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뜨거운 미국 중형차 시장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8.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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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일본차 대공세에 고전…독일 폴크스바겐의 추격도 거세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체가 미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은 중형차 시장이다. 중형차 판매가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보니 자동차업체마다 중형차의 개발과 판매에 역량을 집중시킨다. 중형차 시장에서 벌이는 승부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 자동차업체는 미국 시장에서 중형 차종을 대량 판매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한국 자동차업체도 미국 시장을 선점한 일본 중형차와 경쟁하며 성장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업계가 잇따른 급발진 사고로 인한 대량 리콜 사태와 대지진 탓에 주춤한 사이 한국 자동차업체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1년 남짓 악전고투한 일본 업체가 대반격에 나서면서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을 연상시키는 한·일전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는 토요타 캠리이다. 토요타가 지난 1982년 출시한 중형차 캠리(갓(冠)을 일컫는 일본어 칸무리에서 나온 이름)는 지금까지 꾸준히 ‘베스트셀러’ 지위를 유지하며 일본산 자동차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토요타는 올해 초 캠리의 7세대 모델인 뉴캠리를 출시했다. 뉴캠리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에 등극했다. 캠리는 지난 1~7월 미국 시장에서만 24만3천8백16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0%나 늘어났다.

기아차는 K5의 선전으로 체면치레

토요타에 캠리가 있다면 혼다에는 어코드가 있다. 혼다가 지난 1976년 출시한 중형차 어코드는 지금까지 수많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어코드는 1982~97년까지 15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차였다. 캠리가 치고 나오기 전까지 어코드의 대항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1991년과 2001년에는 각각 1천만대 이상 팔렸다. 단일 차종으로 한 해에 1천만대 이상 판매를 두 차례나 기록한 것은 어코드가 유일하다. 어코드는 올해 1~7월 미국 시장에서 18만3천8백17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늘어났다. 일본 자동차업계 3위 닛산은 알티마를 내세워 캠리와 어코드의 독주를 견제한다. 알티마는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만 파는 전략 차종이다. 닛산은 올해 알티마 신모델을 출시해 1~7월 사이에 18만3천7백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늘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들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는 1~7월 13만8천3백90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와 달리 기아차는 K5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8만6천4백75대가 팔려 체면치레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본 업체의 반격뿐만 아니라 독일 업체의 추격까지 신경 써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형편없던 폴크스바겐이 눈에 띄게 성장하며 현대차와 기아차 뒤를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1~7월에 중형차 파사트 6만4천72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천4백67%나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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