인들이 자꾸 분열과 지역색을 조장하며 국민을 폄훼하고 있다. 정치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이 나라가 잘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는 것이 더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하자’는 말을 예로 들었다. “내가 어릴 때도 그 말을 들었는데 지금 내 아들 세대도 그 말을 듣고 산다. 경제가 세계 10위권이라는데, 여전히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없다. 우리가 경제적인 압박감만으로 인생을 살아낼 수 있나? 자꾸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악습이다. 정치와 기업인이 공조해 국민에게 압박감을 주는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생각은 안 하고 자꾸 겁을 주고 위축시키는 것은 악습이다. 우리나라가 자살 3관왕이다. 전체 자살, 노인 자살, 청소년 자살.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전부 살기 힘겨워한다. 이를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여전히 겁이나 주고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이야기만 한다. 이러니 즐거움이나 희망이 안 보이는 것이다.”

즐거움과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그는 “물질적인 풍요가 능사가 아니다. 정신적인 빈곤감을 해소시켜야 불안감이 사라진다. 가치관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고, 그들이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취미도, 소질도, 특기도 없기에 자신의 쓰임새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나는 대한민국의 무용지물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불안과 회의를 느낀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존버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그는 교육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이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문수학이라고 해서 같은 책상에서 공부한 사람을 동반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교육은 순위를 매기며 싸워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든다. 이것은 비극이자 큰 낭비이다. 힘을 더하면 능률이 배가될 수 있는데 서로 적으로 싸우니까 오히려 능률이 떨어진다. 창의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평가 기준에 맞춰 소모품만 양성할 뿐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는 얼마나 책을 많이 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도시에서 자라면 창의력이 결여될 우려가 크다. 도시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하나이다. ‘엄마, 돈!’ 그러면 해결된다. 문방구와 돈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고갈시킨다.”

“국민을 사랑할 줄 아는 대통령이 중요”

지난 8월12일 공식 개관식을 갖고 문을 연 이외수문학관. ⓒ 시사저널 임준선
그렇다면 그는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원론적인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을 사랑할 줄 아는 대통령이 중요하다. 그런 소양과 가능성을 갖춘 대통령을 골라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보이는 현상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내다보면서 하나하나 고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양심, 국민을 속이지 않는 도덕성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 이제 도덕이 좀 회복되어야 하지 않나. 당장 고위층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속출하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것이 재발되어서는 곤란하다.”

그에게 유력한 후보 중심으로 직접적인 평가를 부탁하자 “선거에서 남을 헐뜯고 자기를 드러내려는 것을 없앴으면 좋겠다. 자기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남의 단점을 크게 부각하고 당선되려는 모습은 대통령 후보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달면서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대선 전에 결정적으로 한 방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원도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문화예술계를 위해서 투자를 약속한다면 그런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젊은 세대와 트위터 민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인지 화천의 감성마을에는 그를 끌어안기 위해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어지간한 후보들은 다 다녀갔다. 집권당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쪽에서도 측근들은 다녀갔다. 야권의 유력 후보는 거의 다녀갔다. 오면 보통 두세 시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공격적인 질문도 던져보고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있으면 수정하고, 의중이 어떤지, 어떤 방법으로 국민에게 사랑을 표현할지 내 방식으로 판단하고 있다. ‘생각이 많으신 그분’은 아직 언급이 없다.”

그는 오는 대선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국회의원 선거 때 기존 언론이 소셜 미디어를 무력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정 부분 그것이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이 그게 호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 파워 트위터리안들은 가급적이면 신뢰도가 높은 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 진검 승부가 벌어질 것이다.”

“소망보다는 욕망이 커서 정치 발전 속도 늦어져”

그는 런던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다.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울 뻔한 적도 많았다. 얼마나 많이 노력했겠나. 감동스럽다. 져도 감동스럽고 거기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거기서 뛰는 친구들이 다 젊은이들인데, 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라 생각하면 믿음직스럽다. 물론 모든 사람이 선수들처럼 극단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자긍심을 갖고 힘을 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변명보다는 반성을 통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반성을 많이 할수록 발전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그 속도에서 정치가 가장 늦다.”

왜 정치의 발전 속도가 가장 늦는 것일까.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 “소망보다는 욕망이 더 커서 늦어지는 것이다. 소망은 남도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나만 잘되기를 바라면 욕망이다.” 소망과 욕망의 구별법에 대해 그는 “욕망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리면 요즘 유행어로 ‘지랄도 풍년’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국민을 위해서인지, 개인을 위해서인지 알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령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많은 이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의 문학관에 찾아오는 젊은 문학 지망생, 정신지체 장애우, 나이든 부부, 군인 등 어느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한다.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자대 배치를 받아 가니까 내무반 고참이 아래를 보라고 하더라. 내가 ‘땅이 보입니다’라고 했더니 고참이 ‘네 밑에는 그것밖에 없다’라고 하더라. 제대 뒤에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소통에서는 자기가 없어야 한다. 스스로가 문을 걸어 닫고 그 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기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세상 만물이 다 드나들 수 있다. 가장 인간다운 것은 그런 것이다. 인간이 머리가 좋거나 가공할 무기를 갖고 있어서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을 품을 수 있는 가슴이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전날 록밴드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의 주례를 보았다. 암 투병 중인 임윤택은 결혼 다음 날 화천으로 내려와 쪽배축제에서 그의 동료들과 한바탕 흥겨운 무대를 선사했다. 그가 강의하는 공간인 감성마을 모월당의 쪽방에서 넉 달여를 지낸 시인 류근은 <상처적 체질>이라는 베스트셀러 시집을 펴냈고, 가수 윤도현은 8집을 그 쪽방에서 작곡했다. 소설가 박민규나 배우 구혜선·소유진, 가수 DJ DOC 등 장르 불문, 나이 불문의 여러 사람이 감성마을에 찾아와 그와 소통하고 교류한다.  

그는 문학관 개관 행사가 끝나고 9월 말께 신간 <사랑어사전>을 펴낼 계획이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장편소설 집필에 매달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고 배를 한 척 사서 화천강에 띄워놓았다고 한다. “장편소설 <장외인간>을 내놓은 지 벌써 7년이다. 물 위를 걷는 사람 이야기를 쓰려고 자료를 모으고 구상 중이다. 과거보다는 집필 속도가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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