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으로 헌신할 ‘바보들’이 필요하다”
  • 유소연 인턴기자 ()
  • 승인 2012.09.25 14: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학동 마을공동체 이끄는 윤종만 ‘마을과 이웃’ 대표 인터뷰 “따뜻한 에너지 퍼뜨리는 것이 궁극 목표”

ⓒ 시사저널 이종현
윤종만 ‘마을과 이웃’ 대표(54)는 지난 15년간 마을공동체를 운영해온 현장 전문가이다. ‘마을과 이웃’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청학동 마을공동체의 이름이다. 지난 1998년 청학동이 ‘청학지구 토지 구획 정리 사업’ 대상이 되었을 때, 지나치게 높은 개발 부담금에 반대해 주민 운동을 편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 당시 사업이 철회되면서 생긴 자금 및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탄생했다. 윤씨는 이때 뜻을 같이했던 이웃 주민 30여 명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주도했고, 이들은 지금도 이 마을공동체의 리더 집단으로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윤대표는, 마을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바보들’을 들었다. 사적인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헌신할 이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한 전문가가 ‘마을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최소한 다섯 명의 바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우리 마을에는 그 이상의 바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대표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헌신적인 리더 집단을 확보하는 것이 마을공동체가 성공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대표는 돈보다는 사람을 보고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근사한 프로젝트 사업을 구상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사업이 마을공동체 주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마을공동체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근본적인 요인은 활동가들과 마을 주민들 내면에 자리 잡은 따뜻한 힘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일부 농촌 지역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금전 및 외형적인 사업 부분에만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주민들 간 분열의 씨앗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비 지원이 토목·건설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쏠려 있어 주민들 사이에 이해관계를 만들기 쉽다. 그러다 보면 정작 ‘사람’ 중심의 마을을 만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아이들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 필요”

한편 윤대표는 마을공동체가 가진 현실적 한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사람들의 성향이 과거에 비해 더욱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면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확산시키는 데 더 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섣부르게 뛰어들었다가 좌절을 맛볼 수 있다는 조언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선순환’을 강조했다. 마을공동체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자라서 공동체 문화를 더욱 성숙시키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직은 시간이 더 흘러야겠지만, 우리 마을학교 출신의 청소년들이 토요일마다 자발적으로 마을 청소를 하고 있는 데서 작은 희망을 본다”라고 말했다.

윤대표는 ‘이웃’이 중심이 된 마을공동체 활동이 가진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사람들은 이미 종교나 직장에서의 공동체에 매몰되어 이웃과의 공동체를 놓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지리적 경계를 넘어 다른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게 된다. 따뜻한 에너지를 퍼뜨리는 것이 마을 만들기의 궁극적인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