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복구 현장 논란 휩싸인 ‘회장집’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8.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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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폭우 피해 지역 곳곳에 부실 공사 흔적 신세계 회장 위해 설계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개축 공사를 끝낸 구학서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택.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구학서 신세계 회장을 위한 ‘봐주기 공사’를 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구회장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형촌마을은 지난해 기습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우면산 자락을 통해 밀려드는 흙탕물로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우면산 주변의 수로 복구 공사에 나섰다. 서초구도 우면산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침사지와 하천관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구회장을 위해 복구 공사의 설계를 변경한 의혹이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민은 법적 대응까지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제2의 우면산 사태를 막기 위해 수백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었다. 특정 인사를 배려하면서 다른 주민들은 폭우의 위험에 노출시킨 만큼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구학서 회장 자택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우면산 자락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자는 지난 8월8일 문제의 현장을 찾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장소는 형촌마을 내에서도 가장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는 쌍방울그룹 2세인 이의종 트라이맥스 회장과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자택이 담을 마주보고 위치해 있다. 자택 바로 위는 하천관로를 통해 물이 빠지는 침사지가 있었다. 이 침사지가 지난해 참사를 냈던 발원지이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우기 때만 되면 이 수로와 침사지를 통해 토사가 넘쳐나고, 넘친 물과 토사가 다시 두 회장의 담벼락 사이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마을로 흘러들어가면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난 집 일부는 복구 안 돼

지난해 산사태 피해를 입은 형촌마을 일대를 기자가 현장 취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사고 지역의 복구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였다. 두 회장의 자택 바로 위에 만들어진 수로는 경사를 두고 위쪽에 건설된 보와 연결되어 있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나 물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역할이었다. 사고가 난 집의 일부는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다. 구학서 회장의 집은 리모델링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였다. 이의종 회장의 집은 물살에 휩쓸린 담벼락이 아직까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이회장의 측근은 “구청에서 피해 신고를 하라고 해서 신고를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새로 조성된 수로가 이회장의 자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회장 자택의 담을 끼고 물이 빠지도록 수로와 침사지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침사지를 통해 빠져나가는 하천관로의 넓이 역시 9백㎜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관로의 중간이 꺾여 있기 때문에 물이 제대로 빠져나갈지 의문이었다. 이회장측 관계자는 “지난해 수해 사태를 야기한 이유 중의 하나가 침사지와 하천관로였다”라고 설명했다. 침사지에 토사가 쌓인 데다가 관로마저 좁아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 물이 구학서 회장의 집을 덮치면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구학서 회장은 서초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사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물이 넘친 만큼 서초구청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신세계측은 “관련 분쟁은 합의하에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사고가 난 것과 동일한 용량의 관이 보수 공사에 다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제2의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의종 회장은 수로가 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오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더하다고 한다.

부실 공사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문제의 침사지나 하천관로를 설치한 건설업체 관계자들까지 우려를 표시할 정도였다. 당시 공사 현장에 있었다는 한 관계자는 “9백㎜ 하천관은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었다. 물이 넘치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개방 하천을 만들자고 구청에 제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설계도는 이상이 없으니 도면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만 들었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구역은 설계도에도 없는 시설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서초구는 현재 공사를 마무리하고도 준공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일단 비가 올 때까지 지켜보자면서 구청에서 준공식까지 미루고 있다. 원래는 4월 말에 준공할 예정이었는데 네 차례나 미루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수로가 인근 주민의 담벼락과 연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구회장 집 담벼락, 여전히 공유지 점유 상태

파행 공사의 이면에 구학서 회장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구회장은 지난 2010년 9월 서초구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자택 담벼락이 공유지를 불법 점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폭우 사태 이후 건물을 다시 짓는 과정에서 담벼락을 원래대로 복구했다고 구청측에 신고했다. 하지만 측량 결과 여전히 공유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심지어 담벼락을 옮겼음에도 이전에 심어놓은 나무는 공유지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날 현장을 찾은 대한지적공사 관계자는 “담벼락이 여전히 1.2m 정도 튀어나온 것으로 측량되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침수관에서 연결되는 수로 또한 구회장의 나무를 피하기 위해 각도를 틀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 전문가는 “수로가 일직선으로 뻗어도 물이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구회장이 심어놓은 나무를 피해 수로의 방향을 중간에서 튼 것은 명백한 특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초구청이 폭우에도 안전한 개방 하천 대신 하천관로를 설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이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면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하에 설치된 하천관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방 하천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현지 주민이나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물이 넘치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지상에 자연 하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 하천을 건설하면 구회장이 하천 점용료를 지불하고 기르는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때문에 구회장이 구청측에 자연 하천 조성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류의 수로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곳의 수로는 현재 이의종 회장과 구학서 회장의 임야를 정확히 가로질러 조성되어 있다. 문제는 쌍방울그룹 2세의 부지는 상당 부분 수로 부지로 변경된 상태였다. 그런데 구회장 소유의 임야는 건들지 않았다. 오히려 구회장의 경우 공유지를 불법적으로 침범해 담벼락을 쳐놓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구회장측은 “서초구청과의 협의를 충분히 거쳤다. 과정을 떠나 결과가 이렇게 나와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회장측은 구회장측의 부지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이회장 쪽의 임야만 수로로 사용하다 방향을 자신의 집 쪽으로 잡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회장측은 “이런 상태로 비가 많이 오면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쪽으로 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나 서초구청측에 여러 차례 관련 문제를 호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대한지적공사 관계자가 논란이 되고 있는 복구 현장을 측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회장은 조만간 서초구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유명 법무법인에 의뢰까지 한 상황이다. 이회장의 한 측근은 “하천 조성 공사를 위해 내준 사유지만 1백50여 평이 된다. 그럼에도 물길의 방향이 우리 집 담을 때리고 돌아나가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나 서초구청은 구회장에게도 일정 부분 양보를 얻어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솔직히 배신감까지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일련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나 서초구청측은 현재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이다. 하천 공사를 맡은 서울시측은 “침수지 공사의 권한이 서초구청 쪽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만 말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한 관계자는 “수로는 서울시가 시공했지만 물이 빠지는 침사지나 하천관로는 서초구청 관할이다. 서초구청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설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피력하고 있다. 서초구청 재난치수과의 한 관계자는 “전문 기관에 의뢰해 설계했다. 설계도면에 따라 공사가 끝난 상황에서 조정할 경우 또 다른 특혜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현지 주민들이 몰려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았다. 지난해 놀란 심정은 알지만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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