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세대’들, 한국 축구 황금기 열까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8.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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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신화 쓰면서 유럽 스카우터들의 마음 흔들어…박지성 세대 이후의 리딩 그룹 형성할 듯

 

올해는 2002년 한·일월드컵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축구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영광과 좌절 모두 한·일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에 오롯이 남아 있다. 하지만 올여름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썼다.

10년 전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주장 홍명보는 감독이 되었고, 그가 리더십으로 키우고 헌신으로 가르친 어린 선수는 런던올림픽에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1이제 모두의 눈은, 대다수가 만 23세 이하인 올림픽 대표팀의 황금 세대들이 향후 10년간 한국 축구를 어떤 방향과 그림으로 이끌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런던올림픽 통해 실력 한층 업그레이드

축구계에서는 골든 제너레이션(황금 세대)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1989년 그리고 1991년 루이스 피구와 후이 코스타를 중심으로한 포르투갈의 청소년 대표팀이 U-20 월드컵에서 연거푸 우승을 하자 등장한 표현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그로부터 9년 뒤인 유로 2000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4강에 진출했다. 유로 2004에서 준우승,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4강에 올랐다. 어린 선수가 차곡차곡 성장해 그들이 전성기를 맞는 무렵에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이야말로 한국 축구에서 황금 세대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3년 사이 이 멤버는 두 번이나 세계 대회에서 큰 성과를 남긴 한국 축구 최초의 세대이다. 2009년에는 이집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독일, 미국, 파라과이를 물리치며 8강까지 진출했었다. 당시 홍명보호는 구자철, 윤석영, 이범영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 소속의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U-20 월드컵의 성공을 통해 김보경, 홍정호, 김영권, 오재석 등이 스타로 등극했고 그들은 프로 진출 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본선진출 준비 과정에서도 무명의 황석호, 김현성, 정우영, 김기희 등을 과감히 발굴했다. 평범한 돌멩이를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인 셈이다.

그 황금은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한층 빛났다. 구자철은 기성용, 박종우와 함께 미드필드를 이끌며 또래의 세계적인 선수를 압도했다. 윤석영은 와일드카드인 김창수와 더불어 이번 대회 우리 대표팀의 최고 강점인 측면 오버래핑을 펼쳤다. 센터백 콤비인 김영권과 황석호는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철벽 수비를 구축했다. 멕시코와 브라질의 유망주를 체크하러 왔던 유럽 전역의 스카우터들이 한국 선수의 활약을 보고 영입 방향을 틀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빛났다. 실제로 기성용은 브라질의 네이마르를 보러 온 맨체스터 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으로 향하는 별들, 2년 뒤가 기대된다

이번 올림픽 동안 홍명보호를 향해 쏟아진 호평의 대부분은 강력한 압박과 수비력에 대해서였다. 브라질전을 치르기 전까지 네 경기에서 단 2실점만을 허용하며 이번 대회에서 일본에 이어 가장 돋보이는 수비를 펼쳤다. 그것도 영국전의 페널티킥 실점을 제외하면 필드골에 의한 실점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명수비수 출신인 홍명보 감독은 팀 훈련 중에 수비 포지셔닝과 상황에 따른 전면적 압박, 대인 방어 등에 대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권과 더불어 수비의 핵으로 통하던 홍정호 그리고 그 대체자였던 장현수가 연달아 부상을 당해 이번 대회에 오지 못했음에도 수비 조직력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3년간 쏟은 땀의 결과물이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여물었음을 알 수 있다.

허리의 압박도 돋보였다. 구자철·기성용·박종우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드 3인방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브라질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늘 한국이었다. 브라질전에서도 전반 36분 실점하기 이전까지는 볼 점유율과 패스 횟수 등에서 더 우위에 있었다. 사실상 A대표팀 수준이었던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이 늘 적극적인 압박과 인터셉트에 당했을 정도로 우리 대표팀의 수비와 허리에서의 압박은 극찬을 받았다.

반면 고질적인 득점력 부족은 아쉬움으로남는다. 많은 찬스를 잡고도 무득점으로 끝난 멕시코전과 가봉전은 홍명보호를 토너먼트에서 영국, 브라질을 상대하는 험난한 일정으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은 현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뽑으며 득점력 부족을 타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 아무리 박주영도 아스날에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며 떨어진 감각을 1개월 만에 완벽히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믿었던 김보경·남태희·백성동 등 2선 공격수들도 유기적인 움직임과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이런 공격력 부재 가운데서도 4강까지 이끌었기에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이 더 빛나는 것이기도 하다.

3년 전 U-20 월드컵의 성공 후 홍명보호의 황금 세대는 K리그와 J리그 등 프로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은 프로 무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그들의 유럽 진출에 발판이 되고 있다. 이미 유럽 무대에 선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등에 이어 김보경이 잉글랜드 2부 리그(챔피언십) 카디프 시티로의 이적을 마무리했다. 윤석영, 김창수, 박종우 등 이번 올림픽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인 K리거도 유럽 스카우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유럽 진출은 앞선 선수의 성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지성 세대 이후의 한국 축구를 이끄는 리딩 그룹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의 순조로운 성장은 올림픽 이후 A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 구자철, 기성용, 김보경 등을 중용하고 있는 A대표팀의 최강희 감독 역시 이번 올림픽을 유심히 지켜보며 세대교체와 전력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을 올림픽 대표출신으로 메우려는 계획을 보이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의 협의하에 올림픽이전까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선수만 A대표팀에 선발했다. 그 봉인이 풀리는 9월 이후의 월드컵 최종 예선 일정에서는 올림픽 4강을 이끈 주역들의 맹활약을 A대표팀에서도 보게 될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의 성공을 경험한 선수들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또 한 번 모두를 기쁘게 할 성과를 낼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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