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피의자, 막강 변호사 붙었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8.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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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확인] ‘여권 전담 법률 대리인’ 바른, 강해진씨 변호인단으로 대거 참여…선임 배경에 의혹 쏠려

지난해 12월29일 디도스 공격을 공모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 김 아무개씨(가운데)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법무법인 ‘바른’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강해진씨(26·구속)가 최근 항소심 때부터 변호인단이 전격 교체되었는데, 새롭게 뛰어든 변호인단 전원이 바로 법무법인 바른 소속의 변호사들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더군다나 강씨 변론에 무려 10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등 매머드급 변호인단이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강씨는 디도스 사건 주범인 공현민씨(27·구속)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ㄱ커뮤니케이션스’의 대표이다. 공씨는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였던 인물이다. 강씨와 공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 6개월(벌금 5백만원, 추징금 1천만원)과 5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강씨, <시사저널>에 윗선 암시하는 증언 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은 당시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여권 전체에 치명타를 입힌 사건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여당 의원의 비서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은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나라당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했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한나라당 15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청와대 역시 디도스 사건에 대한 은폐·조작 및 개입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경찰 수사 상황을 최구식 전 의원측에게 알려준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은 지난 8월10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문제는 여권이 중앙선관위 디도스 사건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검·경과 특검의 수사를 거치면서 “윗선은 없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부실 수사라는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 검찰 수사 기록이나 1심 공판 기록을 살펴보면 배후를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시사저널>이 지난 5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강씨를 만나 확보한 증언 중에는 윗선을 암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시사저널> 제1177호 ‘“사건 전 문화부장관과 약속도 잡혀 있었다”’ 참조). 강씨는 “공씨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하며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의 부탁이다’라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공씨가 내게 ‘문화부장관이 곧 바뀔 것 같다. 바뀌기 전에 문화부장관과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들을 만나보자. 일주일 뒤로 약속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관련해서는 “공씨가 지난해 10월26일 오후에 ‘청와대에서 수사관 2명이 급파되었다고 하더라. 몸조심해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윗선에 대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와중에 법무법인 바른이 돌연 등장했다. 문제는 바른이 현 정부 들어 여권의 ‘법률 전담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데 있다. 바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권과 관련된 민감한 소송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해왔다. 바른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 있었을 때 이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변호를 담당하면서 여권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바른은 BBK 사건과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집행 정지 신청 사건에서 이대통령측 법률 대리를 맡았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 로비 사건에서 김옥희씨와 구속된 브로커 김태환씨의 변호를 잠시 맡기도 했다.

그 밖에도 바른은,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 1백72명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상인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또한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이후 야당이 김형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미디어법 권한 쟁의 심판청구 사건에서도 정부측 변호를 담당했다. 박연차 게이트 당시 박회장의 변론을 맡은 곳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2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변호를 맡은 곳도 바른이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문. ⓒ 시사저널 박은숙

1심 맡았던 변호사 접촉해놓고 돌연 변심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 직전까지 바른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나후보는 이번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특히 1심에서 5년을 선고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수행비서 김태경씨(31)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0월25~26일에 나후보의 보좌관 김 아무개씨, 조 아무개씨와 통화한 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른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맡은 것은 나경원 전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지난 7월 말께, 강씨가 1심 도중 자신이 직접 해임했던 민병덕 변호사(법무법인 로텍)에게 항소심을 맡아줄 것을 타진했었다는 사실이다. 민변호사는 민주당의 MB 새누리 정권부정부패 청산 국민위 디도스 사건 소위에 간사를 맡기도 했다. 강씨는 1심 공판이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5월21일,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민변호사를 급작스럽게 해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씨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 온 김성호 목사는 “강씨가 <시사저널>(제1177호) 기사가 나간 후 특검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았다. 강씨는 나에게 ‘(김목사가) 처음부터 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접근했던 것이 아니냐’라고 항변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즉, 김목사와 민변호사는 강씨에게 ‘윗선’을 밝힐 것을 꾸준히 설득해왔는데, 강씨가 이에 대한 부담으로 민변호사를 전격 해임했다는 것이다.

그랬던 강씨가 항소심을 앞두고 다시 민변호사를 접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목사는 “변호사 수임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디도스 사건 전 강씨는 김태경씨에게 1억원을 빌렸는데, 이를 갚기 위해 고향집 전세 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또한 1심 당시 민변호사 외에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었는데, 수임료 중 2천5백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지인이 대신 내기도 했다. 민변호사는 무료로 변호를 맡았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민변호사를 다시 찾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민변호사도 강씨를 대신해 자신을 찾아온 박 아무개씨에게 “항소심에서도 비용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강씨는 민변호사와 접촉한 이후 어떤 통지도 없이 지난 7월23일, 바른을 항소심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바른에서 강씨의 변호인으로 참여하는 변호사만도 10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바른측은 “의뢰인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목사는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바른이 선임된 배경에 의혹을 거둘 수가 없다. 강씨가 다시 민변호사에게 접촉했을 때 디도스 사건의 숨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도 끊어진 상태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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