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탓하며 똘똘 뭉치는 일본 우익
  • 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08.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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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언급한 발언에 비난 일색…한·일 관계 장기간 악화 예상돼

지난 8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반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10일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 정치권이 여야를 초월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이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오라”라고 말하자 일본 내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우익 단체들은 주일본 한국 대사관 앞에서 연일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 언론, 우익 단체들이 논란을 키워 가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후쿠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지난 8월15일 기자회견에서 일왕의 방한 조건으로 사과를 요구한 이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대단히 유감이다. 외교 채널을 통해서 한국에 항의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조처로 한·일 간에 체결한 통화 스와프 수정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향후 이런저런 검토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협정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자민당의 가타야마 사츠키 씨는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항의로 한·일 통화 스와프를 동결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관계 인사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줄이어

인터넷에서도 하루빨리 파기해버리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8월13일만 해도 일본 정부는 한·일 통화 스와프나 국채 매입에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변경이 없다고 표명했으나 갑자기 태도가 변했다. 비난과 불만이 점점 고조되어가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다가 일왕 사과 발언이 나오자 8월15일 제소를 결정했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은 8월15일 2009년 민주당 정권 이래 처음으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총리 및 각료들의 경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었다.

대표적 우익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는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당시 신사에 있던 이들이 ‘이시하라’를 연호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노다 총리에게 독도에 가라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 그 사람(노다 총리)은 안 된다”라며 총리를 아랫사람 대하듯 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중국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도쿄 도가 구입하겠다고 나서며 주변국을 자극하고 있다. 일왕에 대한 사과 발언에 즉각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사람은 대표 우익 인사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이다. 그는 “이대통령의 발언은 일국의 리더의 발언으로서는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 언론, 우익 세력들은 일왕에 대한 사과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집중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일왕에 대한 언급 자체가 불가침 영역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여야 정치권도 전 국민의 여론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연일 강한 톤으로 비난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대통령이 임기 말에 각종 비리 스캔들에 빠져 국면 전환을 위해 대일 강경 노선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대통령이 한국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부질없이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중의원 선거 의식해 민주당까지 강한 보수로

일본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중의원 선거가 있다. 노다 총리는 최근 소비세 인상을 통과시켰는데, 그것은 야당인 자민당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에 대한 사과 발언은 중의원 선거를 앞둔 보수 정치권의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0%가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무사안일 외교가 부른 결과’라며 일본 정부에 질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노다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율은 35.5%이다. 지난 7월 43.3%에서 다시 추락했다. 중의원 선거가 임박할수록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사과 발언에 대한 비난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우경화하고 있는 흐름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야를 통틀어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인사들은 보수 우익 성향이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하시모토 토오루 오사카 시장이 대표적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익 성향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이들이 뭉쳐 집권하게 되면 독도·위안부·교과서 문제의 해결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선거를 의식해 자민당은 더 우경화할 것이고, 민주당도 강한 보수 노선으로 갈 공산이 크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30% 이상이다. 그들은 노다 내각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관세 등 경제 분야에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한류에도 영향이 미칠 조짐이 보인다. BS일본TV는 지난 8월15일, 8월21일에 방영하기로 예정한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 <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방영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송씨가 독도 횡단 수영 릴레이로 나선 데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을 의식해서다. 일부에서는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일본 언론은 이번 이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장기간 고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아주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스미마셍’이라는 표현이 있다. 미안하다는 뜻과 감사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무’라는 말은 ‘마치다, 끝나다’는 뜻이다. ‘스미마셍’ 하면 ‘아직 마치지 않았다,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상대에게 신세를 졌거나 잘못을 한 일에 대해 계속해서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일본인은 아무리 작은 일이나 오래된 일이더라도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런 표현에 천착되어 있는 사람들이 한국민에게 고통을 준 역사와 진실 앞에서는 진정으로 스미마셍의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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