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임박 안철수, 승부수 던졌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9.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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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이 마침내 정면 승부에 나섰다. 안원장측은 ‘새누리당의 대선 불출마 종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맞대응의 칼을 꺼내들었다. 타이밍이 절묘한 이번 폭로로 안원장이 다시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문재인 고문이 1위를 한 날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김 빼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해석이다. 이제 안원장이 노릴 다음 타이밍은 출마 선언의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1일 안랩이 사회공헌 활동 확대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 안철수 원장이 참석해 격려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지난 9월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이 ‘새누리당의 대선 불출마 종용’ 폭로 기자회견을 갖자, 이를 지켜본 한 정치권 인사가 기자에게 전한 관전평이다. 회견의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시기도 절묘하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안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정체하던 상황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번 폭로로 안원장이 다시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섰다”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이 정면 승부에 나섰다.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는 듯한 기존의 모습을 벗어던졌다. 새누리당의 ‘검증 공세’에 강공으로 맞섰다. 안원장측의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라며 안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라고 밝혔다. 금변호사는 “이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고,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정위원이 곧바로 “친구 사이에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다”라며 협박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파문이 커지면서 대선 구도는 다시 ‘박근혜 대 안철수’로 모아지는 분위기이다. ‘박근혜 대항마’로서 안원장의 입지가 공고해졌다. 여권의 박근혜 후보에 맞설 야권 후보는 안원장이라는 점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9월에 접어들면서 안원장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우선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였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9월4일과 5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원장은 박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직전 조사 결과에 비해 1.9%포인트가 떨어진 45.4%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박후보는 1.8%포인트 오른 47.5%로 역전에 성공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양자 구도에서도 앞서 나가던 안원장과 뒤를 쫓던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간의 격차가 좁혀졌다. 안원장이 0.6%포인트 하락한 40.7%의 지지를 얻은 반면, 문고문은 2.8%포인트 상승한 38.1%를 기록해 2.7%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지지율 하락한 것도 영향 미쳤을 듯

현실 정치에서 안원장의 가장 큰 힘은 높은 지지율에 있다. 만약 지지율에서 야권의 경쟁 상대인 문고문에게 뒤처지게 된다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고문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데는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효과가 크다. 당초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이어지면서 지지 세력의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문고문이 경선에서 연승을 하면서 큰 흐름은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까지 가더라도 대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안원장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 서서히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양측의 대결은 시소게임이다. 문고문의 지지율이 오르면 안원장의 지지율이 그만큼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원장측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안원장이 민주당 경선 일정을 고려해 출마 선언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연대의 대상인 민주당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어서 안원장의 입지가 좁아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월 중순 민주당 경선이 시작될 무렵 안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는 한편, 공중파 예능 방송에도 출연해 ‘안풍(安風)’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경선은 출발부터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기자회견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광주·전남 경선이 있는 날에 열렸다. 이 경선에서 문고문은 과반에 가까운 득표를 하면서 대세론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문고문이 아니라 안원장이었다. 마치 날짜를 정확히 맞춘 것처럼 상황이 연출된 데 대해 우연의 일치만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전부터 안원장이 민주당 경선 쪽으로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은 나왔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와 다른 해석도 있다. 안원장을 지원하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안원장의 지지율은 견고하다. 등락 폭이 미미한 정도이다. 그리고 안원장 입장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다면 문고문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서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안원장의 지지율이 좀 빠져서 문고문에게 가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전혀 초조해하지 않는 분위기이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네거티브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는 상황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었다.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한번 매몰차게 정리해두지 않으면 향후 본격적인 후보 검증 과정에서도 안원장 개인에 대한 ‘신상 털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안원장과 가까운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은 “그 사람이 살아온 큰 흐름은 보지 않고 먼지 털기 식으로 네거티브 공세만 펼치고 있다”라며 새누리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지난 9월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안철수 교수측 금태섭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추석을 넘기면 실기하는 셈”

‘대선 불출마 종용’ 공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안원장의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공세를 받은 것에 대해 이러한 공세는 부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했다. 물론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친구 간 이야기를 오버하고 있다’라는 새누리당의 역공세가 먹혀들어갈 경우 안원장의 참신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전투구식으로 싸움이 전개될 경우 안원장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무관하게 안원장이 대선 정국에서 발을 빼기는 이제 힘들어졌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선언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박근혜 후보를 정조준한 만큼 범야권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명확해졌다. 안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도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격에 나설 때가 된 셈이다. 그런 만큼 출마 선언 시기도 임박해졌다는 전망이 많다. 늦어도 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9월23일 이전에는 깃발을 들 것으로 보인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민주당 경선이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9월23일에 마무리가 된다. 그런데 이때부터는 사실상 추석 대목이다. 이후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정보를 유통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의 컨벤션 효과가 나오는 시점은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추석을 넘기는 것은 더 좋지 않다. 추석 기간에 사람들이 안원장은 왜 출마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면 앞으로 더 많은 해명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연승을 거듭하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 ⓒ 문재인 제공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문재인 대세론’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8월25일 제주 경선을 시작으로 9월6일 광주·전남 경선까지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8연승을 이어갔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 48.5%의 득표율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 민주당의 경우 호남 민심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후보 결정이 좌우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문고문의 누적 득표율이 46.8%라는 점에서 결선투표 가능성은 남았다. 선거인단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도권 경선 결과에 따라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가 결정 날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경선 결과 추이를 놓고 본다면 결선투표까지 가더라도 문고문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다. 2위가 10%포인트 이내로 추격하지 못하면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를 한다고 해도 문고문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누가 1위에 올라 후보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안철수 원장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선을 흥행시켜 지지층의 결집과 확산을 노렸지만 중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오히려 모바일 투표 논란과 네거티브 공방 등으로 인해 후보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외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그동안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지만 이제는 한 발짝 안으로 발을 내딛는 분위기이다. ‘대선 불출마 종용’ 기자회견장에는 송호창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기는 하지만 민주당 의원이 안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회견장에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안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어떤 정치 세력이 그를 지지할지가 중요하다. 송의원의 참석은 상징적이다. 안원장이 민주당 내 일정한 정치 세력과 함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어 9월23일로 예정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을 경우, 안원장의 대선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9월16일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안원장으로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대선 정국을 구상할 수 있다. 대국민 접촉을 늘려나가면서 세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다. 그 대상은 여야를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안원장 중심의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자기 세력을 확고히 굳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비박(非朴)’ 세력은 다 모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여권과 맥이 닿은 사람이라도 합리적인 세력과는 손을 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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