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느냐 깨느냐 ‘삼각 격돌’
  • 감명국 기자·서상현 | 매일신문 기자·양정대 | 한국 ()
  • 승인 2012.09.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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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을 3개월여 앞두고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3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측은 내심 12월 대선일까지 3자 구도가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측은 박근혜 후보와의 전선을 더욱 팽팽히 하면서 안철수 후보에게는 비교 우위를 앞세우며 정권 교체를 위해 동참해줄 것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측은 기존 정치권을 싸잡아 공격하는 ‘원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펼치게 될 후보 3인의 필승 전략·전술은 무엇일까.

ⓒ 시사저널 유장훈

‘3자 구도’는 역동적이고 가변적이다. A의 힘의 우위가 뚜렷하면, 판세를 일거에 뒤엎기 위해 B와 C가 손을 잡을 수 있다. 때로는 A와 B, 또는 A와 C의 새로운 전략적 제휴도 가능하다. 즉,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A, B, C 모두가 똑같이 ‘독자 노선’만을 고집할 수도 있다. 이처럼 3자 구도에서는 다양한 조합과 함께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생성된다. 그래서 역대 대선에서도 항상 3자 구도가 많았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역시 3자 구도가 재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판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우세 속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펼치며 선두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1987년 대선 때 ‘1노2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의 3자 구도에서 양김씨는

“3자 구도에서도 내가 승리할 수 있다”라며 끝내 후보 단일화를 거부했다. 반면 2002년 대선 때는 선두(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추격에 숨이 찼던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아예 50%를 확실히 넘기든지, 아니면 차라리 35% 정도의 박빙 우세를 유지하는 것이 낫지, 지금처럼 40%의 선두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다”라는 박후보 진영 한 핵심 전략가의 우려가 3자 구도의 역동성을 잘 반영한다. 박후보측은 내심 12월 대선까지 이 3자 구도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고, 문후보와 안후보측은 저마다 1997년 대선 때의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를 떠올리며, 자신이 ‘DJ’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균형을 깨뜨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3자 구도에서는 갖가지 전략과 전술이 난무한다.


■박근혜 캠프 ‘對문재인’ 및 ‘對안철수’ 전략
“안철수 진영 먼저 허물고, 문재인 공략에 나선다” 단계적 공략 전략

지금의 대선 판세가 더욱 볼만한 싸움으로 펼쳐지는 데에는 현재 선두 주자라고 하는 박근혜 캠프의 ‘대(對)문재인’, ‘대(對)안철수’ 전략이 사실상 별로 없다는 데에 있다. 이른바 필승 전략의 부재이다. 2007년 17대 대선 후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스스로 잘해서라기보다 상대 진영의 헛발질에 힘입어 우위를 지켜왔는데, 그런 관성이 18대 대선 국면에도 이어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내 갈 길만 잘 가면 된다’고 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특유의 ‘마이웨이’ 전법은 대선 구도가 짜인 지금까지도 무(無)전략의 원인으로 꼽힌다. 박후보의 재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탓에 서로 눈치만 살핀다는 것이 박후보 진영 안에서 나오는 비판적 목소리이다. 캠프도, 외곽 지지 세력도,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나아가 당 지도부도 느슨하고, 안일하기만 하다.

박후보가 최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비장한 각오로 대선에 임해달라”라고 주의를 준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19일 새누리당 의총 직후 본회의장으로 건너가는 로텐더홀. 몇몇 취재진이 의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단 한 사람도 응하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서 “요즘 새누리당 의원들 인터뷰 따기가 너무 힘들다”라는 푸념이 나온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모든 따옴표 처리가 기명이 아닌 익명으로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박후보) 눈 밖에 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했다. 역시 친박계인 한 인사는 “의원들이 서서히 ‘중립 지대’로 옮겨가는 분위기이다”라고 전했다. 박후보가 집권한다 해도 자기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 중간만 해도 된다는 무사안일함,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질 수도 있다는 패배감이 새누리당 내부에 스며들고 있다.

지금 박근혜 캠프에서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는 카드이다. 이 경우 박후보의 승리를 100% 자신한다. 박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고정적으로 보이는 지지율 42%를 52%까지 늘려야 이긴다. ‘10% 확장’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아이디어를 보내주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박후보 캠프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정치권은 대부분 문후보와 안후보의 단일화를 통한 ‘어게인 2002’를 점치는 분위기이다.

현재 박후보 캠프의 전략은 야권의 두 유력 후보에 대한 단계적 공략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일단 상대적으로 취약한 안후보 진영을 먼저 허물고, 문후보 진영을 공략하는 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 박후보측은 문후보와 안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키더라도 안후보가 최종 후보는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심지어는 “안후보를 언제 낙마시킬까, 시기의 문제이지, 결과는 나와 있다”라는 거침없는 자신감까지 표출할 정도이다. “검증거리가 많고 이미 많이 확보해 국민적 기대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 “정당의 뒷받침이 없다” “정치나 국정 운영 무경험자이다”라는 점이 안후보를 겨냥한 핵심이다. ‘안후보는 불안한 지도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기세이다. 박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성공한 기업가, 기부와 사회 환원, 이 시대의 아픔을 아는 사람,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안후보의 절대적 이미지라면, ‘그런 식으로라면 누군들 성공을 못 하겠느냐’고 할 수 있는, 그의 성공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사안이 집중적으로 불거질 것이다”라며, ‘대안철수 필승 전략’을 자신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측은 오히려 문재인 후보를 더 껄끄러운 상대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노무현 정부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남성적이면서도 선한 이미지, 친노 세력의 결집, 제1 야당 후보, 게다가 특별한 검증거리가 별로 없다는 이유이다. 박후보측은 그래서 ‘진화한 노무현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작게는 ‘네거티브 맞불’로 대응하려고 한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싫은 모든 ‘비노(非盧)’ 세력을 결집하고 부동산 폭등, 재벌의 경제 집중, 빈부 격차 심화, 민간인 사찰, 국책 사업 실패 등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공동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것이다. 부패 관리에 소홀했던 ‘왕(王)실장’을 부각시키는 한편 지금껏 나온 법무법인 부산 문제, 아들의 특채 의혹, 재산 누락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도 벼르고 있다. 박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당 민원국, 각 의원실 등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문후보에 대한) 각종 제보 중 신빙성 있는 것도 많은 만큼 전담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오는 국정감사 때 문후보의 아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자는 말도 나온다.

5·16 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박후보의 역사관 논란에 여론이 출렁이자 박후보측은 ‘문재인의 역사관’을 건들며 맞불을 놓았다. 문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한 것을 두고 ‘반쪽짜리 또는 편 가르기식 역사관’이라며 집중적으로 꼬집는다는 것이다. 포문은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열었는데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야권과 여권 진영 사이의 편을 갈라 정치적 목적을 갈등 구조 속에서 찾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내내 힘들었던 이유가 ‘편 가르기’ 아니었나. 그런 것의 재판이다”라고 비난했다. 당의 공식적인 논평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역사관 논쟁만큼은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간다는 것이다.


■문재인 캠프 ‘對박근혜’ ‘對안철수’ 전략
안후보에게는 비교 우위 강조하며 정권 교체 동참 압박…박후보와는 이미 곳곳에 전선 만들고 ‘신호탄’만 기다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 당초 예상보다 꽤나 지난할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정권 교체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9월19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문재인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이 한 말이다. 단일화의 방법이나 시점을 두고서는 안후보측과 줄다리기를 해야겠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양측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면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물론 이는 문후보를 단일화의 승자로 가정한 얘기이다.

문후보는 우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안후보부터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안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정권 교체라는 표현 자체를 안 쓰면서 새누리당과 우리를 싸잡아 구태 정치로 몰아붙이는 것은 좀 심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자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누이로 불리는 박선숙 전 의원의 안철수 캠프행을 두고서도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안후보와의 단일화를 정해진 수순으로 상정했던 문후보측은 곧바로 일부 궤도 수정에 나섰다. 이는 안후보의 출마 선언이 있은 다음 날 문후보의 의총 발언을 통해 공식화되었다. 그는 “단일화에 연연할 필요 없이 담담하게 경쟁하면 된다. 자신이 없었으면 애초에 출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는 단일화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문후보측은 ‘대안철수 전략’으로 두 가지 포인트를 잡았다. 그 첫째는 “정권 교체는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이다”(오영식 전략홍보본부장)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 1백28명의 국회의원과 전국 각지의 촘촘한 당원 조직, 10년간의 집권 경험을 토대로 다듬어온 분야별 정책·공약 등은 안후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산이라는 의미이다. 민주당의 후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후보는 안후보에 비해 한참 우위에 있다는 얘기이다. 민주당은 안후보와의 단일화 로드맵 논의를 일단 뒤로 미루었다. 방법이나 시기에 대한 검토는 계속하겠지만, 무게 중심은 문후보의 ‘힐링 행보’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옮아갔다. 문후보측에서 일정을 짜면 당의 전략·정책 파트가 후보측과 상의해서 지역·부문 조직의 결합 방안이나 관련 정책·공약 등을 함께 내놓고,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를 이슈화함으로써 후보의 동선 하나하나를 민주당 전체가 뒷받침하는 식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무소속 후보와 비교해 제1 야당 후보의 경쟁력이 분명해질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문재인에 의한’ 민주당 쇄신이다. 쇄신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것도, 쇄신 조치를 단행하는 것도, 그에 따른 결과물까지도 문후보의 몫으로 돌리는 전략이다. 이는 안후보의 강점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안후보가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거리를 두며 ‘제3 지대’ 후보를 자처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정치’라는 명분 때문이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안철수 현상’에 비춰보면 민주당 후보라는 점이 문후보에게는 마이너스이지만, 문후보의 손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끌어낸다면 얘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문후보는 상대적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가장 참신하고 정치색이 비교적 덜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문후보는 ‘쇄신과 단결’을 키워드로 삼았다. 당초 ‘쇄신과 통합’에서, 통합이 단결로 변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의 관행을 벗는 것이 부담스럽고 두렵지만 그 길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친노 진영의 상징적 인물이자 ‘비문(非文) 진영의 공적이 되어버린 이해찬 대표를 선대위에서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안후보와는 서로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 연대와 협력의 경쟁이 될 것이다. 안후보측이 ‘도발’을 해오더라도 검증 카드를 거론하는 식의 맞대응은 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측은 다소 조심스러워 보이는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 전략과는 달리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와는 곳곳에서 연일 전선을 형성해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문후보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다. 문후보측 관계자는 “정권 교체의 동반자와 정권 교체의 대상에 대한 전략이 같을 수는 없지 않는가. 박후보와는 모든 부분에서 진검 승부로 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후보측은 일차적으로 박후보의 역사관을 적극 문제 삼고 있다. 5·16 쿠데타와 유신 체제 옹호 발언,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 등을 이슈화하면서 “아버지를 옹호하려고 헌법과 역사를 부정하는 후보이다”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균열 조짐이 일어났고,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합리적 보수층에서도 박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도 선택지에 올려놓았다. 특히 이 문제는 안후보측이 “새누리당으로부터 불출마를 종용받았다”라고 폭로하면서 꺼져가던 국정조사의 불씨를 되살린 만큼 양측 간에 공조가 가능하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현 정부가 불법 사찰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박후보측이 활용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국정조사를 통해 ‘이명박근혜’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잇따른 ‘검은돈’ 연루 의혹도 호재이다. 특히 친박계 좌장인 홍사덕 전 의원을 필두로 이재영 의원, 현기환·송영선 전 의원 등 도마에 오른 이들이 하나같이 친박계이다. 문후보측은 ‘벌써 이 정도인데 대통령이 되면 오죽하겠느냐’ ‘주변 관리도 못하는데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 등의 구체적인 메시지까지 준비했다. 물론 새누리당의 박후보 사당(私黨)화 문제도 적극 이슈화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이 박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에 비해 정책 경쟁은 추석 이후부터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경제 민주화나 보편적 복지가 화두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국의 민심이 크게 요동칠 추석상에 오르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들이라는 점에서다. 민주당의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안후보와는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경쟁을, 박후보와는 본선을 겨냥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수위와 내용은 달라도 당 쇄신이 가장 중요한 고리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구태와 민주당의 쇄신이 비교되는 가운데 문후보와 안후보의 단일화가 본궤도에 올라야 정권 교체 가능성도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 안철수 진영 ‘對박근혜’ ‘對문재인’ 전략
‘투트랙’ 아닌 기존 정치권 싸잡아 공격하는 ‘원트랙’ 전략 구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원칙은, 첫째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다. 둘째 국민들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는 단일화를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9월19일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안후보의 이 말 속에 크게 두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는 뜻이며, 단일화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아닌 본인이 쥐겠다는 뜻이다”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안후보의 통 큰 양보’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출마 고수’ 쪽에 더 무게 중심이 쏠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후보측의 ‘대문재인 전략’은 결국 단일화 전략에 가깝다. 안후보를 지지하는 한 대학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막 출마 선언을 한 마당에 지금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 민주당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단일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명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칫 단일화 자체를 부정하게 되면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제껏 안후보를 지지해왔던 호남권 등 야권 성향 지지층이 이탈할 것을 우려하는 듯했다. 당분간은 단일화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독자 영역을 확보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후보 진영은 내심 ‘문후보가 주창하고 있는 민주당의 쇄신과 단결이 쉽겠느냐’며 민주당의 ‘실책’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한다. 안후보를 지지하는 또 다른 대학 교수는 “공은 민주당에 넘어가 있다. (안후보측은) 경선보다는 대화에 의한 합의를 더 선호한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후보가 단일 후보가 된다고 해서 민주당이 불임 정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훌륭한 인적 자원을 얻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안후보와의 결합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안후보의 전략·홍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윤재 변호사가 지난 9월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제3 후보들인 고건·정몽준 등이 표방한 중도가 진보와 보수 사이의 광범위한 중간 지대인 평면적 개념이었던 반면, 안후보는 민주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합리적 집단들을 입체적으로 포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 안후보의 대선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단순한 보수-중도-진보 3분법에 의한 가운데 자리매김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20%가량의 무당파층과 부동층이 최근 10%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기존 정치권이 흡수하지 못했던 이 층이 상당 부분 안후보 지지층으로 형성되고 있다”(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라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당분간 안후보 진영은 박후보와 문후보를 개별적으로 상대하기보다는 같은 묶음으로 상대하며 정책 행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박후보와 문후보에게 동시에 선거 쇄신을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분간은 3자 구도 속에서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안후보가 3자 회동을 제안한 것은 박후보나 문후보측이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거부하건, 아니면 받아들이건 안후보가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또 이번 선거를 네거티브전이 아닌 정책 대결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안후보측은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비판하는 ‘원트랙’ 전략만으로도 양 후보를 각각 상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다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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