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이웃 ‘소아 기호증 환자’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9.11 09: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동에게 성적 충동 느끼는 정신질환자 ‘잠재적 성범죄자’로 분류돼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하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의 정성현(43),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60), 여중생을 납치 후 살해한 김길태(35),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7), 등굣길 초등생을 납치해 살해한 김점덕(45), 잠자던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25).

이들은 13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평소 아동 포르노나 성인 음란물에 심취해 있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아동이었다. 겉으로는 여성이지만 신체적인 미숙아였다. 정상인으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짐승 같은 범행이다.

사춘기 이전의 아동에게서 성적 충동과 쾌감을 느끼는 것은 ‘소화 기호증’ 환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성 도착증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때문에 소아 기호증 환자들은 잠재적인 ‘아동 성범죄자’로 분류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 언제든지 범행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인 콤플렉스’가 원인으로 작용

소아 기호증은 보통 18세를 전후해서 많이 발병하고, 5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환자가 가장 많다. 그 다음이 30~40대이며, 사춘기 청소년들 중에도 소아 기호증을 앓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소아 기호증 환자들은 특정한 연령에 있는 아동에게 끌린다. 여아 선호는 대개 8~10세, 남아 선호는 여아보다 약간 나이가 든 연령을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소아 기호증의 원인을 ‘성적 콤플렉스’에서 찾는다. 결혼 생활이나 성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가장 많고, 성적 경험이 전혀 없거나,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없는 노인이나 병약자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상당수는 어린 시절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소아 기호증 환자들은 겉으로는 전혀 구별이 안 된다. 표현 방식이 워낙 은밀하고 폐쇄적이어서 표시가 나지 않는다. 내 이웃에 소아 기호증 환자가 살고 있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아 기호증 환자들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동네 아저씨, 문방구 아저씨, 친절한 할아버지, 교장선생님, 이웃집 삼촌 등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조두순은 신발 가게 아저씨였고, 김점덕은 동네 아저씨였다.

때로는 아이의 친부나 계부일 수도 있다. 어린 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친부와 계부도 여기에 속한다. 친부는 지나칠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애정 결핍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인의 가출, 가정불화, 실직 등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경우 아이를 성적으로 정복해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은 피해 아동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면서 상습적인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평소 범행 대상과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는 틈틈이 기회를 엿보는 성향이 있다. 아파트단지, 유치원, 학교, 놀이터, 공원, 마트 등에서 범행 대상을 찾는다. 아이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과자를 사주거나, 게임을 하자거나, 길을 묻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등 친근감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7세 여자아이가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노인이 접근한 후 맛있는 과자를 건네면서 머리를 쓰다듬고는 으슥한 곳으로 유인한 후 아이를 상대로 변태 행위를 하는 식이다.

물론 과자를 주고, 머리를 쓰다듬는다고 해서 모두 소아 기호증 환자로 볼 수는 없다. 아이가 귀여워서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이처럼 정상인인지 소아 기호증 환자인지 겉으로는 판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소아 기호증 환자들의 행동은 변태 성향을 갖는다. 아이의 옷을 벗긴 후 성기를 만지거나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고, 또는 아이를 보면서 자위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동을 통해 쾌감을 느낀다.

또 앞서 예로 든 아동 성범죄자들처럼 단순한 접촉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성행위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소아 기호증 환자에게 성적 피해를 당한 아동은 심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조성완씨는 “소아 기호증 환자에게 성적 피해를 당한 어린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대신 행동이 바뀌어 공공연히 자위 행위를 하거나 공격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이유 없이 겁을 많이 내기도 한다. 때로는 악몽을 꾸거나 아기처럼 행동하는 퇴행을 보이기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학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2010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이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 현장으로 가고 있다. ⓒ 연합뉴스
약물 치료로는 근본적인 치유 안 돼

만약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일 때는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적극적인 신고 의지를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아동 성범죄자가 ‘소아 기호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의 경우 어른들에 비해 저항력이 약하다. 사리 분별력도 떨어져 범죄 희생양으로 삼기에 쉽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자들이 있다.

소아 기호증 환자들의 욕구는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다. 누구든지 소아 기호증 환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소아 기호증을 가졌는지를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사춘기 이전의 아동에게 성적 흥분을 강하게 느끼고, 평소 아동과 성적 행위를 하는 상상을 하고, 더 나아가 성적 충동이나 성적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소아 기호증 환자에 속한다. 이러한 성적 환상이나 성적 충동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아 기호증에 걸리면 치료가 쉽지 않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약물 치료는 단순한 ‘성적 억제 기능’만 할 뿐이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물리적 거세’가 강하게 제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자들도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아동 성폭행범은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정신 감정과 범죄심리학적 조사를 거쳐 ‘문제의 원인과 정도’를 평가하고, 수감 중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나 교화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출소 전에도 재범 가능성에 대한 감정과 진단을 실시해 재범 가능성이 있다면 출소 후에도 거주 및 행동을 제한하는 것과 함께 정기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우리 주변에 아동 성범죄자 얼마나 있나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안철수 생각'

MB, 20억 대출받아 사저 신축 중

[표창원 교수의 사건 추적] 악마가 된 외톨이 빗나간 분노의 돌진

교통사고 뒤에 숨은 공산당 최대 스캔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