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 전략’이 IT업계 트렌드
  • 최연진│한국일보 기자 ()
  • 승인 2012.08.26 22: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럭시노트 10.1과 아이패드 미니 출시 배경

태블릿PC 제품들이 타사 장점을 흡수해 다양해지고 있다. 맨 왼쪽부터 애플의 뉴 아이패드, 아마존의 킨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10.1. ⓒ 삼성전자

요즘 IT업계에 일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업체 간 흡수 전략이다. 흡수 전략이란 쉽게 말해 경쟁자의 장점을 나의 장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경쟁 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경우 여기서 장점을 흡수해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대표적으로 흡수 전략을 편 곳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9월 중에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미니는 7.85인치의 작은 스크린을 채용한다.

아이패드로 전 세계에 태블릿PC 바람을 일으킨 애플은 그동안 9.7인치 화면을 고수해왔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최적의 사이즈로 고집한 이유도 있지만, 스마트폰과 달리 큰 화면에서 태블릿PC의 장점이 잘 살아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달라졌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과 더불어 작은 화면의 태블릿도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7인치 갤럭시탭도 있지만 작은 화면 바람을 일으킨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존이 내놓은 태블릿PC ‘킨들’이었다. 아마존이 전자책 판매를 늘리기 위해 내놓은 킨들은 1백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킨들이 일으킨 작은 화면의 태블릿 바람은 급기야 구글이 7인치 태블릿PC인 ‘넥서스7’을 내놓으며 확대되고 있다.

애플은 줄이고, 삼성전자는 키우고…

삼성전자는 역으로 태블릿PC의 화면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에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내놓았을 때 화면 크기는 호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7인치였다. 휴대성을 위한 조치이다. 이후 태블릿PC 화면이 8.9인치로 커지더니 이제는 10.1인치까지 확대되었다. 삼성전자가 8월 들어 내놓은 갤럭시노트 10.1은 화면 크기가 10.1인치이다. 애플 아이패드보다 약간 크다. 애플은 태블릿PC의 화면을 줄인 반면, 삼성전자는 아이패드처럼 화면을 키운 셈이다. 삼성전자는 특별히 애플의 아이패드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화면 사이즈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게임 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미국의 블리자드가 최근 내놓은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3’가 대표적 사례이다. 디아블로3에는 아이템 거래 기능이 있다. 즉, 이용자가 게임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을 경매 코너를 통해 사고팔 수 있다. 원래 아이템 거래는 국내 온라인 게임들의 특징이었다. ‘리니지’ 등 대표적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획득한 아이템들을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현금으로 사고팔아 문제가 되었다. 원래 게임에는 아이템 거래 기능이 없는데, 이용자들이 이를 음성적으로 거래한 것이다. 이를 이용해 아이템 거래를 중간에서 주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이트까지 등장해 사회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아이템 거래 때문에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해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블리자드에서도 이를 주목한 것이다. 그래서 아예 공개적으로 게임에 아이템 거래 기능을 포함시켰다. 디아블로3의 아이템 거래 기능은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고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시작된 기능을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에 도입해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시사저널 인기 기사]

▶ 안철수 ‘독자 정치’의 꿈

▶ ‘MB 임기 내 완공’ 서두른 곳 또 있다

법정 다툼 잘 날 없는 ‘박근혜 동생’들

'환자 밥값’까지 빼돌려 병원 ‘뒷돈’ 챙겼나

삼성-CJ, 방송법 개정안 놓고 왜 티격태격?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