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지역 신문에 꽉 막힌 보조금 ‘수혈’
  • 원성윤│기자협회보 기자 ()
  • 승인 2012.08.2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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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전기금 지원 계획 발표해놓고 실행 안 해

국회 정론관 앞에 지역 신문들이 죽 늘어서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신문의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지역 신문은 위기를 넘어 고사 상태로까지 가고 있다. 최근 인천의 한 지역 일간지는 3년간의 임금과 퇴직금 등 체불 압박의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이처럼 지역 신문사의 경영난은 심각한 상태이다. 이 와중에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지역 신문 발전 기금’이 고갈 상태인 것이 최근 국회에서 밝혀지면서 지역 언론인들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빚어졌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22일 국회에서 “정부가 2011년부터 3년간 4백40억원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계획을 발표해놓고도 2012년과 2013년 예산이 0원이다. 문화부는 2012년 예산 편성 때에도 2백억원의 국고 출연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핑계를 내세워 기금 확보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내년도에는 아예 국고 출연을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지역 언론사들 “공적 기능 무시해서는 안 돼”

지역신문발전법은 지난 2004년 여론 다양성 확대와 지역 사회 균형 발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되었다. 이 법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은 2005년부터 6년 동안 매년 평균 1백50억원이 꾸준히 지원되어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4년 법 제정 이후 2005년과 2006년 각 2백50억원, 2007년 2백억원, 2008년 1백50억원 등 총 8백5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9년 50억원, 2011년 40억원 등 총 90억원이 전부인 것으로 집계되어 약 10배 차이가 났다.

특히 2008년 6백억원에 육박했던 지역 신문 발전 기금 누적 금액은 불과 4년 사이에 그 4분의 1 수준인 1백41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배재정 의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에 정부 내부 수입이 단 한 푼도 없었다. 7월 기준으로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여유 자금은 1백41억원에 불과하다. 추가 국고 지원이 없을 경우 사실상 기금은 바닥나게 된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지난해 문화부가 펴온 주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해 2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및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지역 신문 발전 3개년 지원 계획’(2011~2013년)에서 2011년 40억원, 2012년 2백억원, 2013년 2백억원 등 3년에 걸쳐 총 4백40억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했던 문화부가 ‘변심’한 데 대해 지역 신문사 관계자들은 허탈해하는 분위기이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천신만고 끝에 지난 2010년에 6년이 연장되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심화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수도권 집중 현상에 지역 신문들이 생존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위원장인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지역 신문 정책의 주무 관청으로서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이다”라고 문화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위원장은 “유인촌 장관 시절의 문화부 초기에도 기금 고갈 문제를 지적하면 ‘빠뜨렸다’ ‘잊어버렸다’는 식으로 해명해왔다. 지역 언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없는 정부를 뚫어지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법 시한이 2016년까지 명시되어 있는 만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된 법에 대해 정부가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제대로 된 언론사 옥석 가리기 필요” 지적도

기금은 갈수록 적어지는 반면 지원받는 언론사가 10곳에서 60여 곳으로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있다. 초기에는 기금 자체도 넉넉했을 뿐 아니라, 지원받는 언론사도 엄격하게 그 대상을 규정 지은 덕분에 피부로 실감하는 실질적인 혜택이 많았다. 받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통해 지역 신문사가 독자적으로 실행하기 힘든 탐사보도와 같은 장기 취재 아이템 분야에 기금을 투자해 공익적 기능을 했다는 것이 지역 신문 기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중심의 현 언론 구조에서 지역 신문사를 공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옥석을 가리는 작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현재는 기금을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고 백화점에 나열하는 식으로 주다 보니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 기준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역 신문사 기자들 가운데는 정상적인 급여나 대우를 받지 못해 지역 광고 수주 등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지역 신문사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지역 신문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6월 지방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지역 신문에 보조금을 지원했다. 지원 예산은 총 10억원으로 평균 1억원가량이 지원되며 올해는 일간지 3개, 주간지 7개, 인터넷 신문 1개가 선정되었다. 경남도는 심사 과정에서 1년 이상 정상 발행, 광고 비중 50% 이하, ABC협회 가입, 법 위반 여부 등 필수 지원 조건과 편집 자율권, 4대 보험 가입, 조세 완납, ABC 부수 검증, 법 위반 여부 등 우선 지원 조건 등의 항목을 심사해 한 항목이라도 미달되면 탈락시켰다.

그 밖에도 부산·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조례를 제정해 지역 신문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실천연합은 이 지역에 부실 신문사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직원의 월급도 주지 못하고 공익 기능 수행 능력이 어려운 신문사에 혈세를 퍼줄 수 없다”라며 지자체에 엄격한 검증 과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경기도에서는 조례 제정을 검토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중도 포기하기도 해 지역 신문사들의 생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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