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스타일’로 정책도 바뀔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9.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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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전문가들에게서 듣는 북한 정권에 대한 분석과 전망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 창전거리에서 개업을 앞둔 해맞이식당을 돌아보았다고 지난 9월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농업 분야에서 경제 개혁을 실험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수확 농작물의 30%만 중앙 정부에 바치고 70%를 보유하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하는 실험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도 일제히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 변화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정책까지 바꿀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주요 북한 전문가들이 김정은 정권을 보는 시각을 정리했다.

 

북한이 군부 대신 경제를 더 많이 언급하고 농업에서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적용해 소규모 경제 개혁을 실험하는 것 같다는 소식만으로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속단할 수 없다. 북한이 경제 개혁과 개방에 나설 것인지, 명확한 답변을 얻어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김정은 체제에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것은 기대할 만한 조짐으로 볼 수 있다. 8개월 전 그의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의 정책이 고정되어 있었으며 전혀 변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경제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로 내부 정당화를 할 수 있고 주변국들은 북한의 경제 개혁 시도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대화와 지원,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가 가장 먼저 만난 외국 관리가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었다. 그의 고모부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해 두 곳의 경제특구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머지않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왔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핵 억지력을 유지·강화하는 동시에 경제 지원을 얻으려 하고 있으며, 제한적인 경제 개혁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2월에 선출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현 정부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핵화를 유일한 전제 조건으로 삼지 않는 대신 안정된 남북 관계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김정은 체제가 조심스럽게 제한적인 경제 개혁을 실험하고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스타일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때와는 판이하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서방 교육을 받았고 이제는 매력 있고 스타일리시한 부인 리설주와 동행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영화와 프랭크 시내트라의 음악, <록키> 영화를 자주 즐긴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스타일을 바꿨지만 정책까지 바꾸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부족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요즘 베이징과 워싱턴, 도쿄의 마음을 잡으려는 공세를 취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개혁·개방과 덜 호전적인 외교 정책을 구사할지 모른다는 새로운 신호까지 보내고 있다. 계획 경제를 포기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이 속도를 내면서 널리 확산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 개혁을 선택하도록 경제 지원 카드를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개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과거에 예측이 철저히 빗나갔던 경험이 있어 극히 조심스러워하며 이번에도 좀 더 기다려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했을 때 미국 국무부조차 김정일이 경제 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여러 차례 경제 개혁을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그렇지만 김정일의 시도는 단기간에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경제 개혁 시도에 실패한 다음 강경파들이 더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아무리 스타일을 바꾸고 있어도 정책까지 바꾸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했고, 젊고 매력적인 부인을 두고 있다. 그의 부인 리설주는 크리스천 디오르 지갑을 보여주면서 스타일을 뽐내고 있어 뉴욕타임스는 그를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비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개혁가가 아니다. 개혁을 시도하려 해도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고, 상황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김정은이 경제 개혁·개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할 수 있다.

첫째, 김정은에 대한 북한 내부의 반발이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어 경제 개혁에 본격 나설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승계를 옹호했던 리영호를 축출했을 때 상당수 서방 분석가들은 군부 강경파를 제압하고 경제 개혁에 나서려는 희망적인 신호로 보았다. 그러나 다른 분석을 내놓고 싶다.

김정은 위원장과 그 측근들이 리영호를 제거한 진짜 목적은 그동안 북한 군부가 각종 비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비밀 자금을 자신들의 개인 금고 네트워크로 압수해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북한 군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김정은 체제에게는 어리석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내부 권력 투쟁이 심화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에서 개혁·개방을 추구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것이다.

둘째, 대외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을 중국에 보낸 김정은 위원장은 제한적인 경제 지원을 다시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을 촉진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조차 북한의 도발 행동을 억제하거나 가족 통치를 개혁하지 못해왔다. 그런 중국이 북한의 경제 개혁을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재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출구를 제공할 리 없다. 한국은 12월에 탄생할 새 대통령이 보수파일 경우는 물론 진보파일 경우에도 북한에게 허약하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이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

셋째, 북한에서도 이제 셀룰러폰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웹사이트도 확산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사설 시장들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국가 통제력의 와해, 나아가 체제 붕괴 위험까지 초래할 개혁과 개방을 앞장서 촉진시킬지 의문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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