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가 비례대표 독차지, 구민주계는 힘도 못 썼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9.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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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 역추적 공천 탈락자들 “손학규·정동영계도 당선권에서 밀려”

지난 3월13일 안병욱 민주당 4·11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이 심사 기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4·11 총선을 불과 20여 일 남겨둔 지난 3월21일,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박영선 최고위원이 “이번 (총선의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은 공명정대하지 않고, 공천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라고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당권파로 부상한 ‘친노’ 세력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서 계파 간에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손학규계’와 ‘정동영계’는 당선권에 한 명도 들지 못한 채 ‘전멸’했다. 당시 공천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한 인사는 기자에게 비례대표 당선인 명단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21명의 비례대표 당선인 가운데 노동계와 장애인 몫의 상징적 1, 2번인 전순옥·최동익 의원, 그리고 청년 비례대표인 김광진·장하나 의원, 한노총 출신의 한정애·김기준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 것으로 알려진 김기식 의원, 경북도 지역 배려로 뽑힌 홍의락 의원 등을 빼면 모두 친노 일색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보좌관이 지금 상당수 문재인 후보 캠프에 나가 있는 것만 보아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21명의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현재 경선이 실시되고 있는 민주당 각 대선 후보 경선 주자들의 캠프 가담 상황을 보면 그 성격은 좀 더 명확해진다. 현재 공식적으로 아홉 명이 문재인 캠프에 몸담고 있다.

반면 손학규 캠프나 김두관 캠프 등에는 단 한 명의 비례대표 의원도 없다. 나머지 12명의 의원도 겉으로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문재인 상임고문 지지 성향이 뚜렷한 의원이 상당수라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양씨, 힘 쓸 생각이었다면 친노 뚫었을 것”

역시 4·11 총선 당시 언론에서 유력한 비례대표 공천 후보로 거론되었다가 막판에 탈락한 한 인사는 “지난 2008년 총선 때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이 계파끼리 나눠 먹기 식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계파 안배를 아예 하지 않고 전문성만 살리겠다고 한 것인데, 그렇다 보니 명분은 좋으나 친노 성향의 전문성 있는 인사들만 공천에 배려된 측면이 강했다. 당초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장과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친(親)손학규’ 인사라는 이유로, 유종일 KDI 교수는 ‘친정동영’ 인사라는 이유로 좌절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민주당 내 또 하나의 축이었던 호남 중심의 ‘구민주계’는 어땠을까. 양경숙 ‘라디오21’ 편성본부장이 총선 전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자, 5개월 전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비례대표 공천 탈락 인사는 “양본부장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공천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당시 공천 분위기에서는 박원내대표의 구민주계 역시 ‘찬밥’ 신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의 비례대표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당시 언론에서 유일하게 ‘박지원 몫’으로 소개된 백군기 의원 역시 호남 출신이라는 것뿐, 군 장성 케이스로 발탁된 것이었다. 또한 그는 참여정부에서 3군사령관 등을 지낸 친노 성향의 군 인맥이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백의원은 지금 문재인 캠프의 국방안보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양본부장이 진짜 돈을 건네받은 세 명의 공천 희망자들에게 힘을 쓸 요량이었으면, 어떻게 하든 친노 쪽 인맥을 뚫었어야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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