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일전에유럽 무대가 뜨겁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8.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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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 등 잇달아 개막 올림픽 연장선에서 양국 출신 선수들 경쟁 볼만

런던올림픽에서 진가를 확인시킨 ‘유럽파’ 기성용·구자철 선수(왼쪽부터). ⓒ AP연합
올림픽이 끝난 유럽은 다시 축구로 꿈틀거린다. 여름 휴식기를 마친 유럽 축구 리그가 차례차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8월18일 동시에 개막했고, 독일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가 그 뒤를 잇는다. 프랑스 리그1 등은 이미 시즌이 진행 중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눈길을 모으는 것은 유럽파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다. 올림픽에 참가해 사상 첫 메달 획득이라는 기쁨을 안겨준 박주영·기성용·구자철·지동원·김보경 등의 유럽파가 소속팀으로 돌아가 꿈의 무대 한가운데에 선다. 올림픽의 연장선에서 펼쳐지는 유럽파 일본 선수들과의 경쟁도 관심거리이다. 한국과 일본은 런던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하며 아시아 축구의 한계를 확실히 넘어섰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16강에 진출했던 양국의 힘은, 유럽 무대로 건너가 빠르게 성장 중인 주축 선수들이었다. 역대에 가장 많은 유럽파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 이어 또 한 번 자존심 싸움을 펼친다.

프리미어리그는 아시아 선수에게 가장 개방된 무대이다. 세계 각국의 자본이 몰리는 만큼 스폰서십을 맺은 기업의 국적과 성향을 좇아 아시아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성과를 남긴 것은 오직 한국 선수이고, 그 선두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합류 후 일곱 시즌 동안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무려 11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그의 성공은 한국 축구에 대한 프리미어리그 팀의 이미지 개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후배들의 유럽 진출에 가교로 작용했다.

대결 1라운드-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난 한·일 에이스들

그런 박지성이 맨체스터 생활을 정리하고 런던으로 터전을 옮겼다. 지난 7월 박지성은 말레이시아 출신의 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가 이끄는 QPR로 전격 이적했다. 남은 선수 생활을 2~3년 정도로 내다보는 박지성측은 지난 시즌 급격히 입지가 줄어든 맨유와의 이별을 택했다. 대신 팀을 이끌 베테랑을 찾던 QPR을 택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와 마크 휴즈 감독은 박지성에게 주장을 맡기는 것을 고려할 정도로 팀의 대표 스타로 인정하고 있다.

박지성의 QPR 이적은 프리미어리그의 흐름에서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박지성의 후배이자, 현재 한국 축구의 주력인 젊은 선수들이다. 올림픽에서 영국을 상대로 환상적인 골을 넣으며 다시 크게 주목을 받은 선덜랜드의 지동원은 마틴 오닐 감독이 팀의 미래로 삼는 선수이다. 볼턴의 이청용은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일급 윙어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접어야 했지만 현재에도 프리미어리그 팀이 그의 영입을 원하고 있다. 제2의 박지성으로 통하는 김보경은 2부 리그인 챔피언십의 카디프시티를 택했다. 2부 리그에서 적응력을 쌓은 뒤 올라가겠다는 계획이다.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기성용과 박주영이다. 올림픽에서 구자철과 함께 홍명보호의 중원을 지키며 맹활약한 기성용은 스코틀랜드의 명문 셀틱을 떠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굉장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그는 현재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프리미어리그의 10개 클럽가량과 접촉 중이다. 지난여름 아스널로 이적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힘든 시기를 겪었던 박주영도 이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스널의 주전 공격수인 로빈 판 페르시가 맨유로 떠났지만 벵거 감독은 이에 대비해 루카스 포돌스키, 올리비에 지루 등을 영입했다. 현실적으로 박주영의 자리는 없다. 그의 등번호 9번도 독일 국가대표 포돌스키에게 넘어간 상태이다. 올림픽에서 2골을 넣으며 현장에 온 스카우터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박주영으로서는 호재이다.

나카타 히데토시(볼턴), 이나모토 준이치(아스널) 등 간판 선수들이 진출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일본은 올 시즌 세 명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현재 유럽이 가장 주목하는 아시아 선수인 카가와 신지는 올여름 약 2백5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에 합류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며 소속팀 도르트문트의 리그 2연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카가와는 지난 시즌 유럽 전체 베스트11에 선정되기도 했다. 과거 박지성 영입 때도 그랬듯이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경기력과 아시아 마케팅을 동시에 잡는 차원에서 카가와를 택했다. 재일교포이지만 결국 일본 대표팀을 택해 눈길을 모았던 공격수 리 타다나리(한국명 이충성)는 소속팀 사우스햄튼이 1부 리그로 승격함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되었다. 아스널 소속인 윙어 미야이치 료는 올 시즌 위건으로 임대를 떠났다.

유럽에서 한국과 일본 선수의 경쟁이 치열한 또 하나의 무대는 독일 분데스리가이다. 분데스리가는 한·일 양국이 전통적으로 많은 선수를 보낸 무대이다. 한국에는 차범근이라는 슈퍼스타의 전설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한국 선수 영입에 분데스리가가 거부감이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독일 축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도자·선수 교류가 활발했던 가운데 2000년대 들어 유럽 축구로 가는 첫 관문으로 많은 선수가 분데스리가를 택하고 있다.

대결 2라운드-분데스리가의 주도권을 잡아라

유럽 무대에서도 ‘한·일전’은 뜨겁다. 왼쪽은 박지성 선수(ⓒ AP연합), 오른쪽은 카가와 신지 선수(ⓒ EPA연합).
분데스리가는 한국 선수가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선수들이 도전하는 프리미어리그와는 정반대의 형국이다. 무려 8명에 달하는 일본 국가대표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이다. 대표팀의 주장인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를 비롯해 호소가이 하지메(바이엘 레버쿠젠), 오카자키 신지(슈투트가르트), 이누아 타카시(프랑크푸르트) 같은 공격수들도 차곡차곡 실적을 쌓고 있다. 그들의 활약에 힘입어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 사카이 히로키(하노버96), 사카이 고토쿠(슈투트가르트)가 근래에 분데스리가 무대에 진출했다. 특히 맨유로 이적한 카가와 신지의 인상 깊은 성공은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랬듯이 일본 선수에 대한 분데스리가의 신뢰를 한껏 높여주었다.

한국 축구에도 분데스리가는 이제 큰 관심을 모으는 무대이다. 차범근 이후 김주성, 황선홍, 이영표 등이 진출했지만 차범근의 벽을 넘지 못한 탓에 소원해졌던 분데스리가는 손흥민(함부르크SV)과 구자철(아욱스부르크)의 활약으로 다시 친숙한 리그가 되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가 원소속팀이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에 임대되어 맹활약한 아욱스부르크와의 임대 계약을 연장했다. 올림픽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구자철은 다시 한번 아욱스부르크의 1부 리그 잔류를 책임질 가장 확실한 공격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K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분데스리가의 명문 함부르크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던 손흥민은 프로 3년차를 맞고 있다. 폭발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이 전매 특허인 손흥민은 함부르크 구단과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차세대 공격수이다. 이번 시즌에야말로 유망주 딱지를 떼고 팀의 확실한 주전 공격수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지닌 손흥민은 오카자키·호소가이 같은 일본 공격수를 넘어서는 공격 포인트에 도전한다.

차두리의 분데스리가 복귀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일월드컵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아버지 차범근의 전설이 남아 있는 제2의 고향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차두리는 남아공월드컵 이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기성용과 함께 팀 우승에 기여했다. 선수 인생의 황혼기에 선 차두리는 다시 분데스리가로 돌아가 승격 팀인 뒤셀도르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풀백이 아닌 윙어로 나설 것이 유력한 차두리는 풍부한 경험으로 구자철·손흥민의 멘토 역할까지 도맡고 있어 현재 일본이 대세인 분데스리가 내의 아시아 축구 주도권을 다시 한국이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네덜란드에서는 한국의 즐라탄으로 꼽히는 석현준(흐로닝언)이 일본 대표팀 공수의 핵인 요시다 마야(VVV펜로), 마이크 하프너(비테세)와 정면으로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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