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비슷해도 속 다른 외국인 투자
  • 문형민│뉴스핌 기자 ()
  • 승인 2012.08.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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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간 공격적인 매수 보여 종목에서는 지난 1월과 확연한 차이

ⓒ 일러스트 권오환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데도 코스피가 1950 선 전후에서 지루한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2000 선 회복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월27일부터 8월23일까지 6조8천7백5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같은 기간 1782.47에서 1942.54로 1백50포인트(8.98%)가량 올랐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에 의해 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 올 1~2월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은 올 1~2월에 약 10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코스피를 지난해 12월 말 1820대에서 올 2월 말 2030까지 2백 포인트가량을 끌어올렸다.

주가지수 선물과 연관된 프로그램 매수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1~2월과 8월의 상황은 다르다고 분석한다. 겉으로 드러난 외국인의 매수 흐름은 비슷하지만 속을 따져 보면 차이가 있다는 얘기이다. 글로벌 펀드 자금 통계회사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의 집계에 따르면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유로존 경기 부양 발언 이후, 즉 7월27일부터 8월15일까지 한국·타이완·인도 등 3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매수한 규모는 총 93억 달러에 달한다. 그렇지만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 시장 관련 뮤추얼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억8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앞서 1~2월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매수하던 시기에는 아시아 신흥 시장 관련 뮤추얼 펀드로 30억 달러가량이 순유입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는 외국계 펀드들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어 주식을 샀다기보다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절하면서 일시적으로 매수를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 최근 외국인의 매수 중 상당 부분이 주가지수 선물과 연관된 프로그램 매수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다르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확대된 지난 3월 이후 외국인들은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늘려왔다. 하지만 7월 하순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과 함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신호가 켜졌다.

이에 외국인들은 7월27일 이후 매도 포지션에서 환매수로 방향을 바꿔 불과 열흘 만에 3만 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는 주식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4조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선물 시장 수급이 좋아졌고, 베이시스(선물과 현물 가격의 차이)가 확대되어 차익 거래로 인한 수익이 기준 금리 2~3배에 달할 정도가 되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 매수, 특히 차익 거래로 인한 매수 유입이 상당히 커졌다. 다만 차익 거래로 인한 매수에는 지속성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차익 거래 조건이 더 좋아지면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지만 조건이 바뀌면 곧 태도도 돌변한다. 새로운 악재가 부각되면 외국인들이 선물에서 대량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외국인 매수가 단기간에 급증하면 그 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경험칙도 있다. 삼성증권 임수균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외국인이 상당 기간에 걸쳐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매수한 사례는 여덟 번이다. 2009년 초를 제외하면 외국인들은 평균 1개월가량, 5조~9조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이는 외국인이 집중 매수를 시작한 후 1개월가량은 주가가 상승하지만 2개월째에는 주춤해졌다는 얘기이다. 임수균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는 주로 정책 모멘텀이나 펀더멘털의 확연한 개선 등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약 한 달간의 매수세가 지속된 이후 관련 재료가 충분히 시장에 반영되면 매수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에서 외국계 펀드로부터 주문을 받는 국제영업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1950 선 부근에 다다르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라고 전했다.

코스피가 1950 선에서 멈칫거리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공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흐름을 보면 1800 선 이하에서는 유입되고 1900 선 이상에서는 유출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900 선을 넘어서며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자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을 내다 파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외국인들이 매수한 7월27일 이후 1조1천4백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의 매수가 지속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번째 양적 완화(QE3) 정책을 펼 가능성,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과 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 등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키움자산운용 김지훈 주식운용본부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이 9월 이후 부양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선 효과가 나올 만한 시간이 흘렀다는 점도 거시경제 지표를 회복시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또 코스피 1950 선은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8.6배 정도여서 여전히 싼 편이라는 것도 추가 상승 전망을 받쳐주는 논리이다. 과거 국내 증시의 평균적인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2040까지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올 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2200 선으로 제시했다.

‘전차’ 종목에 집중

한편 외국인은 최근 순매수하는 동안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시가총액 상위의 전차(電車)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삼성전자를 1조4천9백28억원, 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주식 3인방을 총 1조3천7백71억원 순매수했다. 그 밖에도 LG화학·S-Oil·SK이노베이션 등 정유화학주, SK하이닉스·삼성전기·LG디스플레이 등 IT 관련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증권업계에서는 여전히 수출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종목들에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불황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요처를 확보한 기업들이 실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현대하이스코나 삼성SDI 등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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