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임기 없는 ‘경제 대통령’, 이건희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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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회장으로 20년째 영향력 1위 지켜…2위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큰 격차

ⓒ 일러스트 찬희
한국 사회 10개 분야 전문가 집단은 올해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경제 관료 포함)’으로 지목했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 이건희 회장은 1993년부터 20년째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선정되었다. 조사 대상 1천명(세 명까지 중복 응답 가능) 가운데 8백77명이 이회장을 지목했다. 2위에 오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지목한 이는 2백49명에 불과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이건희 회장을 지목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9년 66.6%에서 2010년 80%를 넘어서더니 지난해 86.9%, 올해 87.7%까지 치솟았다. 대한민국 여론 주도층은 이건희 회장을 해가 지지 않는 경제 권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닌 영향력은 국내 최대 재벌 그룹의 총수이자 최대 주주라는 지위에서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을 초현실적 권위로 통치한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79개, 총 자산 4백34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백73조원, 영업이익은 20조원이 넘는다. 삼성그룹은 웬만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능가한다. 삼성그룹의 한 해 매출은 경제 규모 세계 47위 국가인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다. 해외 사업장 매출까지 합치면 세계 38위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GDP와 맞먹는다. 삼성그룹 소속 상장 법인 시가총액은 3백24조7천억원가량(2012년 5월 말 기준)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5.29%나 늘어났다. 또 국내 전체 상장 법인 시가총액의 26%가 넘는다. 삼성그룹이 국내외 사업장에서 고용한 임직원 수는 21만명가량이다.

이건희 회장은 국내 최대 부호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이건희 회장은 자산 83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 1백6위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주식 가치는 10조원을 웃돌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관료 박재완 장관은 3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회장은 2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 2백49명이 정몽구 회장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전문가 4명 중 1명(25%)이 정몽구 회장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꼽은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세계 5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자동차업종만큼 산업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도 없다.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는 56개이다. 매출액은 1백90조6천억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48%가량 늘어났다. 그룹 자산 규모는 1백56조2천억원으로 삼성그룹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1~2차 협력업체가 5천5백여 개로 삼성그룹의 다섯 배가 넘는다. 현대차그룹의 종업원 수는 14만1천명이지만 협력업체 종업원 수까지 합치면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벌닷컴이 지난 6월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회장 일가의 지분은 10조원가량이다.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7조원에 육박한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주식 가치도 3조원이 넘는다. 정몽구 회장 부자는 국내 부호 순위 2, 3위에 나란히 올랐다.

3위에는 경제 분야 최고 권력 기관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올랐다. 박재완 장관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관료에 오르기도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4위에 올랐다. 안철수 원장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면서 경제 분야에서도 아울러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5위에 올랐다. LG그룹은 재계 순위(자산 기준)에서는 SK그룹에 뒤처진다. 구본무 회장이 오랫동안 재계 2~3위 총수로 알려진 덕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밀어내고 5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통화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통화위원장이라는 직책에 걸맞게 6위에 올랐다. 금융 정책과 감독 업무를 맡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7위에 올랐다. 지난해 4위에 올랐던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는 8위로 주저앉았다. 집권 여당 내에서 정치적 위상이나 영향력이 약해진 것이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만수 KDB산업은행장은 대통령 측근이라는 후광효과 덕에 11위에 올랐다. 삼성그룹의 차기 총수로 지목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2위, 재계 최대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허창수 회장이 13위에 올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9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대한민국 전문가 집단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6백36명, 현대차는 4백9명의 지목을 받아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미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양분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5 출시를 늦추는 사이 삼성전자는 갤럭시S3라는 최신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아 스마트폰 세계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매출 47조6천억원, 영업이익 6조7천2백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치이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백95조원과 2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를 비롯한 일본 주요전자업체가 악전고투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군계일학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백96조5천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1위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15.8%나 된다.

현대차는 올해 매출 84조6천억원, 영업이익 9조5천억원을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2백13만 4천대를 팔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8.1% 늘어났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1.4%를 기록해 독일 폴크스바겐과 함께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53조8천6백억원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유가증권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에는 삼성그룹이 올랐다. 4위에 오른 현대그룹은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그룹을 아우르는 범(汎)현대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은 5위에 올랐다. LG그룹은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같은 전자 계열사가 고전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오랫동안 재계 2, 3위 지위를 유지했던 과거의 잔상이 남아 있는 듯하다. LG전자가 7위에 오른것도 한때 전자업계에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과거의 영광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3위 SK그룹이 6위에 그친 것은 의외이다. 계열사 중 SK텔레콤이 국내 최대 통신업체라는 위상에 걸맞게 8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철강업체 포스코가 9위, 재계 5위 롯데그룹이 1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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