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수혈이냐, 캠프 재건축이냐
  • 서상현│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2.08.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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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캠프 ‘집안 싸움’ 끝없어…측근들 대상으로 어떤 인적 수술 단행할지에 관심

대척점에 서 있는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 ⓒ 시사저널 이종현

8월16일 대구. 스콜성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대뜸 “이렇게 가다가 박근혜가 잡아먹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말이냐고 하니 “아니, 같은 당 선수끼리도 이렇게 잡아먹을 듯한데, 경선 끝나면 허허벌판에 홀로 서서 뭘 할 수나 있겠느냐는 말이죠”라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냐’고 물으니 “(박근혜가) 다 끌어안아야지요. ‘그래 너희들 말이 다 맞다. 그러니 함께 가자, 좀 도와도’ 하면서 말이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안방인 대구에서 기자가 만난 몇몇 택시기사들은 비슷한 말들을 했다. “지금의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 과연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등 텃밭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이날 만난 한 기초단체장은 “박 전 위원장이 뭔가 수를 내지 않으면(정권 재창출이) 진짜 어려울 수 있다”라며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

‘보수 대연합이냐, 외연 확장이냐’도 고민

박근혜 전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본선 경쟁에 나서면서 향후 친박 측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적 수술에 나설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가 자신의 대권 가도를 도울 인적 집단을 어떻게 재구성할지를 놓고 정치권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민주당의 예선전이 아직 한 달가량 남은 탓에 시간은 다소 벌었지만, 박근혜 후보 캠프는 벌써부터 집안 싸움이 한창이다. 소규모 실무형 경선 캠프의 역할이 다했고, 본선 캠프 진용 꾸리기에는 어느 정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면서 박 전 위원장은 장고(長考)에 들어간 모습이다. 보수 대연합이냐,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냐. ‘박(朴)의 남자’들이 충돌한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누구의 주장에 손을 내밀지 주목된다. 

박근혜 전 위원장을 둘러싼 본선 캠프 개편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인적 쇄신이냐, 인적 보강이냐’ 하는 것과, ‘보수 대연합이냐, 외연 확장이냐’ 하는 것이다.

인적 쇄신은 지금까지 박 전 위원장을 도왔던 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새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새판을 짜자는 것이다. 인적 보강은, 경선 캠프의 실무진은 그대로 있고 필요한 인사들만 영입해 수혈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전 위원장의 고민이 커지는 것은, 전자는 신박(新朴)으로 대변되는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후자는 구박(舊朴)이라 할 수 있는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각각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캠프 두 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이 협력하고 협조해 조율하거나 절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대척점에 서서 흑백 논리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버티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재선 김재원 의원은 “앞으로 꾸려질 본선 캠프 내 주도권 싸움이 아니냐”라는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본선 링에 상대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보수든 진보든, 쇄신이든 보강이든,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특정인이 캠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의도로 논쟁이 진행되면 안 된다. 경선은 구멍가게 수준에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진행된다면, 본선은 백화점식으로 최대치로 총망라해 끌어가야 하는 만큼 (표가 되는) 누구든 같이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선 캠프를 놓고 집권 여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생산적인 논쟁이 아니라, 본선 캠프 내 역할의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소모적인 권력 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을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였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비박(非朴) 진영 대선 주자들이 박근혜 전 위원장을 가장 많이 공격한 지점은 그의 ‘불통(不通)’ 이미지이다. 박 전 위원장을 둘러싼 사당화(私黨化) 논란이나, 5·16 등 역사관 문제는 충언(忠言)이나 직언(直言)을 하지 않는 친박 예스맨의 이야기만 듣거나, 그런 부류의 종박(從朴) 세력이 그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아킬레스건인 박 전 위원장의 가족사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그의 고집에서 출발한다는 지적이었다. 뭉뚱그려 보면 박 전 위원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지도 다양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보수 진영의 대표’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부패한 보수 흡수해봐야 역효과만 날 것”

8월16일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인천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후보자들. ⓒ 시사저널 임준선
평소 박 전 위원장이 믿고 있는 사람을 오래 쓰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외부 수혈’ 쪽으로 물타기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박계이지만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박 전 위원장이 캠프의 혈액형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지켜본 박 전 위원장의 성격이나 스타일로 볼 때, 취약층인 ‘젊은 피’나 ‘수도권 피’ ‘PK(부산·울산·경남) 피’를 수혈하는 쪽으로 가면서 친박의 울타리를 조금 더 넓히는 선에서 외부로 영토를 확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김문수(수도권)·김태호(PK권) 후보를 영입해 박 전 위원장의 부족한 5%를 이들 백신으로 장착하고, 정병국·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나 4·11 총선 때 낙천했던 인물을 대거 영입해 보수 진영의 ‘물리적 융합’을 이루어야 한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래야만 범보수·중도 진영까지의 ‘화학적 융합’도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국민들도 ‘박근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도 “보수 진영의 프리즘을 왼쪽으로 더 옮겨, 덩치는 키우고 다양성은 넓히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포용’은 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부패한 보수, 표 안 되는 낡은 보수는 잘라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인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부패한 보수를 흡수하면 역효과만 날 것이며 표가 달아날 것이다. 부패 보수를 끌어들일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20~40세대, 중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데에 더 투자하는 게 박 전 위원장에게 단 한 표라도 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캠프 내 개혁파로 통하는 김종인 위원장이나 이상돈 정책발전위원의 뜻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본선 캠프의 ‘재건축론’이다. 재건축은 건축물 소유자가 출자해 새로 짓는 것으로, 구박 인사들이 중심이 된다. “일단 보수 진영부터 다지고 2층에 새 지지층을 올리자”라는 것으로, ‘보수 대연합’과 ‘외연 확장론’이 충돌하니 이를 단계별로 해서, 지지층부터 잡고 외연을 확대하자는 ‘단계별 진행’의 절충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공은 박 전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친박 내부의 ‘쓴소리’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은 “지금은 박 전 위원장 본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아주 답답할 것 같다. 인적인 변화를 주려면 그만큼 인적 풀이 다양해야 하는데, 그만한 대안이 있는지 그것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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