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K팝 ‘또 다른 날개’ 되다
  • 윤명진 인턴기자 ()
  • 승인 2012.09.04 09: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기획사들, 음악 홍보용으로 적극 활용…시대 따라 트렌드도 변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제공 YG엔터테인먼트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 수 7천만 건을 돌파했다. 놀라운 기록이다.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는 <강남스타일> 열풍의 중심에는 뮤직비디오가 있다. 이는 <강남스타일>이 아이튠즈 음원 차트에서 44위를 기록한 반면 뮤직비디오 부문에서는 1위를 기록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특히 싸이가 리듬에 맞춰 ‘말춤’을 추는 것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강남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 점은 뮤직비디오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유튜브 조회 수는 해당 음악과 영상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KBS 심의실 자료에 따르면 한 해에 제작되는 뮤직비디오의 수는 평균 6백편 이상이다. 올해 상반기만 3백90편이 만들어졌다. 국내 뮤직비디오 시장은 Mnet이나 kmtv와 같이 뮤직비디오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의 등장과 함께 성장했다.

천혁진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 모습. 사진제공 천혁진
제작 과정에서 연예기획사 요구 많이 반영

이 시기(1990년대 중·후반)에 뮤직비디오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전문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 방송사에서 뮤직비디오 전편을 모두 보여주는 경우는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가 새로운 앨범의 홍보 수단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뮤직비디오와 관련한 구체적 통계는 없다. 음악 분야는 산업적으로만 볼 때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K팝 열풍’이 불고 있지만 산업적으로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제 고민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국내 뮤직비디오는 제작 과정에서 연예기획사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다. 특히 대형 기획사의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마케팅이나 영상 관련 팀이 꾸려져 있다. 그들이 원하는 뮤직비디오의 기획·느낌·카메라 각도까지 감독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촬영할 때마다 뮤직비디오 감독은 계속 바뀌지만 특정 기획사의 뮤직비디오가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천혁진 뮤직비디오 감독은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나에게 주도권이 있으면 작품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광고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원한다면 누구나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광고회사나 방송사 등 기획사와 이해관계가 맞으면 뮤직비디오 감독이 될 수 있다. 작은 연예기획사의 경우에는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맡기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뮤직비디오 제작자 협회도 없다. 제작자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다가도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뮤직비디오는 방송을 하더라도 제작자는 돈을 받지 못한다. 뮤직비디오가 순수 창작물로 인정을 받아야 그에 해당하는 인세를 받을 수 있지만 ‘홍보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된 모든 판권이 연예기획사에 있지만 연예기획사 역시 이를 음반 홍보용으로만 활용할 뿐이다. 

싸이 뮤직비디오는 일반적 흐름에서 벗어나

국내 뮤직비디오의 트렌드는 변화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주로 대형 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었다. 가사의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는 짧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발라드 중심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들은 주인공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가장 크게 인기를 얻었던 조성모의 <to heaven>이나 <아시나요> 등과 같은 곡의 뮤직비디오는 그 시대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노래에서 다루고 있는 감정적인 부분을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노래를 영상으로 표현했다.

요즘의 뮤직비디오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 비해 가사나 노래의 내용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면을 강조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가수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대부분이다. 요즘 대형 기획사에서 앨범을 낼 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와 함께 안무를 구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가 어떤 춤을, 얼마나 잘 추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천혁진 감독은 “요즘 뮤직비디오들의 가장 큰 목적은 가수 자체를 멋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음악부터 의상, 뮤직비디오, 이 모든 분위기가 그것을 위해 투자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아이돌처럼 멋진 춤을 추지도 않고, 노래의 내용에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지도 않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한다. <강남스타일>을 본 사람들의 반응도 ‘역시 싸이다’였다. ‘한심해 보이는 남자’를 콘셉트로 한 뮤직비디오는 단지 재미있어 보이기 위한 싸이의 아이디어였다. 기획사 YG의 황규완 실장은 “다른 뮤직비디오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싸이의 스타일을 고수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는 어떤 심의를 거치나

뮤직비디오는 현재 여느 영상물처럼 심의를 거치고 있다. 1년에 6백편이 넘게 만들어지지만 모두 방송될 수는 없다. 현재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공개하기 위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받거나 방송사의 자체 심의를 받는다. KBS 심의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적격 판정을 받아 방송을 하지 못한 것은 3백90편 중 31편이었다. 흡연 장면이 포함되어 있거나 상표가 과다하게 노출되었다는 등 이유는 다양했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는 방송될 수는 없지만, 영상물등급위에서 따로 심사를 받으면 인터넷에는 공개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의 등급을 결정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청소년 보호와 시청자들에게 부적절한 정보를 주는지 여부이다.

기획사 YG의 황규완 실장은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데 심의가 많은 영향을 준다. 뮤직비디오 버전을 두 가지로 만드는데, 인터넷 버전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방송 심의를 거치지 않은 인터넷 버전이다. 영상을 기획할 때 기획사는 원하는 만큼을 보여줄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이와 더불어 뮤직비디오 제작자도 등급 심사가 가수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며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앨범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뮤직비디오 등급 심사로 인해 활동 계획보다 늦어진다는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작자의 불편한 부분을 최대한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가수의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3일 이내에 처리하고 있고, 방송사에서 이미 심의를 한 것은 따로 하지 않는다. 이중적으로 심의를 받으면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안치완 과장은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 검열이 아니라는 판결은 이미 나왔는데, 이 부분을 계속해서 표현의 자유와 연결시키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업계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는 등 노력하면서 보완해나가는 단계이다”라고 덧붙였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세계는 지금 'PSY WORLD' - 딴따라 정신 충만한 '영리한 쌈마이'
박지원과 검찰, 숙명의 대결
'내곡동 특검' 앞에 놓은 3대 의혹
'국민 검사' 안대희, 변신의 종착점은?
충북 음성 '꽃동네'의 5조원 금광 전쟁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