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착취’ 막을 ‘노인들의 나라’ 해법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0.09 09: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의 사례에서 고령화 사회 대비책 캐내

지난 추석 연휴에도 집집마다 한숨이 흘러나왔다. 놀고먹는 자식 문제 때문이었다. 집안 살림 축내며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와 취업 무관심자, 취업 준비생을 더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1백10만명이 넘는다고 보고했다. 60세 이상 노령 인구 취업률에 밀린 것을 지적하며, 노인들의 취업이 청년 취업률을 하락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령화 사회의 변화에 대해 천착해온 전영수 교수는 <장수대국의 청년 보고서>를 펴내며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종을 울렸다. 전교수는 앙헬 구리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의 말을 빌려 “한국이 당면한 과제는 유럽이나 미국과 다르다. ‘고령화(aging)’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일본은 이미 늙은 나라이지만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에 빠져들고 있는 상태이다. 고령화에 대해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삶의 방식과 유형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더구나 고령화 속도는 한국이 세계 최고이다. 저자는 모두들 노후 대책에 관심을 쏟고 있는 지금, 오히려 ‘고령 사회의 청년 문제’에 주목했다. 고령 사회에서는 노인보다 청년 생활이 훨씬 열악하고 피폐해질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장수 대국을 떠받치는 청춘 세대의 절박한 문제를 진단했다. 저자는 “일본에서는 불황 이후 맞벌이가 대세로 안착되었다. 남편뿐 아니라 아내 스스로 ‘전업주부는 되기도 힘들고 바라지도 않는 시대’이다. 그렇지만 맞벌이의 기본 전제인 ‘일과 가정 양립·조화(Work Life Balance)’는 기대하기 힘들다. 브레이크 없는 가정과 가족 붕괴를 조장한다. 그나마 연금이라도 탄탄하면 참고 일할 수 있다. 3층 시스템의 연금 선진국 일본이 믿는 최후 보루이다. 그런데 부실 운용과 도덕 불감증이 발등을 찍어버렸다. 연금 마침표이자 의존 비중이 큰 기업연금(3층)이 흔들려서다. 믿고 맡겼는데 허튼짓에 노후 자금을 탕진해버린 운용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 3천4백만 샐러리맨들의 불안과 고통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요컨대 일본 청년은 ‘연애→결혼→출산→육아’의 정상 루트에 진입했어도 본인의 노후·부모 간병(개호)·자녀 교육의 3중고(트릴레마)를 떠올리면 밤잠을 이룰 수 없다. 기업 복지가 이를 해결해주었던 선배 세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용 악화 탓이다. 이를 알기에 2030세대는 아예 처음부터 가족 형성을 미루고 포기하며 폐색에 빠지는 악순환을 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2012년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며, 일본의 실패와 경험에서 해결의 힌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장수 대국을 떠받치는 청춘 세대의 절박한 문제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그 미래는 끝이 뻔하다. 우리가 계속 갈팡질팡하며 고령 시대 대비를 미룬다면 앞으로 5년 안에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말이 좋아 ‘100세 시대’이지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장수는 이제 축복보다 불행의 씨앗에 가깝고, 현대 사회의 갈등·불행·불안의 진원지도 고령화로 요약된다니…. 저성장·고령화의 장수 사회는 가족이라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 독거노인들과 독신을 선언한 청년들이 도시를 채우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언뜻 그려진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 네티즌 후리는 ‘수상한 검색어’ 마술      

■ ‘530GP 사건’ 김일병, 범행 진실 묻자 ‘울기만…’

■ 미국에서 바라본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마력

■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경호 활동 백태, "바짝 붙어 있거나 없는 듯 움직이거나"

■ 한국인보다 더 국악 사랑하는 외국인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