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체제’가 코레일 적자 줄인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8.2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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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신설되는 KTX 노선 운영, 민간 업체에 맡기기로…네 업체가 관심 보여

광명역에 정차하고 있는 KTX. ⓒ 시사저널 자료

고속철도(KTX)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한다. KTX를 민간 업체가 운영하면 어떨까? 한 질문에 두 개의 답이 나왔다. 한쪽은 요금이 내려가고 안전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하고, 반대쪽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한다. 같은 질문에 정반대의 답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2015년이면 수서에서 출발하는 경부선(수서-부산)과 호남선(수서-목포)이 개통된다. 정부(국토해양부)는 이 운영권을 코레일이 아닌 민간 기업에 맡기기로 했다. 100여 년 동안 철도 사업을 독점해온 코레일이 처음으로 민간 업체와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은 누가 철도를 운영하든 요금이 내려가고 서비스가 좋아지고 열차 사고가 없기를 바란다. 정부는 민간 업체에 운영을 맡기면 이런 측면들이 더 향상될 것으로 본다.

이 계획은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코레일 노동조합은 자료를 통해 “KTX 노선 민영화는 코레일 민영화이다. 결국 경쟁 체제 도입으로 요금을 낮추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수익이 나는 알짜 철도인 고속철도를 민간 재벌에 넘겨주겠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KTX 민간 운영과 관련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공공성 훼손과 요금 인상을 걱정하는 쪽이 많다. 공공 시설인 철도를 일개 민간 기업이 독점하면 기업의 정책에 따라 공공성이 휘둘릴 수 있다. 공공성보다 이익 추구가 우선인 기업의 입장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자 고속도로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로나 철도 건설비 일부를 민간 업체가 부담했으므로 이를 회수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KTX의 민간 운영은 성격이 다르다. 한마디로 위탁 경영과 비슷하다. 소유권은 정부에게 있고,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셈이다.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김공수 구조개혁태스크포스팀장은 “철도 건설은 정부가 부담한다. 민간 기업은 철도를 임대해서 운영만 한다. 또 운영권 지분 중에 대기업 비율은 49%로 제한하고, 나머지 51%는 공기업·중소기업·국민이 소유한다. 코레일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계획은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 체제 도입이다”라고 설명했다.

KTX 요금 20% 인하 효과 기대

지난 8월2일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속철도 제4공구 건설 현장을 방문해 터널 시공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일까? <시사저널>이 입수한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철도의 임대 계약 기간은 15년이다. 기업이 영구적으로 독점하는 등 특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임대 기간 동안 요금은 평균 20%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 서울~부산 기준으로 약 1만5천원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요금 인상의 상한선을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정했다. 이런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해마다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감시하도록 했다. 만일 민간 기업이 계약한 요금 이상으로 인상하려고 하면 계약 자체를 취소한다는 조항도 계약서에 써넣기로 했다.

민간 기업에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정부는 철도 임대료로 수익의 40~50%(4천억~5천억원)를 받을 계획이다. 코레일의 기존 철도 임대료 31%보다 1천억원 이상 추가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철도 건설을 위해 빌려 쓴 돈을 갚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구본환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은 “신규 KTX 건설 투자비는 약 20조원인데, 현재 코레일이 내는 선로 사용료로는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제대로 갚을 수 없다.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민간 업체로부터 선로 사용료를 40% 후반대로 받으면 부채를 조기에 상환할 수 있다. 요금이 싸고, 서비스가 좋아지면 철도 이용객이 늘어나고 그만큼 선로 이용료 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조기에 건설 부채를 갚을수록 국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상태에서 민간 업체들은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일부 업체는 정부가 공고를 내면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운송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네 개 업체가 철도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제안 요청서를 확정해 공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간 업체 선정은 다음 정권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 지위 유지하되 인력 재배치 등으로 생산성 높일 것” 
구본환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 인터뷰

KTX 운영을 민간 업체에 맡기는 이유는?

철도는 공공 시설이다. 코레일 노조 등 0.1%의 기득권이 아니라 99.9%의 국민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 철도 독점의 폐해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은 이미 민간에 철도 운영을 맡겨 만성 적자를 해소했다. KTX 경쟁 체제 도입은 고속철도 선로를 코레일 외에 민간에도 빌려주어 요금을 낮추고 더 많은 선로 임대료를 회수함으로써 철도 부채를 적기에 상환하려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코레일의 공기업 지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민간 기업에 고속철도 운영권을 줄 수 있는가?

줄 수 있다. 시설을 팔거나 코레일 지분을 처분하는 민영화가 아니므로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시각이다. 

기존 KTX 노선은 코레일이 그대로 운영하는가?

민간에 운영을 맡기려는 수서발 KTX는 아직 운영자가 지정되지 않은 신설 노선이다. 코레일의 기존 노선을 강제 회수하면 코레일 직원의 고용 불안 등 문제가 발생하므로 정부는 이 방식을 고려하지 않았다. 앞으로 코레일이 경영상의 이유로 기존 노선을 포기하면 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 업체에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KTX 수입이 늘어나면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 악화 등으로 수입이 줄어들면 민간 업체는 투자비 회수 명목으로 요금을 인상하지 않을까?

기존 코레일의 연평균 요금 인상률은 3.5%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물가 인상률 3.14%보다 높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KTX 요금 인상은 물가 인상률보다 0.5% 낮은 수준으로 정할 것이다.

코레일보다 요금을 낮추고, 선로 사용료를 많이 부담하면 민간 업체가 수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

코레일처럼 방만하게 경영하면 흑자를 낼 수 없다. 불필요한 행정 비용이나 낭비 요인을 없애야 한다. 또 서비스 개선, 안전도 향상, 연계 교통 활성화 등 마케팅을 통해 고객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 업체의 운영 부실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운영자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요인으로 수익이 줄어들면, 한시적으로 선로 사용료 납부 시기를 연기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체가 손실을 보았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으로 채워주는 운영 수입 보장은 절대 없다.

경쟁 체제 도입에 따른 코레일의 구조조정이 필요한가?

2015년 이후에도 서울·용산발 KTX와 일반 철도는 코레일이 그대로 운영하므로 구조조정 우려는 없다. 태백선·경전선 등 벽지 노선에 대한 정부 지원도 계속된다. 다만 인력의 재교육·재배치 등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 이를 구조조정으로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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