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었어도 가려울 땐 참지 마라
  • 석유선│의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10.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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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해마다 증가

서울 강남의 한 아토피 클리닉에서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유년기 때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았고 지금도 아토피 치료를 받고 있는 김준서씨(35). 날씨가 건조해지는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그의 고통은 한층 커지고 있다. 차츰 진정될 기미를 보였던 피부가 다시 붉어지고 가려움증이 시작된 것이다. 직장 동료들은 ‘나이 서른 넘어, 애처럼 무슨 아토피냐’라며 놀리기 일쑤라 대놓고 아픈 내색도 하지 못해 서러움은 더 크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른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증상도 심해져 종합적인 관리와 예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9월 말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아토피 피부염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세 이상 중·장년층 환자가 전체의 2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어릴 때 아토피 환자였다가 다시 재발하거나, 불규칙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의 조절이 어려워 아토피가 쉽게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토피의 ‘난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왜 이렇게 점점 늘어나고 있을까. 정말 치료가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

아토피 피부염은 생후 2개월~3년까지 기승을 부리다 아동기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나 17세 이후에도 계속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성인 아토피라고 지칭한다. 초기에는 국소 부위에 간헐적인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이 발생한다.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면서 피부 표면에 발진이 생기다가 급성 습진의 형태로 악화된다.

주범은 ‘스트레스’…제때 치료해야

아토피의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 기능 저하, 화학 첨가물 섭취, 환경오염, 스트레스,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 물질 등 외부 환경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아토피가 주로 환경오염이나 화학 첨가물 과다 섭취에 의해 생긴다면, 성인 아토피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이 다르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발병시킬 수 있는 유발 물질 또는 유해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외부 온도와 습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또한 바쁜 일상으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병을 키우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성인들은 유·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달리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해 치료를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워 지속적인 치료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회식이나 모임 등에서 잘못된 식습관 및 음주 문화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성인 환자의 경우 소아 환자와 달리 증상이 얼굴 부위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대개 눈이나 입 주변, 목, 귀 등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금방 띄게 되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대인기피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취직을 앞두거나 사회생활 중 스트레스에 특히 약한 성인들은 아토피로 인해 심할 경우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받는 등 상처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쉽게 위축된다. 업무 중 갑작스런 가려움증 등에 따른 예상치 못한 상황 등으로 근무 능률의 저하까지 일어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을지대병원 피부과 구대원 교수는 “성인 아토피는 눈·팔·다리 등 잘 보이는 곳에 나타나 대인기피증 등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성인 아토피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면서 더욱 심적 고통을 받고 다시 병세가 나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는 무엇보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제거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회사나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신만의 운동을 하는 것도 해법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신만의 방’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온전히 자기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적극 권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 등이 해법이다.

이런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하는 것에 더해 기본적인 치료도 챙겨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약인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나 국소 면역 조절제 등을 바른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남용하면 백내장을 앓거나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따른다. 때문에 아토피는 적절한 타이밍의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변화를 통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피부 장벽의 손상을 막기 위해 올바른 목욕법을 사용하고 적절한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 보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보습제는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바르고 증상이 없을 때도 바르며 특히 목욕 후에는 3분 이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개인에 따라 피부 반응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바른 후 가려움이나 붉은 반점 등이 생기는 제품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집 먼지 진드기 등이 기생할 수 있는 카펫을 치우고, 평소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의 털도 아토피 질환에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부정적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새로 산 옷은 입기 전에 빨아서 입고 모직이나 화학섬유보다는 면으로 된 옷을 입으며, 격렬한 운동으로 땀을 흘리거나 신체 접촉이 많아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가려운 부위를 긁으면 더 가려워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손톱을 짧게 깎고 필요하다면 잘 때 장갑을 끼고 자는 것도 효과적이다.

인스턴트 음식 등 삼가고 ‘치료 의지’ 키워라

음식을 섭취할 때는 인스턴트식품 및 가공식품, 기름진 음식, 카페인 음료 등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 대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미역과 다시마, 녹황색 채소를 먹는 것이 아토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한 채소 및 과일에 풍부한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등은 활성산소의 생성을 막아 체내 독소를 제거해주고 피부 염증 및 가려움증을 완화시켜준다. 그 밖에 매일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수분 섭취, 운동 등으로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것이 아토피를 예방하는 기본 수칙이다.

아토피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치료하겠다는 환자 자신의 강한 치료 의지이다. 특히 성인 아토피 환자들은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회식 자리와 술 약속,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오히려 어린이 아토피 환자보다 자기 관리가 힘들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을 배우자나 부모들이 일일이 챙길 수도 없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아토피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치료의 선결 과제이다. 여기에 더해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의 도움이 이어진다면, 아토피 치료가 더욱 수월해질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노영석 교수는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대부분 증상이 심하고 치료가 어려우며 질환의 경과와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아토피 피부염이 재발하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치료의 초점을 맞추고 치료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전문의와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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