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암호 같았던 소비자 마음 해독법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8.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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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도 잘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 심리 파헤쳐

대통령과 루이비통 황상민 지음 들녘 펴냄 376쪽│1만5천원
불황이 깊어가는가. 방송에서는 추석 선물도 줄일 것이라는 한 시민의 말을 들려주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다’라고 진단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아 경제 위기에 기름을 붓는다는 뜻으로 들린다. 과연 불경기를 진단하는 기자가 소비자의 마음을 알고 보도한 것일까. 아니면 이런 경우 가져다 붙이는 용어가 ‘소비 심리’ 말고는 딱히 없기 때문일까. 남자도 남자 마음을 모르는데, 여자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뻔한 형편에 명품 가방 사달라고 조르는 여자의 마음이라면 더더욱!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교육열, 디지털 활동, 프로야구 붐, 명품 소비 등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진 소비 행위를 연구한 끝에 ‘야구 팬의 여섯 가지 유형’ ‘디지털 신인류’ ‘명품 소비 심리 코드’ 등 숨겨져 있던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수면 위로 끌어냈다.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트렌드, 주류를 따르는 한국인의 심리 등을 파헤치면서 단순히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행위로만 인식되었던 ‘소비’에 ‘선거’와 ‘소통’ 등 다양한 행위를 포함시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는 행위와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의 가치관대로 인생을 사는 것조차 모두 소비 행위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소비 심리는 조장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취하는 심리 상태여서 이해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해 ‘하얀 국물 사건’을 예로 들어 기업뿐 아니라 언론 매체들까지 소비자의 마음을 몰라도 참 모른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꼬꼬면이 세상에 나왔다. 단순한 ‘신상’의 개념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입맛을 추구한다는 사실, 무엇보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한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라면을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유사한 하얀 국물에 새로운 맛을 가미한 ‘나가사끼 짬뽕’ ‘기스면’ 등이 출현했고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매운맛의 빨간 국물 라면에 익숙했던 입맛들이 새로운 라면 국물 맛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가 ‘새로운 입맛’이 등장했다는 사실보다 ‘국물색’ 자체만을 언급하고 있다. ‘하얀 국물’이라는 물리적 속성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법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꼬꼬면이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은 국물이 하얗기 때문이 아니다. 다양한 입맛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맛이나 마음이 국물의 색에 있었는지, 대세보다는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마음에 있었는지에 대해서 반드시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저자는 어느 특정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과 백화점에 가서 럭셔리 브랜드 지갑을 사는 일을 두고 비교하기도 했다. 선거와 소비를 개개인의 행동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선거에 쏟는 심리적 에너지는 백화점에서 가서 좋은 지갑 하나 사는 데 쏟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명품 하나 사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통령 선거’가 개인의 선택과 결정이라는 소비 심리의 입장에서 볼 때 백화점에 가서 지갑 하나 사는 것보다 개인에게 덜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선거나 소비 행위나 개개인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소비자를 단순히 제품을 팔 대상으로만 보고 ‘원인’도 모르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머리를 싸맸던 기업들에 마케팅 지침서로써 쓸 만해 보인다. 특히 소비자의 행동 원인인 소비 심리를 구분해 소비 집단을 나누고 집단별로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독자는 자신이 어느 소비 집단에 속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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