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방송법 개정안 놓고 왜 티격태격?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8.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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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CJ, 국회 문방위 의원실에 전달된 문건 둘러싸고 2라운드 공방전

ⓒ 시사저널 이종현

“삼성 직원들이 국회 정무위원까지 접촉을 시도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CJ의 독과점 체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과 CJ는 최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 의원실에 전달된 출처 불명 문건의 진원지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문건은 ‘방송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는 CJ이다’라면서 특혜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CJ는 배후에 삼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CJ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삼성 직원들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저지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파악했다. 문건 역시 삼성에서만 쓰는 ‘훈민정음’ 서체로 작성되었다”라고 말했다. 

삼성 직원이 정무위원 접촉한 의혹도 제기

이런 와중에 삼성 직원이 정무위원까지 접촉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물론 대관(對官) 담당 직원이 의례적으로 국회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측은 “방송법 개정으로 독점적 지위의 PP가 탄생하면 양질의 콘텐츠를 적정 가격에 확보하기 어려워 스마트TV 판매에 애로를 겪을 수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스마트TV 제조사 입장에서 PP의 경쟁 구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삼성전자 대관 업무 담당자에게 문방위 관계자에게 관련 상황을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첨예한 다툼을 벌이는 삼성과 CJ의 대결이 국회 로비전으로 확대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통위가 지난 2월 입법 예고한 방송법 개정안은 기존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방송법은 한 SO(유선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수를 전체 SO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했다. 개정안은 기존 케이블TV 외에 IPTV(인터넷TV)와 위성방송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시장 확대를 호시탐탐 노려왔던 CJ헬로비전은 기존 가입자의 두 배인 7백만명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여론전에서 사업 방해 수준으로 다툼 격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CJ E&M의 입구. ⓒ 시사저널 자료
PP(채널 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줄어들었다. 현행법상 PP 한 곳 매출이 전체 시장 매출액의 33%를 넘을 수 없다. CJ E&M의 매출은 현재 전체 PP 매출액의 29.2%에 달한다. 덩치를 키우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개정안은 49%까지 완화했다는 점에서 ‘CJ법’으로도 불린다. CJ 역시 그동안 적극적으로 방송법 개정안 추진을 위해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이 태클을 걸고 나서면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향신문도 7월23일자에서 국회 문방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 관계자들이 지연·학맥을 총동원해 문방위 위원들에게 시행령을 반대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불거진 조준웅 삼성특검 아들의 특채 논란은 역으로 CJ쪽에 화살이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조씨는 지난 2010년 1월 중국 삼성전자 매니저(과장급)로 입사했다.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별사면을 받은 지 보름 후였다. 삼성측은 “채용 과정의 문제는 없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조씨가 사법시험 준비와 어학연수 외에 특별한 회사 경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씨가 입사지원서를 접수 기간 종료 뒤 삼성 쪽의 요구로 제출한 점 역시 의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대가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조특검과 삼성의 유착 거래에 대한 검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삼성은 현재 정보의 출처로 CJ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방송법 개정 압박에 대한 보복성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CJ측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라고 말한다.


삼성과 CJ의 다툼은 현재 다른 곳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올 초 미행 사건으로 경찰에까지 넘어간 서울 장충동이 그곳이다. CJ는 당시 조직적으로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자택 근처에 대기하면서 이회장을 미행한 혐의였다. 경찰은 지난 8월9일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네 명과 삼성전자 감사팀 직원 한 명을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포폰(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해 사용하는 휴대전화)’과 렌터카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이회장을 미행했고, 이로 인해 CJ그룹의 경영회의 일정 등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경찰측은 설명했다.

최근 이재현 회장이 자택 맞은편에 CJ경영전략연구소를 건립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이회장의 주택과 연구소 주변에는 삼성 계열사들이 매입한 주택과 건물이 적지 않았다. 그룹 안팎에서는 “삼성 견제용이 아니냐”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시사저널> 제1179호 참조). 당시 삼성과 CJ는 의혹을 부인했다. CJ그룹측은 “그룹 경영연구소의 사무 공간과 CJ E&M의 연구소로 사용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삼성측도 “인근 부지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CJ와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양측은 여전히 주변 땅을 매입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삼성과 CJ가 여전히 주변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부지는 두 곳에서 동시에 매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부지는 현재 CJ경영연구소의 왼편에 위치해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지를 매입하게 되면 장충동 일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다. CJ는 반대였다. 이 부지를 삼성에게 넘기게 되면 주변을 완전히 포위를 당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행 사건 등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부지마저 빼앗기면 삼성가에 완전히 둘러싸이게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매입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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