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앞에 놓인 3대 의혹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9.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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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씨의 농협 대출 이자율 등 검찰 수사가 놓친 의문점들이 핵심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예정지로 낙점되어 파문을 일으킨 내곡동 20-17번지 일대 현장. 왼쪽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 시사저널 전영기·유장훈

숱한 의혹으로 얼룩진 ‘내곡동 사저 사건’의 진실을 캐는 몫이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지난해 10월 <시사저널>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이 불거진 직후 야권은 ‘범법 4종 세트’라 규정하고 청와대와 여권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 증여 △취득세 탈루 △청와대 측근들의 배임 등 네 가지 의혹에 십자 포화를 쏟아부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은 이명박 대통령 등을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7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한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맹탕’이었다. 지난 6월10일, 검찰은 이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이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두 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네 명에 대해서는 각각 ‘각하’ 처분을 내렸다. 내곡동 사건 관련자 일곱 명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정치권뿐 아니라 세간에서도 “검찰이 내곡동 사건에 면죄부를 주었다”라는 강한 질타가 쏟아졌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검찰 수사를 이해할 수 없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여야를 불문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 퇴짜를 놓은 셈이다.

여야가 지난 6월, 제19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내곡동 사저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도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특검 사상 처음으로 야당인 민주당에 특별검사 추천권까지 내주었다. 민주당이 특별검사 후보 두 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 명에게 임명장을 주는 방식이다. 이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파헤칠 민주당 추천 특검에게 ‘칼’을 건네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친이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계’가 새누리당의 주류를 형성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입장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털고 가는 것이 대선 가도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출금 이자 갚을 능력 되는지도 의문

특검 법안 처리 막판에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게 주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라는 일부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장담했고, 이제 ‘공’은 특검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그동안 불거졌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을 향해 우선적으로 칼을 빼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의혹의 보따리’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 가운데 특검의 도마에 오를 수 있는 3대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이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 9필지(7백88평) 가운데 3필지(2백57평)를 대통령실 경호처와 공동 매입하기 위해 모두 11억2천만원을 부담했다. 지난해 10월 내곡동 사저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시형씨의 어머니) 김윤옥 여사 명의로 된 서울 논현동 자택 토지를 담보로 6억원을 농협에서 빌렸고, 나머지 5억2천만원은 가까운 친인척으로부터 빌렸다”라고 해명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5억2천만원을 빌려준 ‘가까운 친인척’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형씨는 3년째 다스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시형씨가 농협에서 빌린 대출금 이자율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내곡동 사저에 정통한 정치권 인사는 “농협의 일반적인 토지 담보 대출 금리는 5% 중반에서 7% 중반이다. 신용도가 낮을 경우에는 9%를 상회한다. 하지만 시형씨가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빌린 대출금에 대한 이자율은 연 4% 후반에서 5% 초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농협의 일반적인 토지 담보 대출 금리보다 1~2% 낮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의 한 관계자는 “개인이나 법인 등의 대출금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말해줄 수 없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시형씨가 대출 이자를 갚을 능력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시형씨가 마지막으로 재산 신고를 했던 2007년 재산은 고작 3천6백50만원이었다. 현재 다스 경영기획팀장으로 있는 시형씨의 연봉은 4천만원 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큰아버지’ 이상은 회장에게는 5억2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릴 수도 있다. 하지만 농협에서 빌린 6억원에 대해서는 매달 이자만 2백50만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 연간 3천만원 정도를 이자로 내야 하는 셈이다. 연봉에서 이자만 갚아도 시형씨 수중에는 많아야 연간 2천만원 정도 남는 셈이다. 시형씨가 자신의 연봉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시형씨 대신 이대통령 부부가 대납할 가능성이 크다는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일부를 청와대와 공동 매입하면서 납부한 취·등록세(4.5%) 5천40만원의 출처도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내곡동 부지 3필지(내곡동 20-17번지, 20-30번지, 20-36번지)를 시형씨는 ‘싸게’, 청와대는 ‘비싸게’ 매입한 경위도 핵심 의문 가운데 하나이다. 시형씨가 공시지가보다 10%, 감정평가 금액보다는 30% 정도 싸게 매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면에 청와대는 공시지가보다는 네 배, 감정평가 금액보다는 많게는 두 배 정도 비싸게 매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형씨가 사저 부지를 공시지가인 12억8천6백97만원보다 10% 정도 싼 11억2천만원에 매입한 반면, 청와대는 공시지가인 10억9천3백85만원보다 최대 네 배나 비싼 42억8천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문 이후 사저 부지 명의 변경’ 확인돼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경호처 지분의 땅이 도로에 붙어 있어서 공시지가와 달리 시세가 비싼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시지가보다 네 배나 비싼 이유가 도로에 인접한 토지 때문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감정평가 금액보다 두 배나 비싼 까닭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위 표 참조).

내곡동 20-17번지에 있던 이시형씨 소유의 4억6천8백만원짜리 고급 한정식 집 건물을 청와대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누락시키면서 시형씨의 부지 매입 가격을 낮추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심지어 야권에서는 “개인 소유인 사저 부지와 국가 소유인 경호 시설 부지를 일괄 구매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부담해야 할 사저 부지 구입 비용 가운데 일부를 국고에서 지급한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곡동 부지 9필지 가운데 한 곳인 20-9번지 구입 비용을 경호 장비 예산에서 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예비비를 지출하게 되면 그 사용처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예산을 전용할 경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곡동 사저 구입 예산을 면밀히 검토해보니 20-9번지의 구입 비용인 2억8천만원을 청와대 예산 예비비가 아닌 경호 장비 예산에서 전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홍영표 의원은 “내곡동 사저 사건은 대통령 가족이 국고로 사유 재산을 불리지 않았느냐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르면, 국고 횡령 또는 배임에서 비롯된 재산은 불법 재산으로 인정되어 몰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부지를 매입하면서 증여세를 회피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특검이 짚어보아야 할 사안이다. 부모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 능력이 없는 아들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경호상 안전 문제와 사생활 보호, 땅값 상승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아들 명의로 매입하게 되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내곡동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 이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해 이미 소문이 파다했으며, 지난해 6월 말 계약이 완료된 이후 사건이 불거진 10월까지 명의를 이전하지 않았던 것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내곡동 파문이 일어난 이후 사저 부지의 명의가 변경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8월30일 현재 대통령실이 소유하고 있던 내곡동 사저 부지 9필지의 명의가 지난해 12월16일 대통령실에서 기획재정부로 변경되었다. 사저 논란이 일자 명의를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로 바꾼 것이다. 9필지 가운데 3필지(20-17번지 외 2필지)는 여전히 시형씨와 기획재정부가 공유하고 있다. 이미 철거된 2층짜리 한정식 집 건물도 시형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와 시형씨 등이 기획재정부와 공유하고 있는 시형씨 땅 3필지를 향후 어떤 방식으로, 얼마에 매각할지도 주목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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