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계층’에 발 묶인 남미의 K팝
  • 민원정│칠레가톨릭대학교 아시아학센터 교수 ()
  • 승인 2012.09.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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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차 칠레에 간 어느 한국 분이 칠레에서 열린 WCG(World Cyber Games) 2012 Pan American Championship을 보러 갔는데, 마이크 테스트를 하던 장내 아나운서가 갑자기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중얼거려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칠레가톨릭대학교를 방문한 한국 교수가 강의하던 중, 올해 초에 칠레에 다녀간 그룹 JYJ의 사진을 보여주며 “누군지 알죠?” 하고 묻자 학생들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룹 JYJ의 칠레 공연 소식을 전한 칠레 최대 언론인 ‘엘 메르쿠리오(El Mercurio)’ 신문은 JYJ의 공연에 대해 보도하며 묘한 행간의 의미를 남겼다. “남한에서 온 새로운 청소년 밴드, 수백 명의 열광적인 소녀팬, 그들이 어린 관중에게 노래를 하자, 미친 듯 소리를 질러대는 관중의 흥분한 외침과 통역의 난해한 한국어 억양 ….”

K팝은 남미의 ‘일부 계층’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남미 전역에 빅뱅,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PM, 2ne1 등의 팬클럽이 있고, 이들의 춤과 노래를 모방하는 그룹 그리고 심지어 모방 그룹을 지지하는 팬클럽도 있다. 칠레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는 모방 그룹을 대상으로 매년 K팝 경연대회를 연다.

팬클럽 회원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여학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회 계급 인식이 뚜렷한 남미에서 K팝을 좋아하는 청소년 그룹은 ‘평범하지 않은’ 혹은 ‘사회 계층이 높지 않은’ 집단으로 여겨진다. 니콜라스 레타말(칠레가톨릭대학교 학생·남·23)은 “K팝을 좋아하는 계층은 대규모라기보다 일종의 ‘언더그라운드’라는 느낌을 준다”라고 말했다. 마델레이네 솔라노(칠레가톨릭대학교 학생·여·22)는 “K팝을 좋아하는 청소년이 한국 혹은 한국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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