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바다에서 ‘자녀폰’ 구하기
  • 윤고현 인턴기자 ()
  • 승인 2012.09.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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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 앞다투어 유해 정보 차단 서비스 경쟁

ⓒ 시사저널 임준선
“다섯 살짜리 아이가 아빠 컴퓨터에 들어 있는 음란물을 우연히 보게 된 후 어느 날 세 살짜리 여동생에게 음란물 내용처럼 따라하게 하여 이를 본 부모가 충격을 받아 상담을 요청했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이 집에서 자위 행위를 하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동영상 공유 사이트나 인터넷 방송국에 올린 일도 있었다. 음란물을 차단하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부모와 청소년을 상대로 성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가 지난 9월3일 행정안전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소개한 사례이다.

4%만이 음란물 차단 가능한 스마트폰 보유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에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10대 이용자는 3백만명에 이르지만, 유해 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춘 스마트폰은 12만개에 불과하다. 10대 이용자의 4%에 불과한 수치이다. ‘스마트폰 음란물’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자 각 통신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KT에서 개발한 ‘올레 자녀폰 안심 서비스’는 시중에 개발된 차단 프로그램 중 가장 강력하다. 이 서비스는 자녀가 유해 사이트에 3회 접속을 시도하면 3분 동안 브라우저를 차단한다. 9회 시도하면 부모에게 통보까지 해준다. 또, 자녀가 방문한 사이트 기록을 일주일에 한 번씩 문자로 발송한다. 자녀가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앱)을 등록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부모는 자녀가 어플리케이션을 무분별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자녀의 스마트폰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부모는 자기 스마트폰으로 자녀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조회하고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카카오톡을 차단하면 자녀는 그 시간에는 카카오톡을 실행할 수 없다. 부모는 자기 스마트폰에서 자녀의 어플리케이션 이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자녀가 부모 허락 없이 서비스를 해지할 수도 없다.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하거나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면 KT에서 부모에게 문자를 발송한다. 스마트폰의 유심을 바꾸어도 음란물 차단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자녀가 안드로이드 버전 2.2(프로요) 이상 운영체제가 깔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해당 차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와 다른 통신사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마켓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올레 자녀폰 안심’으로 검색하면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무선인터넷으로 접속해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일반 전화 사용자는 컴퓨터로 올레닷컴(kidsafe.olleh.com)에 접속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된다. 올레매장이나 올레플라자를 방문하거나 올레고객센터(휴대폰 100번)를 통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T청소년 안심 서비스’를 개발했다. KT가 서비스 요금으로 월 2천원을 받는 것과 달리 SK텔레콤은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T청소년 안심서비스는 유해 음란 정보를 차단하는 기능만 있다. ‘T청소년 안심 서비스’는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 동영상을 포함해 거의 모든 유해 음란 정보를 네트워크에서 직접 차단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복사한 유해 동영상도 재생이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재생하면 ‘해당 콘텐츠는 유해물로 구분되어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문과 함께 실행되지 않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최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날마다 자동 업데이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가입자는 통신사에 T청소년 안심 서비스를 신청하고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 한다. 서비스 신청 없이 어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실행되지 않는다. 부모가 신청해야 하고 해지할 때도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녀 마음대로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할 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어플리케이션만 설치해 차단하는 방식은 자녀가 임의로 어플리케이션을 지울 수 있는 것과 달리 유해 음란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T청소년 안심 서비스는 지난 5월에 개시했다.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이스크림샌드위치(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0) 버전 이상의 단말기만 지원한다. 아이폰 사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자녀가 만 18세 이하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는 SK텔레콤 가입자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대리점 또는 지점에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10월 안에 음란물 차단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KT 가입 고객이 자녀들과 함께 ‘올레 자녀폰 안심 서비스’를 설치한 스마트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 KT 제공
통신사와 상관없는 ‘스마트 보안관’ 눈길

통신사가 제공하는 음란물 차단 서비스는 자녀가 해당 통신사 가입자여야 한다. 이와 달리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가 개발한 ‘스마트보안관’은 통신사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유해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 정보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관련 정부 부처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 관계자는 “음란물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해 사이트를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는 감시 요원을 채용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차단 프로그램 정보를 담은 가정 통신문을 학교에 발송하고 관련 교육을 펼쳤다. 행안부는 지난 9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음란물로부터 자녀 지키기 및 성희롱 없는 밝은 직장 만들기’ 특강을 실시했다. 강사로 초빙된 구성애 대표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줄 때 신중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PC에 유해 정보 차단 프로그램을 무조건 설치하고 이용 시간이나 방문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법률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6월23일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모든 휴대전화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같은 열린장터(오픈마켓)에 올라오는 어플리케이션을 감시하다가 유해 음란물이라고 판단되면 정보 제공자에게 의무 사항과 함께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고 통고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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