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형 실손보험 가입,인상률 보고 판단하라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2.09.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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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부담이 급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 시사저널 전영기
인천 연수구에 사는 김희영씨(48)는 3년 전에 가입했던 실손의료보험 고지서를 이달 초 받아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월 보험료가 7만6천원 정도였는데, 이번에 12만4천원으로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험료 고지서가 잘못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 설계사에게 따졌더니 3년 갱신형이어서 한꺼번에 올랐다고 했다. 이렇게 많이 오를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후회했다.

김씨 사례는 드문 경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년마다 보험료를 갱신하는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올해 평균 60%씩 올랐다. 월 10만원의 보험료를 내던 사람이라면 앞으로 16만원씩 내야 한다는 얘기이다. 3년 후에는 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많이 뛰었을까.

원인을 찾으려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2009년 초 실손보험 자기 부담금(10%)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치료비 중 10%의 비용만큼은 환자가 스스로 부담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의료 쇼핑’을 막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도입 시기를 2009년 10월부터로 정했다.

실손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손해보험사들은 당장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2009년 10월 이전에만 가입하면 실제 들어간 병원비를 100% 돌려받을 수 있다”라며 절판 마케팅을 벌였다.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려고 초기 보험료를 확 낮췄다. 일종의 ‘미끼’였던 셈이다. 당시 가입자의 갱신 시기(3년 주기)가 올해 대거 돌아왔는데, 보험사들은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일시에 60% 안팎으로 높였다.

가입자 입장에서 더 억울한 점은 계약을 해지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계약을 파기하면 해약 환급금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른 보험사의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 해도 연령 증가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단독형 실손보험이 가장 유리

소비자들로부터 민원이 쏟아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다. 내년 초부터 시행하겠다는 ‘실손보험 종합 개선 대책’이다. 골자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이다. 보험사들이 저가형 실손보험을 많이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3년 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 4월을 기준으로 2천5백22만명이다. 단체·유사 가입분을 포함하면 3천만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가장 대중적인 보험 상품이다. 다만 지금까지 선보인 손보사의 실손 상품은 다른 보장과 묶은 통합 상품 형태로 판매되었다. ‘실제 치료비를 보장한다’는 의미의 실손보험은 모두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실제로 병원에 낸 돈이 10만원이었다면, 자기 부담금 10%를 제외하고 보험사에서 9만원만 돌려받아야 진짜 실손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판매되는 상품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될 경우 3천만원, 사망할 경우 1억원’ 하는 식으로 생존·사망 보장이 기본 또는 특약 형태로 들어 있다. 불필요할 수도 있는 추가 보장이 줄줄이 딸려 있는 만큼 소비자의 월 보험료 부담이 훨씬 커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전체 보험료에서 진짜 치료비만 돌려주는 목적의 실손 의료 보장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나머지 85%는 암·심근경색 진단금과 같은 부대 비용이었다. 암에 걸릴 확률, 사망할 확률 등을 따져보았을 때 보험사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단독형 실손보험을 판매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실제 병원비만 보장받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 보험료는 월 1만~2만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제도 개편 전에 이 단독형 실손 상품 도입에 극구 반대했다.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역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독형 실손 상품이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손종합보험’과 ‘실손단독보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비교적 건강한 사람이라면 단독형 상품이 낫다. 월 보험료 차이가 꽤 크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 단독형 실손보험을 판매할 것이냐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수당이 적은 단독형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직접 보험사에 먼저 문의하고,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입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행 실손보험 자기 부담금은 10%이다. 나보험씨(가명)가 병원에서 10만원을 납부했다면 지금은 보험사에서 9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자기 부담금 20%(다른 말로 80% 보장형) 보험 상품이 별도로 출시된다. 소비자들은 자기 부담금 10%와 2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나씨가 80% 보장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병원비를 8만원만 돌려받게 된다.

80% 보장형 실손보험은 90% 보장형에 비해 월 보험료가 저렴하다.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보험료를 덜 낼 수 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의료 이용량이 적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 80% 보장형 상품이 늘어나면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강하다면 ‘80% 보장형’ 권장

실손보험의 보장 기간은 최장 15년으로 명확해진다. 지금까지는 이 부분에 특별한 규제가 없었다. 보험사들이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은퇴·고령자들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예를 들어 만 40세 남성이 3년마다 20%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현행 실손 상품에 가입했다면 80세 시점의 보험료는 월 60만원에 이른다. 일반 노인들이 현실적으로 이 정도 보험료를 부담하기는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제도 변경이다. 보험 만기가 15년마다 끝나지만 같은 상품에 재가입하기를 원하면 보험사가 거절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저렴한 실손보험 상품을 의무적으로 출시해야 하는 만큼, 가입 심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기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면 보험 가입을 완료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

내년부터는 보험료 갱신 시기가 종전의 3년에서 1년 단위로 짧아진다. 해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이다. 3년이 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인상되다 보니 가입자의 충격이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체감 인상 폭을 완화한다는 점 외에 특별할 것이 없는 대책이다.

다만 보험사들이 매년 보험료 인상률 한도를 따로 공시하도록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전 각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볼 만하다. 각 회사별로 보험료 인상률 한도를 낮추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기대이다. 당국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률 최대 한도를 연간 25%로 못 박고 있다. 보험사들이 사전에 개별 인상률 한도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보험사의 경우 이 한도를 10~20%로 낮출 수 있다.

A사가 연간 보험료 인상률 한도를 25%로, B사가 10%로 각각 정했다고 치자. 가입 시점의 보험료가 A사 월 1만원, B사 월 1만1천원이라고 했을 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B사의 보험료가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A사의 월 보험료는 2년차에 1만2천5백원, 3년차 1만5천6백원, 4년차 1만9천5백원이다. 이에 비해 B사의 보험료는 2년차 1만2천100원, 3년차 1만3천3백원, 4년차 1만4천6백원 등이다. 두 회사의 보험료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보험사들은 또 보험료 변동 폭이 표준 가격(평균치)보다 일정 범위를 초과하게 되면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보험료의 적정성 여부를 당국이 직접 들여다보는 만큼 보험사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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