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 ‘공공의 적’ 식도암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9.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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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난치암…잦은 흡연·음주가 주요 원인

식도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과다한 음주와 흡연이 1순위로 지적되고 있다. ⓒ 시사저널 우태윤
<오동잎> <가을비 우산 속> 등 맛깔 나는 노래로 1970~80년대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가수 최헌씨가 최근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남자다운 풍모를 자랑할 만큼 건장했던 최씨가 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식도암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도암은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에게 특히 위협적인 존재이다. 식도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과다한 음주와 흡연이 첫손가락에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 최헌씨도 애주가로 소문날 만큼 술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식도암은 5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흔히 발생하며, 남자가 여자에 비해 3~5배 더 많이 발생한다. 10만명당 5명가량의 남자가 식도암으로 사망하는 데 반해 여성은 남성의 10분의 1 정도로 발병률이 낮다.

음식물 목 넘김 이상하면 증상 의심

식도암은 한마디로 ‘식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식도는 인두에서 위까지 약 25㎝ 되는 튜브(Tube)형 구조로, 점막층과 근육층으로 구성되어 음식물을 운반하기만 하고 소화 기능은 없다. 식도는 경부식도(식도 상부), 흉부식도(식도 중부), 위·식도 경계부(식도 하부)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조직학적으로 식도암에는 편평상피암과 선암의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말하는 식도암의 90%가 편평상피암이다. 편평상피암은 경부식도 또는 흉부식도 이상 부위에서 발견되는데 식도는 위나 대장과 달리 장막에 싸여 있지 않아 급속히 림프관을 타고 쉽게 주위로 퍼져나간다. 식도암은 증상이 없는 대표적인 ‘무증상 암’이라,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다른 곳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주위 장기인 심장, 대동맥에 퍼져나가면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식도암 증상은 ‘연하곤란(dysphagia·嚥下困難)’인데, 물은 잘 내려가는데 고형의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거나 걸리는 느낌이 있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고형 음식을 삼킬 때에만 불편감을 느끼지만, 점차 부드러운 유동식을 넘길 때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나중에는 물조차 삼킬 수 없게 된다. 식도암의 연하곤란 증상은 만성적으로 계속 진행되어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식도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과다한 음주와 흡연이 지목된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면 그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과 흡연을 동시에 하면 둘 다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구강암 위험은 38배, 식도암 위험은 1백90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철 교수는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는 경우에는 상호 간의 상승 작용으로 식도암의 발생률이 10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음주량을 하루 2~3잔 정도로 조절하면 코에서 식도까지 호흡기계통 암을 75% 이상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물리적 인자에 의한 점막 손상, 발암물질의 섭취와 노출, 뜨거운 차를 많이 마시거나 소금에 절인 음식과 초김치 등 니트로사민이 다량 함유된 식품의 섭취 등 식도에 자극적인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 밖에도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되면서 녹색 채소와 과일의 섭취가 적은 경우, 버터 형태의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혹은 비타민A의 섭취가 부족한 경우에도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과일, 채소, 생선이나 우유는 식도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위점막을 손상시키고 위염을 유발하는 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술을 마실 때도 마른안주나 고기 대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특히 발암물질이 묻어나는 탄 고기의 섭취를 피해야 한다.

무증상 질환…조기 발견이 최선

너무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도 피해야 한다. 실제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섭씨 65℃의 커피를 마시면 식도의 온도는 6~12℃ 정도 증가한다. 이로 인해 식도에 손상을 줘 다른 발암물질이 쉽게 침투하거나 발암물질의 발생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으므로, 특히 성격이 급한 이들은 뜨거운 차나 음식을 먹을 때는 어느 정도 식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습관에도 식도암은 한 번 발병하면 쉽게 치료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예방과 치료법은 ‘조기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향대병원 소화기암센터 조주영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식도암 환자 1백76명의 평균 생존일을 연구한 결과 조기 식도암 환자의 생존일이 1천35일로 진행성(6백51일)보다 길었다. 식도암 환자 1백76명(평균 연령 68세) 중 조기 식도암 48명(28%), 진행성 1백27명(72%)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수술 및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85명이고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 스텐트 삽입을 받은 사례는 47건으로 분석되었다.

이 가운데 점막층에 국한한 조기 식도암 환자 21명은 현재까지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고, 내시경 점막하절제술을 받은 19명 중 17명은 더는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양호했다. 조주영 교수는 “식도암 수술은 최근 내시경의 발달로 1㎜ 크기의 암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해 정기적인 검사로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40세 이후 2년마다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위내시경 검사를 할 때 식도도 관찰하게 되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이를 잘 따르면 식도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식도암을 확인하려면 조영제를 사용한 X선 검사(식도조영술)와 식도 내시경검사를 통한 조직검사(생검)를 해보면 된다.

일단 발병하고 난 뒤의 치료 방법은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수술은 식도암 부위를 포함하는 넓은 부위를 절제해 위나 대장 또는 소장으로 가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방사선 치료는 경부식도암의 경우, 수술보다 방사선 치료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 요법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는, 원격 전이된 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이들 세 가지 치료법은 단독으로 시행되기보다는 여러 방법을 적절하게 혼합해 병용되고 있다.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는 “어떤 치료법을 적용하든 식도암의 예후는 좋지 않은 편으로, 5년 생존율이 5~10%에 불과하다. 식도암은 아직까지 대표적인 난치암에 속하므로, 올바른 식습관을 들이고, 정기 검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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